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좌담회> 춤 관객 개발, 진취적 경영 의식이 요청된다(1)
<신년 기획좌담회> 춤 관객 개발, 진취적 경영 의식이 요청된다(1)
  • 김희연 기자
  • 승인 2012.01.15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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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경영인과 언론인에게 듣는다

 

서울문화투데이>와 *춤웹진이 무용계의 당면한 문제와 앞으로 춤 관객 개발을 위한 좌담회를 지난 8일 대학로예술극장 시어터 카페에서 열었다. 김채현 한국종합예술대학교 무용원 교수의 사회로 열린 이번 죄담회에는 최진용 의정부 예술의 전당 사장, 한국공연예술센터 황금실 홍보차장,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이 참석해 무용계 발전을 위해 활발한 의견을 나눴다. -편집자주-

                                                 

사회: 지금 우리 공연예술계 최대 화두는 관객 개발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인터넷 시대라 해도 직접 대면하는 공연에 대한 욕구는 여전한 것 같다. 그만큼 공연예술이 중요하다는 뜻 아니겠는가. 오늘은 공연장 운영 및 공연

▲ 사회 김채현(무용원 교수)
유통 산업 전문가를 모시고 특히 춤 관객 개발을 주제로 좌담을 진행하려고 한다. 최진용 대표이사께서 공연장 운영 중책을 맡으신 입장에서 먼저 진단해주시기 바란다.

최진용: 지난해 국립현대무용단이 창단했고 아르코예술극장이 춤 중심 극장이 된 것은 춤계로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사실 국립현대무용단을 만들기 위해 수십 년 노력해온 걸로 안다. 오늘 여기서 춤계를 위해 제언하자면 춤계가 그에 적절한 환경을 구축해 왔는지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볼 점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국내 전문 아트 마켓에서 춤의 참여가 가장 많다. 공연 현장 시장에서는 뮤지컬 점유율이 절대적이지만, 전문 아트 마켓에서 춤 비중이 절대 높은 것은 우리 무용인이 시장 개척 의지가 강하고 활발하다는 것이다. 그 의지 안에는 관객과의 소통 노력도 들어 있을 것이다.

사회: 춤계의 최근 움직임이 관객 개발 작업에서 어떤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진단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현 상태에서 관객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봐도 좋을지 궁금하다.

이은영: 앞서 긍정적 진단에 동감하지만 춤이 대중적 소구력이 있는지 되물을 필요도 있다. 2011년 가을 우리 신문기자가 어느 춤 행사 취재를 갔다 오더니 그다지 흡족하지 않은 표정이었다. 취재기자 말로는 그 행사가 10여 년 지속되어 왔음에도 우선 그날만큼은 관객이 매우 적었고 취재 열기도 낮았다는 것이다. 이 경우는 단편적이고 어떤 사정에 따른 편차도 있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와 유사한 현상이 춤계에 얼마나 있을지 잘 몰라도, 종종 공연을 보러가거나 보러 가야 하는 발행인 입장에서 취재기자의 반응이 그다지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 직감하고 있다. 평소 춤 공연장에서 갖는 인상은 관객층이 일정하고 동원 관객이 상당수 아닌가 하는 점이다. 앞으로 이런 소감이 빗나가기 바란다. 우선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춤 공연들이 늘어나야 할 것이다.

최진용: 서울 시내에 국한하면, 춤 공연이 잦은 토월극장, 자유소극장,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서강대메리홀 등에서의 춤 공연은 관객을 그런 대로 유지하는 것 같다. 그 밖의 극장들은 춤 관객을 확보하는 데 많은

▲ 최진용(의정부예술의전당 대표이사)
어려움을 겪는 줄로 안다. 한문련(한국문화회관연합회) 가입 극장이 전국에 160곳 정도인데, 그중 5% 정도의 극장이 춤 관객을 확보하고 있다. 유료 춤 관객을 확보할 수 있는 극장 비율도 20%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때문에 아쉬운 점이 매우 많고, 무용인들의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긴다.

무용인들이 전략성과 사회성을 계속 키워야 한다는 그 말이다. 부분적 지적일지 몰라도, 극장 경영자 시각에서는 중요해 보이는 사례를 소개하고 싶다. 저와 만남이 있은 무용인 가운데 지속적으로 연락하는 무용인 비율은 타 분야에 비해 매우 낮다. 이는 무용인이 자기 팬 관리에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경영 관념이 박약한 것은 아닌지 자문할 일이다. 게다가 명함을 소지한 무용인을 만난 경험이 적다는 것도 문제다.

