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의 줄리엣 - 장 영 남
대학로의 줄리엣 - 장 영 남
  • 김은균 공연전문 기자
  • 승인 2011.02.1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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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균의 배우열전 - 18

“얼마전에‘대물’이라는 드라마를 끝냈어요. 저는 왕중기라는 선거 연구소 실장인 선거전문 컨설턴트 역할을 맡았습니다. 시청율도 제법 잘 나온 작품이고 여러모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었어요. 지금은 이런저런 행사들로 인해 불려다니고 있지요.”

간만에 맛보는 휴식이라고 했다. 그녀가 연기를 하게 된 것은 실로 우연이었다.
“중학생 때였어요. 한 일반 버스에 붙여진 예술 고등학교의 광고 포스터에 눈길이 갔어요.
뭐랄까 그 안의 버스 공기가 달라 보이는 거예요. 이런 게 운명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무언가 대단하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아무렇지 않게 다가와서 자리 하는 것처럼요”
원래는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었던 그녀는 평소에도 부끄러움이 많아서 중고등학교때 남앞에서 발표라는 것을 제대로 해 본 일이 없다. 교실에서 선생님이“어디 책 한 번 읽어 볼 사람”하면 마음속으로는 “저요”하고 손을 백 번이고 들지만 실제로는 읽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쑥맥인 그녀가 무대에 서면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나는지 의아스럽다고 한다.


그녀가 맡은 역할 역시 지금까지의  조용한 이미지와는 달리 극중에서 대부분 강한 캐릭터를 연기했었다.
“강한 역을 좋아해요. 평소 내성적인데 강한 역할을 연기할 때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하고요. 대부분 그런 역이 들어옵니다. 연기를 하다보면 연극적인 부분의 역할이 필요할 때가 있거든요. 예쁜 역할도 좋겠지만 배우라면 어떤 색깔로 기억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목화에서 연기생활을 시작해서 완전히 입지를 굳혔고 이제는 영화에서 TV 드라마까지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데 그 속도가 현저하다.


“간혹 극단으로 관계자분들이 오디션을 봤으면 좋겠다는 전화가 오면 전화를 끊곤 했었어요. 이상한 고집일지 모르겠는데 영화에 출연하면 이도 저도 아닐 것 같았거든요. 나이가 좀 더 들어서 해도 당장은 극단 생활에 충실하고 싶었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그의 절대적인 스승인 오태석 선생님의 지론인‘끊임없이 레미콘을 돌려라’는 가르침을 받아 연극에서 기본기를 제대로 갖추었기 때문이다.
딸만 있는 집의 막내딸로서 20대 때는 부모님과‘연기’를 놓고 치열한 투쟁을 벌여야했고
이제는 입지를 굳힘으로 자신으로도 가족으로도 연극은 서로를 이해하는 매개체가 되어 버렸다.
“연기는 어렵고, 배우라는 직업 또한 고통스러워요.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저에게는 치유의 과정이 되기도 해요.”
그에게 연기란 자신을 치유하는 매개체 중 하나다. 연기를 하면서 평상시 표현하지 못했던 많은 감정들을 표현하고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언제나 편안한 연기를 했으면 하는 것이 소망이란다. 그것은‘연기’가 일상의 모든 숨 쉬는 과정 중에 일어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 자연스러움들이 표현하는 데까지 가고 싶어요. 특별히 어떤 좋은 역할을 하는 배우가 아니라 나이가 되고 연륜이 쌓이면 꼭 필요한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삼십대 후반에서 이제는 마흔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서두르지 않는다.
그것은 노력하고 준비하는 자에게 더디더라도 언젠가는 기회는 온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제는 그 믿음대로 서서히 배우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그녀는 또 다른 젊음의 열병을 앓고 있는 이 땅의 젊은 배우들에게 보여주는 하나의 발자욱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