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로 먹고살기] 무대 위 '주인공'만이 전부가 아니다!
[문화예술로 먹고살기] 무대 위 '주인공'만이 전부가 아니다!
  • 이지연 기자
  • 승인 2012.03.2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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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강사풀제, 무용동작치료사, 발레핏 등 응용분야 개척

 

미래의 우리 문화예술계가 건강하게 발전해가기 위해서는 지금 문화예술계에 종사코자 하는 청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실제로 그들이 미래 한국의 문화 동력이기 때문이다.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기획연재를 통해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총 7편을 기획했다. 그 세번째로 무용가 편을 다뤘다.    -편집자 주-

 

<목차>
1-박물관·미술관 큐레이터
2-게임 산업 종사자
3-무용가
4-미술·디자인 종사자
5-음악계
6-문학계
7-연극·영화감독

무용은 대중에게 그리 친숙한 예술이 아니다. 평소 무용에 많은 관심을 두고 사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일상적으로 무용공연을 관람하는 이들은 드물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화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인 중 1년에 한 번이라도 무용 공연을 보는 사람은 0.7%에 불과하다. 영화(59%), 연극(8.1%), 미술(6.8%), 음악(3.6%)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너무나 낮은 수치인 것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무용은 '그들만의 리그'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는 예술이다.

겉으로 '보여지는 부분'이 화려하기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은 무용인들이 무척이나 화려한 일상을 영유한다고 오해한다. 혹은 현실은 개의치 않고, 몸이 그려내는 '아름다움의 정점'에만 전념할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을 가지기도 한다. 그러나 기자가 취재를 하며 살펴본 이들은 우리와 똑같이 많은 고충을 떠안고, 깊이 고민하며 사는 사람들이었다. 이번 '문화예술로 먹고살기'코너에서는 무용전공자들의 직업세계를 면밀히 탐구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는 시간을 가졌다.

▲ 무용과 학생들 대다수가 예술중학교ㆍ예술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입학했다. 그들이 오랜 시간과 많은 에너지를 무용에 투자한 데 비해, 현실적 여건은 그들을 보상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과도하게 많은 무용과 졸업생, 전문 무용단 수용 어려워

우리나라에서 주로 무용인을 양성하는 곳은 바로 대학교다. 무용과 학생들은 적게는 5년, 길게는 10념 넘게 자신들의 예술적 기량을 갈고 닦아 대학에 입학한 고급 인재들이다. 그리고 또다시 4년 이상의 대학교육을 거쳐 전문 무용인으로 거듭난다. 이렇게 매년 전국의 대학 무용과에서는 대량 2000여 명의 졸업생이 배출된다. 그렇다면, 이 많은 졸업생들은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될까?

무용과 졸업생들은 대부분 일정한 소득과 복지가 보장되는 국공립 직업무용단에 들어가길 희망한다. 우리나라에는 국립발레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원무용단, 서울시립무용단, 경기도 시립무용단 등 대략 22개의 국공립무용단이 있는데 이들이 매년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수십 명 이내의 극소수에 불과하다. 1년에 뽑는 단원 수가 제한돼 있거나, 결원시 인력을 수시채용 하는 단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어마어마한 경쟁률 때문에 국공립무용단에 들어가는 졸업생은 거의 백 명 중 하나다. 또, 개인이 운영하는 전문무용단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무용단 단장은 주로 대학교수들인데, 학생들은 주로 자신을 지도해 준 교수님의 눈에 발탁돼 입단의 기회를 얻는다. 뿐만 아니라, 각 방송국이 실시하는 무용단원 공개채용 시험에 합격해 방송국 소속 무용수가 되는 길도 있다. 그러나 그 많은 무용과 졸업생들이 전부 공연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무용수'로 살아갈 수는 없다. 현존하는 무용단의 숫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졸업생들 숫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 무용수로 살아가는 길 외에, 무용전공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진로는 전공을 살려 남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는 것이다. 문화부는 현재 예술계통 전공자들로 하여금 교육현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학교예술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전문강사풀(pool)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무용강사풀제'도 이 중 하나로, 오디션을 보고 전문강사 자격을 얻은 전공자들은 일선 학교의 보조교사로 파견돼 학생들의 특별활동 학습을 돕거나, 선택교과 과목의 강사로 활동한다.