이은영: 명함이 사소해 보일지는 몰라도, 관계 맺음은 명함에서 출발하지 않나 싶다. 이를 경영 관념 면에서 해석할 여지는 크다. 첫 만남에서 명함이 없다는 것은 사회 관행상 결례이기도 하다. 명함을 소지하지 않았으면 간단한 메모로 전달해도 된다. 명함을 전달하지 못한 어떤 무용인이 바로 그날 이메일로 자기 명함을 보내온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사회성의 기본을 갖춘 사람이란 인상을 갖기 마련이다. 자신을 적극 알리는 기본을 갖추고 작업에 임하면 훨씬 나을 것이다. 대중 또는 익명의 다수 앞에 서는 예술인 입장에서 자신을 어떻게 알릴지 고민했으면 한다.

▲이은영(서울문화투데이 발행인)

사회: 공연예술인 입장에서 만남은 곧 예비관객을 확보하는 활동이라는 지적들로 해석된다. 가까운 예비관객을 본격관객으로 만드는 첫걸음이 명함이라는 점을 무용인들도 모르는 바 아니겠지만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황금실: 한국공연예술센터(한팩)는 한 프로그램 안에 여러 무용인들이 참여하는 행사들을 다수 기획한 바 있다. 이 경우 같은 날 또는 다른 날에 참여하는 여러 무용가를 동시에 만나게 된다. 행사 진행하는 과정에서 무용인들 간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고, 결과에서도 그렇다. 우리와 접촉했을 때, 공연기간 중, 그리고 공연 사후, 우리와 결과를 정리하는 등의 과정에서 준비된 무용가, 준비하는 무용가가 더 인상에 남는다.

공연에서 작품 비중이 절대적이라 하더라도, 공연을 뒷받침하는 요인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 준비된 무용가의 공연에 관객이 많다. 같은 공연이라도 관객 수에 차이가 나는 것은 무용가의 역량 때문이다. 기획공연에서는 극장 측이 마케팅의 주체이긴 하지만, 우리 현실에서 무용인들의 준비성이나 의지 같은 점도 무시할 바는 아니다. 무용인이나 그 분의 작품이 마케팅에서 구심력일 텐데, 앞서 말한 차이는 구심력의 차이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참 고맙다는 반응을 끌어내는 무용인도 보게 된다.

사회: 공연 현장 일선의 경험을 토대로 하는 말이므로 더 무겁게 들린다. 무용인과 극장의 공동 협력이 관객 개발에서 중요하다는 지적에 동감한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무용가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듣고 싶다.

최진용: 무용인은 예술가이자 1인 미니 기업의 대표이사이다. 춤을 추는데 어찌 기업의 대표이사냐 라는 의식은 곤란하다. 무용인도 경영 강좌를 자주 접할 필요가 있다. 패션에서, 밀라노가 런던에 밀린 이유는 경영 수업 부재 때문이라는 진단이 있다. 우리 춤계에서 경영 의식이 더 요망된다. 물론 무용인들 나름대로 경영을 하리라 본다. 이제 경영의 범위를 넓혀 만나는 사람들을 자신의 팬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 공연 예술인이 소극장 규모에 맴도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지금 극장 경영 일선에 선 입장인데, 나의 주소록에 입력된 수백 명 무용인 가운데 연말 연초에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을 받아본 무용인은 손꼽을 정도이다.

황금실: 연초에 어느 무용인이 보낸 동영상 연하장을 받아보셨는지? 단체를 홍보하는 영상이었는데, 거기에 자

▲ 황금실(한국공연예술센터 팀장)
신이 5시간을 들여 만든 것이라는 메시지도 첨부되어 있었다.

사회: 경영 또는 경영 마인드를 연구해 자신의 공연활동에서 체질화하는 노력이 춤계에서 일반적 현상이 되었으면 한다. 무용가들 중에도 간혹 경영 공부를 한다는 말을 듣는다. 바람직한 일이다. 독자들이 참고할 만한 사례들을 소개해주었으면 한다.

