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극 '허풍'의 두 주역 김정균·주원성
[인터뷰] 연극 '허풍'의 두 주역 김정균·주원성
  • 윤다함 기자
  • 승인 2012.08.07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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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가진 코믹캐릭터를 즐겨주세요”

지난 1일 오후 폭염이 내리쬐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성대 입구에 자리 잡은 극단성좌의 연습실은 폭염보다 더한 열기가 내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극단 성좌의 ‘허풍’ 공연에 몰입하고 있는 배우들은 마치 바깥세상과는 단절된 사람들처럼 그들만의 세상 속에서 울고 웃고 있었다. 연습이 끝난 직후 주인공 ‘허풍’ 역의 김정균과 ‘한 부자’ 주원성을 따로 만나 작품에 임하는 자세와 각오, 간단한 그들의 근황을 들었다.

연극 '허풍'의 '허풍' 역의 김정균(좌)과 '한 부자' 역의 주원성.

 -‘허풍’에서 각자 맡은 역할 소개를 부탁한다.
김정균(이하 김) 
: ‘허풍’을 맡았다. ‘힘들어도 좀만 참아라. 곧 좋은 날이 올 거다.’라고 미래지향적인 허풍을 치는 캐릭터이다. 그렇다고 남에게 사기를 친다거나 피해를 주진 않는다. 희망을 갖고 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요즘 시대에는 사람들이 겉치레에 치중하지 않나. 소비성향도 패션적으로 흘러가고… 내적인 건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그저 외적인 것에만 집중하는 이 시대에는 거짓이 만연해 있다. ‘허풍’을 보고 자기 자신을 좀 돌이켜보길 바라는 풍자가 담겨 있기도 하다. 
주원성(이하 주) : 졸부지만 딸을 사랑하는 ‘한 부자’ 역할이다. 허풍에게 허풍을 당하지만 결국엔 해피엔딩이다. 무식하지만 돈은 많은 그런 부류인데, 가만히 보면 아주 평범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극단 성좌의 퓨전코미디 '허풍'

 -이번 공연이 두 사람에게 주는 특별한 의미기 있다면?
: 연출과 학교에만 신경 쓰다가 2년 만에 무대에 서는 거다. 더군다나 해본 적 없는 역할이라 새로운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 여러 만감이 교차되기도 한다. 이번 작품에서 안무 등 예술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어서 힘들기도 하다.
: ‘허풍’을 제의 받았을 때, 이런 가벼운 캐릭터 말고 좀 더 진중하고 무거운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했었다. ‘허풍’은 굉장히 까부는 스타일이지만 실은 그 내면에는 외로움이 있다. 하지만 허풍의 마누라는 사근사근하지 않고 허풍에게 소리만 지른다. 허풍은 주변에 마땅한 놀이문화도 없어서 그저 허풍이나 치고 다니는 거다. 난 허풍이 우리나라 40대 남성의 표상이라고 느꼈다. 거기서 난 내 자신을 봤다. 관객들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이 시대 사람들도 다 속고 살고 있지 않나. 사회에 속고, 정치에 속고… 작품에 삶을 뒤바꾸고 물갈이를 하자는 뜻을 담았다.

-작품의 관전 포인트는 어디인가?
: 효과음과 음악이 많이 들어가 있다. 시각적 요소로서 만화적인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이고, 동시에 음악으로 청각적인 부분을 채워주니 굉장히 총체적인 공연이라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스토리는 뻔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스타일을 담은 새로운 장르의 공연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흥미로울 거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탤런트 김정균
: 극단 성좌가 지금까지 정극만 하다가 퓨전코미디를 한다니 아마 연극마니아들에게 많은 궁금증을 줄 것 같다. 내용 자체도 재밌지만, 배우들 연기에서 코미디 요소가 잘 살려져 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코믹함과 내 연기의 모든 걸 담아 보여주려고 한다. 극장이 협소해 무대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다. 무더운 여름날 관객들이 마음껏 제대로 웃고 가길 바란다.

