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칼럼]박물관 지원의 현실과 과제
[박물관 칼럼]박물관 지원의 현실과 과제
  • 윤태석(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
  • 승인 2012.03.1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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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윤태석 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

인생이나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은 이런 넋두리를 하곤 한다. ‘내가 좋은 부모를 만났으면 내 인생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내가 대한민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사업을 했으면 성공했을 텐데.’라고......,

2006년으로 기억된다. 그해는 복권기금 3년 차 지원되는 해로 지원의 방향은 사유재산성이 있는 것은 철저히 배재되고 전시와 교육에 국한되어 향유자의 서비스 분야에 맞춰진 때였다. 지원 후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경기도 에 위치한 한 사립박물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복권기금을 활용한 전시의 질적 수준을 보기위해 간 그날은 마침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을씨년스러운 날씨 탓에 관람객이 없어 박물관은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제법 잘 꾸며진 전시실을 보는데 전시된 유물 뒷벽으로 빗물이 떨어졌다. 이내 빗물은 면직류와 서지류의 유물을 적시고 있었다.

관장과 학예사, 관리직원을 합쳐 3명이 전부였던 박물관은 일순간 난리가 났다. 세숫대야를 받치고 걸레로 연신 물을 닦아도 비는 멈출 줄 몰랐다.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났을까. 어느 정도 진정의 기미가들 무렵 번뜩 수장고가 걱정이 되었다.

관장님의 안내로 수장고를 들어선 순간 자지러 질 뻔 했다. 박물관 본관 내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가 새는 것은 물론 쥐구멍도 여기저기 나 있었다. 그 모습을 함께 보던 관장님은 크게 난처해하며 정부지원이 수장고를 정비하고 보강하는 곳에는 못쓰게 되어있어 형편이 열악한 입장에서 아직까지 방수공사를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박물관을 떠나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국고가 지원되기 전에도 이 박물관은 있었고 비도 내렸다. 혹시, 관 운영에 있어 수장고관리가 다른 분야에 비해 뒷전으로 밀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비새는 박물관에 전시와 교육부분에 대한 지원은 낡고 고장 난 자동차에 화려한 칼라도색을 하는 겪이다.

이때 내게 든 생각이 바로 ‘저 유물이 차라리 박물관에 들어오지 않고 어떤 집 거실에 있었다면 더 나을 텐데......’, 박물관이 자료보존을 오히려 저해하는 아이러니를 목격한 답답한 하루였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12년 국고 지원 사업이 시작되어 시행되고 있다. 최근 지원프로그램은 전시를 전제로 한 교육과 인력에 그 방점이 맞춰져있다. 정부입장에서는 국고가 일반국민들의 혈세로 형성된 만큼 국민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지당할 수 있다. 그 과정에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을 뿐이며, 간접배당의 수단으로 전시와 교육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 박물관의 기초 역량이 취약한 곳에 대한 이러한 지원은 순서에 맞지 않다. 먼저 시급한 곳을 찾아내고 여기부터 관심을 갖는 것이 우선필요하다.

또한 사립을 대상으로 하는 학예사 급여지원과 역시 사립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사와 해설사 지원역시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학예사는 등록박물관에 의무적으로 근무해야하는 법적 필수 전문 인력이어서 지원의 명분은 일정 부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원을 받으면 고용하고 그렇지 못하면 인력을 내보내야하는 쪽으로, 왜곡된 내성이 생긴 일부 박물관을 보면 정부가 고민해야할 부분이 있다. 또한, 최근 급증하고 있는 영리법인에 대해서는 등록초기에 그 색깔을 가려 등록 승인의 여부를 분명히 판단해 주어야 한다.

아울러, 2012년부터 일정부분 관 부담금이 전제된 지원은 재정형편이 취약한 관은 지원신청 자체에서 부담을 느껴 신청자체를 못하게 하는 빈익빈 부익부현상을 조장하게 하는 요소가 있어 이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와 더불어 교육사와 해설사 지원도 역시 문제가 있다. 교육사와 해설사는 학예인력과 달리 그 수혜의 종착지는 관람객과 학생이다. 이를 전제로 한다면 교육인프라와 다양한 해설방안이 잘 짜진 관람객이 많은 곳부터 지원해야하며 해당 인력의 일자리 창출까지 고려한다면 그것이 비단 사립이 아니더라도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 역시 관 자체부담금이 있어 형편이 좋지 못한 박물관은 그림의 떡이 될 수 있음을 고민해야한다.

한편, 국고를 직접 운용하는 관련 민간 기구에서는 학예사와 교육사를 지원 못 받는 관에 해설사라도 배치해 주자는 동정심이 도는 모양이다.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학예사와 교육사지원에서 제외된 관은 해설사도 못 받을 만큼 기본 역량이 되지 못하거나 해설사가 필요한 만큼 관람객이 많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해설사는 관람객들만을 위한 인력임을 명심해야 한다. 나눠 주기 식 지원은 국고의 또 다른 낭비를 가져올 수 있으며, 내부적으로도 박물관과 할 일이 없어 해설인력 간에 갈등의 동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은 별도의 지원프로그램이 있어야한다. 관람객을 유치할 수 있는 다양한 홍보와 교육 및 향유프로그램 구축전략을 컨설팅해주거나 기본적으로 취약한 부분을 개선해 주는 지원책이 그것이다.

시급히 맞춤형 그물망 지원이 실현되어야 하며 이는 정책당국이 나서야한다. 이를 위해 전담 정책기구의 신설은 시급히 이루어져야하며 그 활동역시 크게 기대되는 이유이다.

저희 서울문화투데이가 창간 이래 ‘박물관은 지식의 보고이자 산 교육장’이라는 데 가치를 두고, ‘박물관 기행’이라는 타이틀로 매 호마다 한 면을 할애해 꾸준히 국내 박물관 소개를 해 오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특별히 한국박물관협회의 윤태석 기획지원실장이 독자여러분께 박물관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칼럼형식으로 체계적으로 전달해 드리고자 합니다. 앞으로 실릴 글은 박물관의 현황과 제도․정책․ 체계․ 지원 ․활동․ 국제 분야에 대한 내용을 총 20 여회에 걸쳐 게재할 예정입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자 약력>

▲경희대대학원 사학과 미술사전공 박사 수료 ▲국민대대학원 문화예술학과▲박물관학전공 박사 수료▲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숙명여대대학원, 국민대대학원 강사 역임

[저서]▲(공저)한국박물관 100년사 ▲국립중앙박물관,한국박물관협회▲(공저)박물관교육의 다양성/문음사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