최진용: 1월 7일 토요일 케이비에스 아침마당 노래자랑에 이원국발레단 단원이 자기들 단체 홍보차 나왔다. 이 단체는 매주 월요일 상설무대 공연을 4년째 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열심히 하니까 자기 홍보 차원에서 후원자도 많이 생기는 것 같다. 이철진 씨도 승무 공연을 몇 해 지속하고 있다. 어떤 무용가는 교수직을 그만 두고 다시 유학을 가서 돌아온 경우도 있다. 이런 사례들은 자기 경영을 새롭게 하려는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이은영: 나에게도 꾸준히 자료를 보내는 무용인도 있다. 그 무용가가 2011년 문래아트페스티벌에 출연한다고 해서 문래동 예술공장을 헤매며 찾아갔던 기억이 있다. 이 무용가는 자신의 개인무대만이 아니라 타 무용인들의 공연소식을 보내기도 한다. 그녀는 자기의 직계 후배가 아니더라도 후원하려는 행동을 자주 보인다. 그런 터에 2011년 12월 중순 한 문화예술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그 무용가가 간단한 공연을 마련했다. 이날 짧은 공연이었지만 참석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무대였다. 그 무대에 어느 촉망받는 청년 무용인의 춤을 소개하고, 참석자들에게 장학금을 모아주도록 부탁한 일이 있었다. 그날 즉석에서 수 백만 원의 장학금이 모였다. 그날 참석자들이 후에 장학금을 추가로 더 모아준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무용가도 자신이 어렵지만 그 청년무용인을 위해 의상비도 대는 등으로 그를 후원도 하고, 또 이처럼 다른 분들에게 후원을 부탁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아름다웠다. 혹 자신이 주변에 특정인을 편애한다는 인식을 줄 수도 있겠으나, 이를 무릅쓰고 재능 있는 무용수를 키우기 위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더 아름다워 보였다. 무용인 출신으로 기업을 경영하며 어려운 무용수들을 위해 꾸준히 돕는 미담도 있다. 우리가 보기에는 춤의 외연을 넓히는 작업으로서 매우 의미 있게 받아들여진다. 관객의 저변을 넓히면서 좋아하도록 만들고 춤 후배들을 후원하는 활동을 선배들이 앞장설 필요가 있다. 이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30~40대 무용인들이라 생각한다.

황금실: 2011년 상반기 한팩 기획공연에 참가한 어느 안무가는 식사를 걸렀다. 주변에서 식사 좀 하고 공연하라 고 사정할 정도였지만, 그는 공연 중에나 공연 후에나 계속 관객을 관리했다. 그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2011년 중반기 다른 공연에서 춤 공연 대본을 깡그리 수록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렇게 하려면 대본을 철저하게 다루어야 하고 사람들을 잘 관리해야 하므로, 아무래도 준비가 남달랐을 것이다. 이 행사 과정에서 이 무용가는 야외 공연 행사에 대해서도 계속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또 다른 아이디어를 주며 한팩에서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 물론 제가 현장 PD가 아니어서 저에게 제안해도 무슨 필요가 있겠나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제안을 들으면 대개는 한팩 내에서 공유하기 마련이므로 도움이 되거나 효과를 발휘할 경우도 적지 않다. 말하자면 이런 적극성이 필요하다.

이은영: 언론 입장에서 많은 자료를 접하게 된다. 보고 싶은 공연, 소개하고 싶은 것은 물리적으로 제한되므로 관계자나 관객이 오도록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홍보팀의 역할은 당연히 중요하고, 공공기관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민간단체인 경우도 꾸준히 보내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어느 장르에서나 텍스트가 부실해서 곤란한 경우도 있다. 프리뷰로 보내려면 프리뷰에 적절한 내용 구성이 필요하다. 우리 신문은 그 분야의 전문잡지나 일간지가 다루지 않는 것을 주목한다. 어느 분야든 전문지는 전문인들만의 리그 아닌가. 일반 관객이나 대중이 공연 보러 가려면, 매체가 필요할 것이어서 무용가와 제3의 매체가 서로 윈윈하는 방식도 모색하면 효과가 있을 것 같다.

말하자면 동반 성장 개념을 뿌리내릴 필요가 있다. 전문지나 일간지를 제외한 매체들이 지금은 많으니까, 아이디어를 무용인이 먼저 제안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반 대중들을 문화예술로 흡수하는 노력은 끊임없이 필요하다. 우리 신문도 무용인들에게서 간혹 제안을 받기도 한다. 이런 노력들이 반복되면 외연이 넓혀질 것은 확실하다.
('본 기사는 한국춤비평가협회 발간 춤웹진이 기획한 좌담기사로서, 한국춤비평가협회의 협조를 얻어 춤웹진과 동시에 게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