-김정균 씨는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 배우란 직업은 무엇인가 하나는 포기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배우의 결혼생활 역시 배우자가 조력자로서 함께 노력을 해줘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가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가 없다. 배우는 전쟁터의 장수라고 보면 된다. 화살이 마구 날아오는 상황에서 칼싸움을 해야 하는 와중에 집에서 전화가 계속 온다면 어떡하겠나. 실은 난 애기엄마가 날 놔줘서 오히려 너무 고맙다. 그 전까지는 매번 미안해야하고 마음이 무거워서 연기에도 그런 점이 드러나곤 했었는데, 지금은 아주 후련하다. 다만 딸을 5년째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이 얘기를 하면서 김정균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또 뒤늦게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고 들었다. 서울예대 연극 학사과정을 이수하고 현재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 석사과정 중에 있다. 늦깎이 공부에 열을 올린 까닭은?
: 폭행사건 이후 방송출연정지를 받고, 재판 기간만 4년이었다. 그동안 방송으로는 수입이 없어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러던 중 주변에서 강의제의가 들어왔다. 그러자 주위에서 2년제 졸업하고 어떻게 교수가 됐냐며 자극을 주기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4년제 학사를 받고 지금 대학원에서 마지막 학기만 남겨놓고 있다. 공부를 해보니 지금까지 내가 너무 막연하게 연기를 했단 생각이 들더라. 이론을 아니까 뭔가 눈에 더 보이기도 하고, 그러면서 재미도 느끼고…

뮤지컬 배우 주원성
-주원성 씨는 뮤지컬 1세대로서 뮤지컬 붐을 이끌었다. 현재 뮤지컬은 성황을 이루고 있긴 하지만 작품성보다는 스타배우 위주로 가고 있다.
: 뮤지컬은 내 터전이고 집인데, 처음엔 아이돌이나 연예인들이 뮤지컬에 출연하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 아이돌이 실력까지 갖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출연을 반대하진 않는다. 가끔 후배들이 어디 가서 돈 못 받았다고 말하는데, 그때 제일 가슴 아프더라. 다들 먹고 살려고 하는 건데, 뮤지컬계 장사가 잘 되면 좋은 거 아니겠나. 작품을 얼마나 더 치밀하고, 관객을 위해 만들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뮤지컬 제작에도 관심을 보였는데…
: 배우로서의 욕심으로 해본 건데, 정작 얻은 건 그게 내 길이 아니란 걸 절실히 깨달은 것과, 내 길이 무엇인지 더 정확히 알게 된 거다. 어찌됐든 잘 되고, 못 되고 간에 내 욕심은 채웠으니 됐다고 생각한다. 내 스스로 망해보지 않고, 깊은 곳에 빠져보지 않았더라면 알 수 없었을 거다. 이제 더 이상 제작에는 관심이 없다. 안무와 연기에만 집중하고 싶다. 배우로서 차분하게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이번 공연이기도 하고…

-원래 뛰어난 안무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번 공연의 안무도 담당했다고 들었다.
: 춤동작이 화려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 드라마에 어울리는 동작 위주로 했다. 현대적인 음악과 마당극의 동작들이 자연스럽게 묻어가는 공연을 볼 수 있을 거다.

-연습이 한창이다. 에피소드가 있나?
: 일단 정균이하고 같이 하면 너무 웃기고 재밌다. 너무 웃겨서 연습진행이 잘 안 될 때도 있다. 정균이덕분에 매일 유쾌하게 연습하고 있다.
: 이번에 ‘황 서방’ 역할을 하는 신인배우가 있는데, 마치 이주일 선생님이 살아 돌아온 것 같다. 아주 재밌다. 처음엔 연기를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냥 연기를 그렇게 하는 친구였더라. 아마 이번 공연에서도 그 친구만 눈에 들어올 것 같아서 빨리 잘라 버려야겠다.(웃음)

극단 성좌 연습실에서 '허풍' 출연진들의 연습 장면.

인터뷰를 마치자 마자 두 사람은 연습실로 곧바로 향했다. 더 많은 땀을 흘려야 관객들에게 보여줄 것이 더 많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