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코너/장수 리스크
에세이코너/장수 리스크
  • 한금희 / 수필가
  • 승인 2011.02.2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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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한금희씨
작년 말 망년회에서 치매병원에 계신 우리 시어머님이 틀니를 변기에다 버린 얘기를 꺼냈더니 남편 친구부인이 자기 시아버님은 지금 91세이신데 64세부터 중풍으로 투병중이시라고 했다. 그 간의 에피소드는 말로 다 할 수가 없다고 하면서 내 얘기는 들어주지도 않았다.

죽기 전에 투병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평균 1억 정도 된다는 얘기를 들은 지 꽤 된다.  64세부터 91세라면 27년인데, 교직에 계셨던 분이라 연금을 받기는 하겠지만 그 비용을 다 계산할 수나 있을까?

지난 주 다이소에서 주먹만 한 화분을 몇 개 샀더니 부딪쳐도 깨지지 말라고 싸준 신문지 조각에 나온‘은퇴 생활비 예상보다 2배 더 든다.’라고 하는 타이틀의 경제신문 기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얼핏 보기엔 은퇴하면 월 생활비가 예상보다 두 배로 많이 든다는 뜻 같지만 내용은 그게 아니라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우리 자신이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나서 은퇴 후 생존기간이 예상하는 것보다 길어지기 때문에 그에 따른 전체 생활비가 더 들어간다는 얘기였다.

 장수 리스크(長壽 risk)란 본인이 예상하는 것보다 오래 사는 것이 리스크(위험)라는 의미로 예상 은퇴기간 대비 예상하지 못한 은퇴기간의 비율이다. 장수 리스크가 0.80이라고 하면 은퇴 후 생존기간이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80% 더 오래 산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자기는 은퇴하고 10년 더 살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18년을 더 산다는 것이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들은 장수리스크가 0.33~0.37인데 비해 한국은 0.87로 두 배 이상 높다고 한다. 거기다 인플레이션까지 감안하면 한국은 은퇴 후 생활비가 본인이 예상하는 것보다 두 배 정도 더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은퇴 후 소득이 얼마인가 하는 지표로는 소득대체율이라는 용어를 쓰는데 ‘은퇴 후 소득’을 ‘은퇴 전 소득’으로 나눈 수치다. 소득대체율이 100%에 가까울수록 은퇴 전과 다름없는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소득대체율이 78.8%, 캐나다가 72.6%, 영국이 70.0%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56.0%밖에 안 된다고 한다. 은퇴 전에 월수입이 100만원이었다면 은퇴 후에는 56만원밖에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노후 소득으로 생활을 감당하기가 어려워진다. 예금이 있는 사람들은 그걸 쓸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집을 줄여 가면서 적자를 메워야 하는 수밖에 없다.

집이 줄여갈 수 있을 정도로 크다면 또 모를까 그렇지도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모기지론이라고 하는 장기주택저당대출이 있다. 이용자격은 부부가 다 60세가 넘어야 하고 1세대 1주택자여야 하며 대상 기준은 시세 가격으로 9억 원 이하의 주택이어야 한다. 9억원이 고가 주택을 가르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었다고 하지만 실지로 집을 소유한 사람들은 55%라고 하는데 나머지 무주택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