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우드, 사랑과 낭만의 맛살라
발리우드, 사랑과 낭만의 맛살라
  • 이공희 / 팜 시네마 프로듀서
  • 승인 2011.02.15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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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영화, 뉴시네마 운동으로 도약하다

전 세계에서 인도만큼 판타지가 강한 나라가 있을까? 인도야말로 하나의 커다란 세트장을 가진 판타지 영화의 천국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는 전 세계에서 영화산업의 최강국이다. 인구 10억 이상인 인도에서 영화를 만드는 제작 편수는 세계 최고이며, 1년에 무려 800편에서 1000편이 넘게 만들어 진다.

최근의 인도영화는 6억에 달하는 30세 이하의 젊은 층을 겨냥하면서, 소비중심의 사회가 되면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17, 18개 언어가 각 지역마다 깔려있는 인도의 영화는 힌디, 영어가 공식적인 언어이며, 인구의 80%가 힌두교를 믿고 있다.
 인도영화는 영화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수많은 언어와 국가, 민족을 묶어주는 유일한 국가적 담론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인도의 뉴 시네마 <길의 노래>

한국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감독 샤티야지트 레이(1921~1992)는 일본의 구로자와 아키라와 맞먹는 아시아 거장으로, 인도의 뉴 시네마 운동의 기수로 등장하였다. 그는 인도 농민의 생활과 관습을 생생하게 보여 준 영화 “길의 노래”(1955)로 칸느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인간 다큐멘트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정복되지 않은 사람들”로 1957년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탔다. 또 1964년과 65년에는 “대도시”, “차루라타”로 연속해서 베를린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고, 1973년에는 “머나먼 천둥소리”로 베를린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거머쥐었다. 또한 1950년대 베를린과 베네치아 영화제 대상들을 휩쓴 피타 판칠리, 영화 "식스 센스"의 인도 출신 감독 나이트 샤밀란은 엄청난 흥행수익을 올린 할리우드의 유명감독이다.
 

인도의 유능한 여성독립영화감독인 미라 네어는 1988년 “살람 봄베이”를 감독하여 41회 칸느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신인감독상과 황금카메라상을 받았고, 제 58회 베니스영화제에서 “몬순 웨딩”으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두 번째 작품인 다큐멘터리 영화 “인도에서 멀리”(1982)는 미국에서 사는 인도인의 고향에 대한 상실감을 잘 묘사한 작품이다. 국내에 개봉된 그녀의 작품으로 “카마수트라”(1996)가 있다.

발리우드(Bollywood)의 매력을 찾아서

1980년대 이후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세계 영화시장을 장악했으나, 인도 영화산업의 위상만큼은 무너뜨리지 못했다. 오히려 전 세계 흥행시장을 주도하던 할리우드 영화가 발리우드에 들어와서는 맥도 못 추고 본전도 못 찾아간 경우가 허다했다. 그것은 인도인들의 자국에 대한 강한 문화적 정서를 뛰어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영화는 그들에게 너무도 비현실적인 캐릭터라는 인상을 주면서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발리우드(Bollywood)는 봄베이(Bombay)와 할리우드(Hollywood)를 합친 합성어이다. 흔히 '발리우드(Bollywood)'라 칭하는 곳은 '북부인도(뭄바이 중심의)'이며 언어권은 '힌디'를 사용한다. 인도의 영화 도시 뭄바이(Mumbai)는 1995년 뭄바이로 개명되기 전까지 영국식 명칭인 봄베이로 불렸고, 영화 종사자들은 이를 할리우드와 합쳐 인도 영화계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해 왔다.
 발리우드 영화 속에는 멜로, 액션, 로맨스, 스릴러, 뮤지컬, 오페라, 코미디 등 온갖 장르들이 뒤섞여있다. 이렇게 갖가지 양념이 혼합되어 최고의 맛을 선사한다는 의미로, 맛살라 영화라고도 부른다.


이처럼 발리우드 영화는 전체적으로 단순하고 상투적인 스토리가 전개되지만, 그 스토리 사이에 끼어든 춤과 노래의 향연은 매우 화려하다.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다루는 이야기일 경우, 그 내용과 분위기에 맞는 춤과 노래가 펼쳐지는데, 배우들의 노래에 맞춰 삽입되는 가수들의 활약은 중요하다. 인도에서는 유명한 플레이백 가수들의 음반이 놀라운 인기를 모을 정도이다. 
발리우드 영화는 2시간 반에서 3시간 이상 된 영화가 보통이며, 관객을 즐겁게 하는 대중성을 띠고 있지만, 가벼운 키스 씬 조차 엄격히 금지되는 보수성을 지니고 있다.
 

2006년 인도 최고의 흥행작이던 “둠2”에서 주인공 남녀배우의 키스 씬은 커다란 구설수가 되어 법정소송까지 치렀다. 발리우드 영화는 단순히 인도 영화가 아닌, 인도의 대중문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 고달픈 삶을 사는 인도 사람들에게 유일한 현실 도피처가 되어주며,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더 즐거운 여흥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발리우드 영화는 대개 두 세 시간이 넘는 긴 시간 속에 영화 중간마다 끼어드는 ‘뮤지컬’ 형식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독특한 양식은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인도만의 대중성을 보여준다. 또한 인도의 영화 속에서 그들이 살아왔던 땅에 대한 신화가 엿보인다. 사라스와띠와 같은 음악을 사랑하는 예술의 신, 그 외의 대부분의 인도 신화 속 신들은 노래와 춤을 쉬지 않는다고 한다. 힌두경전에 기록된 신들이 다채로운 표현을 보여주듯이, 인도의 신들은 항시 새롭게 변신하면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인도의 뉴 시네마 <길의 노래> 의 한 장면

신화 속 인도의 이야기는 언제나 권선징악의 형태를 보여준다. 인도 신화가 대개 ‘유쾌한 이야기’를 기본으로 하고 있듯이, 인도의 발리우드 영화의 내러티브 구조도 그것을 기본 토대로 하고 있다. 권선징악, 업과 윤회, 고통과 슬픔조차도 순종적으로 받아들이는 여유로움과 포용력을 갖추고 있다.

힌두에서는 ‘불의’도 처절한 희생과 응징을 치르지 않는다. 모든 악한 것들의 근본에는 그만한 원인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 자체를 존중해주는 것도 ‘참선’에 속한다. 그러므로 대부분 힌두 신들은 악마와도 잘 어울리면서 서로를 감싸주는, 이른바 ‘모두가 즐겁다’는 정신을 기본에 깔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인도 영화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동시에, 발리우드 영화에서 결코 빠트릴 수 없는 소재가 된다.
 카스트의 신분계급과 종교적 갈등 속에서 뿌리 깊은 가난을 면하지 못하는 인도인들-. 그러나 그들이 가진 물질이나 죽음 따위는 초월한다는 체념의 미학은 인도영화의 철학적 기반이 되고 있다.

약력
팜 시네마 프로듀서, ‘92 문화일보 문예공모 단편소설 당선, 장편극영화 시나리오<니르바나 카페>(2007) 발표, <비디오를 보는 남자>(2003) 각색, 독립영화<착시렌즈><거울> 제작, 각본,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