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통영국제음악회에서 노던 신포니아(지휘자 토마스 제트 마이어)와 최희연 상주 아티스트의 협연 공연을 보면서 문득 2002년 첫 해의 통영 국제 음악제 폐막작이 연상됐다.
2002년 통영국제음악제 폐막작 '정명훈 프랑스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임동혁의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기억하는 관중들은 이날 노던 신포니아 지휘자 토마스 제트 마이어(Thomas zehetmair) 와 최희연 상주 아티스트의 조화와 배려가 가득찬 환상적인 연주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정명훈씨의 한 박자 빠른 듯한 지휘로 하얀 턱시도를 입은 어린 천재 피아니스트 임동혁은 끌려 다녔지만 영국의 북쪽 마을 뉴캐슬서 온 노던 신포니아는 최희연(서울대 음대교수) 상주 아티스트와의 물 흐르듯자연스러운 조화로 관중들의 숨소리 까지 흡수해 버린듯했다.
노르웨이 서쪽마을 베르겐과 영국의 뉴캐슬은 배로 36시간 이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이날 공연에서 전 세계를 여행하는 듯한 리듬을 이 한번의 공연으로 다녀온 느낌이다. 베르겐과 뉴캐슬을 이 곳 통영으로 옮겨 온 듯 했다.지금 중심, 그 허브는 바로 통영일 것이다.
첫 번째 연주 공연은 원시 음악 리듬과 재즈, 추상적 표현을 기초로 작품을 완성한 에른스트 크셰녝의 1946년 작이다.나치정권에 의해 자신의 작품들이 퇴폐음악으로 매도당해 미국으로 망명했던 시기에 크셰녝은 12음 기법을 적용한 다성악 작품의 합창음악들을 집중적으로 작곡했고 <베베른을 기억하며>의 부제를 붙여 관현악적 엘레지를 완성했다.
두 번째 공연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은 1806년 작으로 1808년 빈에서 초연됐다 당시에는 흥행과 비평에 모두 실패했다. 이곡은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과 <5번 ‘운명’> 사이에 완성된 협주곡으로 관현악의 전개 방식이 교향곡과 유사하다. 독주 피아노로 곡을 시작하는 점이나 2악장에 이어 3악장이 중단되지 않고 연주되는 형식은 당시로선 생소했다.
최희연 상주 아티스트는 까만 드레스의 도도함이 묻어 나왔지만 그 어느 누구와도 조화가 되는 배려가 돋보였다.
다만 피아니스트가 좁은 무대로 인해 이동할 때 부자연스러움은 향 후 통영국제음악제를 아끼고 문화와 관광의 중심지 세계속의 통영을 만들어 나가야 할 통영인들이 시급히 해결 해야할 문제다. 바로 선택과 집중의 중요한 시기이다. 현재의 통영시민문화회관 수용인원으로는 향후 100년을 기대할 수 는 없기 /때문이다.
1961년 잘츠부르크 태생의 토마스 제트마이어는 동시대 가장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 가운데 한명이다.
2002년부터 노던 신포니아의 예술 감독을 맡으며 지휘자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이날 공연의 지휘자는 동양의 아름다운 항구 통영을 가슴깊이 간직하고 떠날 것이다.
음악 전문가가 아니어도 통영의 전문가, 통영의 명예홍보대사는 단연코 TIMF(Tongyeong International Music Festival)의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들이 있기에 통영국제음악제가 한결 더 윤기가 흐르지 않았을까? 윤이상 선생도 남북도 아닌 동서도 아닌 화합 조화 배려 희생의 정신을 우리 후손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을 것이다.
노던 신포니아 공연에서 만난 TIMF의 꽃인 자원봉사자 형진엽(전남대 기관시스템학과) 군을 만났다.
그는 "3월 20일부터 지금까지 TIMF 자원봉사하면서 사회 초년생으로서 배운 게 많으며 인간관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또"앞으로도 통영국제음악제를 꼭 다시 찾고 싶다"며 "음악에 관심있는 젊은이라면 경쟁률이 높지만 자원봉사자에 반드시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통영국제음악제의 강력한 원동력이다.
영국 영화 ‘빌리 엘리엇’의 어린 주인공 빌리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기가 좋아하는 발레를 찾아 자기가 살고 있는 시골을 뒤로 한 채 런던으로 떠난다. 이번 통영음악제를 통해 자기의 꿈을 찾아 노력하는 후배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2009년 통영국제음악 기간동안의 통영은 세상의 어떤 불협화음도 흡수해 버리는 마력을 가진 아름다운 밤이었다.
서울문화투데이 경남본부 홍경찬 기자 cnk@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