한강을 시민에게 돌려주자
한강을 시민에게 돌려주자
  • 최진용 서울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장
  • 승인 2009.03.31 1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대학고 화려한 '화장발' 걷어내야

한강 르네상스 마스터플랜, 남산 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이 발표되는 것을 보면서 벅찬 기대와 함께 찬사의 큰 박수를 보낸다. “회복과 창조”라는 멋진 비전과 슬로건, 화려한 메이크업과 예술의 옷을 걸친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보며 곧 서울이 세계에서 으뜸가는 매력적인 도시로 업그레이드 될 것 같은 희망으로 서울특별시민으로 산다는 행복과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그 화려한 마스터플랜을 보면서 느끼는 우려와 걱정도 만만치 않다.

▲ 최진용 서울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장
한강 중심의 도시공간 재편, 노들섬 문화단지와 세계적 수준의 오페라하우스 건립, 당인리 화력발전소의 수변 문화공간 및 주변 공간의 근현대사 역사 테마파크 조성, 강변북로의 지하도로화와 보행녹도 구상, 뚝섬의 가족형 테마공원과 수변 어뮤즈먼트 문화공간화, 마곡지구의 다양한 수변 복합문화공간 및 친환경 워터프런트 조성 등등 하나하나가 거대하고 화장발이 화려하다.

서울과 한강의 미래 비전을 포괄하는 장기종합계획이자 지속성과 연속성을 전제로 그 주변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공간 계획인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보면서 뭔가 너무 많고 복잡하다는 생각이다.

사색과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없다. 자유롭고, 자유로운 명상의 여지가 없다. 한강에 요란스럽게 치장한 유람선을 띄우고 거대한 오색 분수를 뿜어도 센강처럼 성공하기 어렵다. 문화가 없고 아파트에 꽉 막힌 볼품없는 건축물로 뒤덮인 서울이 어찌 파리나 홍콩처럼 관광객을 모으고 시민의 사랑받는 여가 공간이 될 것인가.

아름다운 한강을 꽉 막고 선 고층아파트군을 이제는 진실로 시민의 영역으로, 공공의 영역으로 돌려줘야 한다. 런던의 템즈강이나 파리의 센강의 강변을 보라. 넓은 강을 따라 계속되는 강변은 아파트가 아니라 넓고 큰 산책의 공간이자 역사의 공간이다. 문화의 장터이며 시민의 영역이다.

서울시는 궁여지책으로 더 높은 아파트 건축 허가를 통해 일부의 땅을 시민의 영역으로 확보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장기계획으로 매입하여 조금씩, 조금씩이라도 한강을 그 주인인 시민에게, 시민의 곁으로 돌려주어야 한다. 너무 많은 것을 만들지 말고 그 돈으로 시민이 숨쉴 수 있는 공간부터 확보하자. 그리고 나무를 심고 또 심어 푸른 서울을 만들자.

한강 르네상스 계획이 20년을 내다보는 장기계획이지만 더 미래를 내다보는 계획이어야 한다. 도시계획이 갖고 있는 그 파괴적 속성을 줄이기 위해 보다 철저한 문화의 개념으로 계획이 다듬어져야 하고 인간의 중심인, 시민의 중심인 한강으로 바뀌어야 한다. 쓰레기를 치우듯 모든 것을 걷어내고 새로운, 요란한 옷을 입히는 계획이 아니라 서울의 체취와 시민의 정서가 이어지는 계획이 되어야 한다.

서울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장 최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