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레앙 허의 재밌게 공연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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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르레앙 허(허성우)
  • 승인 2011.02.0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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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의 <투란도트>

치명적인 매력의 걸그룹의 현란한 몸짓과 달콤한 목소리가 일상에 지친 오빠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음에도 불구하고 대중가요에 신물이 난 이유를 찾아보면 답은 가사에 있다. 그 가사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신이 달콤씁쓸한 사랑의 과정속에  놓여있지 않는 한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나를 상업적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그들의 유혹에 빠져들고 싶어지지 않는다.

사실 고품격 예술음악으로 분류되는 장르인 <오페라 >도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마저 희극적 결말보다는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적 사랑이야기이다.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와 함께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오페라 작곡가의 한사람인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 의 작품들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푸치니 자신이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에 고뇌한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산 인물이다. 마농레스코<1893>의 성공 이후 명성을 언게 된 푸치니는 로마를 배경으로하는 토스까<1900>까지 유럽의 정서가 농후한 작품들을 성공시켰다면 나비부인<1904>의 성공 이후에는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2011년 신묘년의 새해 대한민국 국립오페라단의 첫 작품이 된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미완성작으로 남긴 최후의 작품이다. 푸치니의 3대 오페라로 분류되고 있는 <라보엠>,<토스카>,<나비부인>과 비교해 볼 때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였지만 푸치니 전 작품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아리아인 'Nessun dorma' '공주는 잠못 이루고‘가 있다. 땅 넓고 사람많은 중국을 배경으로 해서인지 제 1막부터 스펙타클하다.

중국을 대표하는 젊은 지휘자 리 신차오의 신들린 듯한 지휘로 중국국가 대극원(China NCPA)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하모니가 울려 나오자마자 하마터면  시작부터 눈물을 쏟을 뻔 했다.  푸치니 자신은 베르디와 바그너같은 위대한 작곡가는 아니라고 했지만 <투란도트>에서는 전작과는 사뭇 다른 대 작곡가다운 역량이 뿜어져 나온다. 푸치니의 기존 스타일은 물론 이탈리아의 오페라의 전통에서도 벗어난 대작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확인되는 순간이다.

유럽인 입장에서는 신비로 가득한 동양을 배경으로 작곡에 몰두했던 푸치니, 그가 좀더 오래 살었더라면 고요한 아침의 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오페라가 나왔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오페라 <투란도트>는 속내를 알 수 없는 신비롭고 잔혹한 중국 공주의 이름이다. 푸치니가 투란도트를 구상한 시점은 이호투안에게 살해당한 이탈리아 상인의  보복을 구실로 단행한 1900년 열강 8개국의 북경침입 때와 맞물려 있다. 

명성왕후 시해 사건에서 보듯 이때, 중국 또한 씨히 왕후가 참변을 당한다. 왕후의 목이 잘려나간 이 사건은 중국인에게 큰 상처를  남겼는데 <투란도트>라는 사차원의 잔혹한 공주를 다룬 이 오페라가 그런 배경때문에서 중국내에서는 상연이 금지되어왔었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맞물려 개관한 세계 최대의 극장, 중극대극원의 첫 상연 오페라가 된다..


 
원작은 코메디아 델라르테<이탈리아 전통 가면극>를 위한 18세기 작가 카를로 코치의 희곡을 독일의 실러가 개작한 것이다. 그러므로 본질적으로는 희극에 가깝지만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세명의 대신 핑,팡,퐁을 제외하면 전체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복수심에 불타  결혼을 거부하는 이 이해받기 힘든 얼음공주 <투란도트>, 실제 미모가 초상화보다도 백배 더 낫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뭇 사내들의 뜨거운 로망이 되어있었으나 아름다움에는 가시가 있는 법, 이 아름다운 공주를 아내를 맞이하려는 청혼자는 공주가 내는 세가지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이 위험천만한 도전에 15년동안 27명의 왕자가 목숨을 잃었다. 공주의 나이가 서른이 되어도 미모는 여전하였으니 임자는 있는 법, 무너진 왕국의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왕자 칼라프의 무모한 도전에 그만 무너지고 만다.

대한민국 국립오페단과 중국대극원의 한,중 합작품으로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투란도트>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없다 라는 새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