▲ 몸 가꾸기에 대한 현대인의 관심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많은 무용과 졸업생들이 문화센터나 스포츠센터의 강사로 취업한다.

또한 많은 무용과 졸업생들은 무용학원이나, 요가학원에서 직접적으로 사람들에게 무용을 가르친다. 현대인의 여가생활 범위가 확대되면서, 문화센터나 스포츠센터들이 그 수나 내용면에서 점점 다양화되고 있다. 교육내용도 발레, 현대무용, 대중적인 민속춤, 재즈댄스, 스포츠댄스, 에어로빅댄스, 힙합댄스 등 주로 무용을 통해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프로그램들이기에 무용과 졸업생들이 진출하기가 용이한 것이다. 덧붙여 현대인의 주요 관심사를 꼽을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웰빙'이다. 요즘 바쁜 생활 속에서도 건강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새롭게 탄생하고 있는데, 그중 '발레핏(BalletFit)'이 특히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발레핏 협회' 이사인 무용가 한류리 씨는 "발레핏은 발레의 기본동작에 피트니스를 접목한 것으로 자세를 안정시켜, 유연성 및 근력이 향상되는 운동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운동에 무용이 지닌 예술성을 가미한 발레핏에 많은 분들이 매력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류리 씨는 무용을 전공하는 후배들에게 "무용은 다양한 분야와 접목될 수 있는 예술이다."고 강조하며, "자유로운 마음과 넓은 시야를 가지고 진로를 모색하면, 전공을 활용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요즘 들어 예술이 얼마나 훌륭한 교육의 도구로 기능할 수 있는지가 과학적으로 증명되면서, '마음의 병'을 앓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무용동작치료사'라는 직업이 탄생했다. 이들은 동작으로 환자와 의사소통한다. 이를 통해, 환자들의 억압받고 응어리진 내면을 치유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병원에서는 정신병 환자, 소아정신병 환자, 발달장애 아동, 폭력성향이 짙은 아동 등의 치료에 '무용동작치료사'들이 적극 동참하고 있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요즘의 대형뮤지컬 붐을 타고 뮤지컬계에도 진출하는 무용전공자들도 있다. '모짜르트'나 '노틀담 드 파리'같은 대형 뮤지컬은, 많은 전문댄서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또한 학부를 졸업한 뒤, 공연예술대학원에 진학해 연극·무용·뮤지컬 등과 관련한 공연기획일을 맡는 졸업생들도 있다.

◆무용의 대중화, 대학 커리큘럼의 쇄신 필요

앞에서 계속 언급한 것처럼, 무용과 졸업생들이 다방면에서 자기 전공을 살려 활약하고 있지만, 사실상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현재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있는 김 모양(23)은 "하루하루 내 재능의 한계를 실감하고 있다"고 밝히고, "앞으로 닥칠 졸업과 그 이후에 펼쳐질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걱정만 늘어간다"며 한숨을 쉬었다. 또, 전문무용수가 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낮에 학원강사로 일하는 한 모양(26)은 "나처럼 졸업 이후에도 갈길을 정하지 못해 번민하는 무용과 졸업생들이 부지기수"라며, "학창시절엔 정신없이 연습에만 매진하느라, 현실적으로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고민할 틈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무용계의 '취업 활성화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에 대해 무용계에서는 현재, '전문 무용수 양성'에만 초점이 맞춰진 대학의 무용과 커리큘럼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대학의 편중된 '공연 지향적인 교육'이 학생들로 하여금, 다방면으로 진로를 개척할 수 있게 하는 안목을 심어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채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는 "우리 학생들이 무대에 서는 것만이 지상최대의 목표라고 여기는 모습을 목격할 때마다 무척 안타깝다"며, "무용이론개발, 무대연출, 교육, 영상제작, 공연기획 등 춤과 연관된 직군이 무수함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는 이런 방향으로 교육이나 지도면담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이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다.

또한 무용공연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무용은 예술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지출을 넘지 못하는 대표적인 적자예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용계 인사들 간의 우정 어린 도움으로 간간히 공연이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무용연구회 사무국에서 근무하는 오명희 씨는 "아무리 유명한 무용가가 공연을 해도 티켓판매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며, "무용공연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이 이뤄져야, 공연예술 현장의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나아가 무용전공자들의 취업이나 복지문제가 같이 해결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를 위해, 무용가들도 요즘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공연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무용계 내의 자체적인 노력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