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춤에 쓰이는 용어(2)
전통 춤에 쓰이는 용어(2)
  • 이철진 한국춤예술대표/이학박사
  • 승인 2009.03.3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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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에 이어>

*까치발, 잔걸음, 세발걸음

이 말들은 한선생 만의 표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리저리 다니다 보면 이곳저곳에서 많이 쓰입니다. 까치발은 말그대로 까치의 걸음을 닮은 것 같습니다. 까치는 뒤꿈치를 올리고 걷기 때문에 이 역시 깨끔발 처럼 발의 앞굼치를 사용하는 것이지요. 한영숙의 기본 발동작입니다.

그리고 잔걸음은 발을 잘게 부수어 나가는 것인데,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어 왼발을 잡아 당기고 다시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어 왼발을 잡아 당기는 것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한영숙에서는 반복은 하되 이 반복이 빨라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살풀이에서 두번 정도 그리고 태평무에서는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발걸음은 그대로 세발걸음입니다. 서양에서는 투스텝이라고 하는 건데 이렇게 이야기 하면 우리는 수업시간에 버선벗고 옷바꿔입고 집으로 가야 했습니다.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그러니까 한영숙에는 투스텝은 없고 세발걸음만 있는 것입니다. 세발걸음을 묘사하면 기본적으로 두박자 속에 세발을 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오른발-왼발-오른발 이것이 세발걸음이고 나머지 두박자속에 왼발-오른발-왼발로 마무리하는 것이 살풀이 장단 네박자속에 이루어지는 세발걸음이겠죠.

▲ 이철진 한국춤예술대표/이학박사

 *공력

 무협지에서 나올법한 이 용어 역시 많이 쓰이는데 춤 보다는 판소리에서 입니다. 일 갑자니 삼 갑자니 하는 것은 양적으로 표현한 것 같고 제가 보기에는 수련을 하여 공들여 닦은 힘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연습과 수련에 의하여 생겨나게되는 소리나 몸짓의 그늘. 이것이 공력아닐까요? 그래서 공력을 줘야 한다, 공력이 약하다, 공력을 닦아야 한다등등의 말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늘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그늘이야 말로 정말 멋지고 근사한 표현입니다. 그늘, 그늘진 춤, 그늘진 소리... 그러니까 햇빛에 가려진 부분 춤이나 소리에 얼핏 보이지는 않지만 그 숨어 있는 부분이 아닐까요? 그러니까 이 그늘은 소리나 몸짓이 가지고 있는 어떠한 신비한 기운, 춤이나 소리가 남을 감동시키게 하는 알수 없는 그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말을 들으면 그것은 대단한 찬사가 됩니다. 아, 아무개의 그늘진 춤이나, 아무개의 그늘진 소리는 남이 흉내 낼수 없는 그 만의 예술적 여운을 말하는 것입니다.

비슷한 말로는 하우저의 아우라(AURA) 또는 헤겔의 파토스 정도일 겁니다.

*초입

보통 판소리에서 본격적인 소리에 진입하기 전의 장단이나 소리길을 이야기 합니다. 그래서 조금은 소리가 풀리지 않고 몸역시 최상의 상태를 나타내지 않는 것을 나타냅니다. 초짜랑은 또 틀리죠. 그래서 이 초입과 더불어 무슨무슨 대목이라는 말이 많이 쓰입니다. 예를 들어 판소리에서는 앞글자를 따서 수궁가의 '범피중류' 대목 이라거나 적벽가의 '조조 비난대' 처럼 어떠한 대목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춤에서는 마루로 대신하거나 장단이름으로 대신하기도 하지요. 태평무의 겹마치기 부분이라거나 도살풀이 대목 등등... 초입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어떠한 시작 부분이지요.

전통춤 움직임의 정통성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춤 용어는 새롭게 해석되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춤꾼에게만 요구되어지는 것 이 아니라 관객이나 비평가의 몫이 될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용어가 그나마 잘 정리된 곳이 판소리인것 같은데 이를 기본으로 보다 많은 문화적, 언어적 보고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