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존재의 이유'를 빨리 찾아라
인사동, '존재의 이유'를 빨리 찾아라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2.07.0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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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상업화로 얼룩진 인사동, 마지막 '문화의 거리'로 남아주길

'풍속_오늘 들은 말. 신사동 가로수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상대방이 무심하게 말했다. 문화의 거리가 끝장날 때 나타나는 현상 중의 하나는 그 거리에 스타벅스가 생겨날 때지요. 근데 그건 뉴욕에서도 그래요.'

영화평론가 정성일씨가 8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이 글을 본 순간 바로 머리에 떠올린 곳이 있었다. 종로 인사동. '전통이 살아있는 거리'로 알려져있지만 이제는 점점 '존재의 이유'를 고민하고 있는 곳, 인사동 말이다.



오래 전 인사동에 스타벅스가 들어선다고 했을 때 '전통의 거리'에 외국 커피업체가 들어서는 것을 보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기억이 있다. 결국 스타벅스가 들어서긴 했지만 그 당시만 해도 그것은 부조화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곳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곳이 됐다. 이를 기점으로 프랜차이즈들이 우후죽순으로 인사동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인사동을 전통의 거리, 문화의 거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이 인사동을 가는 이유는 사실 단 하나다. 그냥 구경가는 거다. 종로에 온 김에 구경이나 한 번 해보자고 인사동을 한 바퀴 도는 것이다.

하지만 한 바퀴를 돌아도 이전의 감흥은 찾아볼 수 없다. 전통 공예품과 전통 찻집, 한옥 등 인사동을 지켰던 터줏대감들은 서서히 뒤로 밀려나고 대신 커피숍과 한류를 타고 방문한 일본, 중국 관광객들을 주타겟으로 하는 화장품 가게, 한류 아이돌 가수들을 내세운 기념 상품들이 인사동의 주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밤이면 인사동 마당엔 포장마차가 세워진다.

인사동은 문화와 전통보다는 상업이 판치는, 오래된 전통 찻집이나 술집에서나 겨우 문화를 찾아볼 수 있는 그저 그런 서울의 장소로 전락하고 있다.

이제 인사동은 '존재의 이유'를 생각해봐야 할 때다. 인사동은 그저 관광객들에게 기념품을 팔고 공예품을 파는 곳으로 머물러야 하는 것일까? 인사동을 보존하던 혹은 개발하던 중요한 것은 인사동이 왜 서울의 '관광지'가 되어야하는가하는 것이다.

케케묵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50년대 문화인들의 애환이 서려있던 명동은 60년대에 접어들면서 문화인들의 공간인 다방과 술집, 문화공간들이 사라진 대신 패션몰 등 상업적인 업소들이 들어섰다. 그 결과 명동은 화려한 '패션의 거리'가 되었지만 문화의 거리라는 흔적이 사라지면서 '문화박물관'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채 상업화가 판치는 도시가 되고 말았다.

그 빈 자리를 채워줄 것이라 믿었던 인사동도 서서히 상업의 그림자에 뒤덮이고 있다. 결국 스타벅스 하나가 인사동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버린 것이다. 얼마전 '인사동 문화지구' 조례를 놓고 공청회가 열렸다고 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인사동의 '존재의 이유'를 생각하는 자리가 됐을 것이란 생각을 하고 싶다.

이제 우리에게 '문화의 거리'라는 것이 남아있을까? 지금 시대에 '문화인의 공간' 운운하는 건 시대에 맞지 않은 생각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그저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묵살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사라졌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뒷북은 이제 그만 쳤으면 좋겠다. 인사동은 어쩌면 그 뒷북을 치지 않을 마지막 장소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