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꽃
안도현 시인
이 세상 가장 서러운 곳에 별똥별 씨앗을 밀어올리느라 다리가 퉁퉁 부은 어머니,
마당 안에 극지가 아홉 평 있으므로
아, 파꽃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나는 그냥 혼자 사무치자
먼 기차 대가리야, 흰 나비 한 마리도 들이받지 말고 천천히 오너라
*나는 어릴 때 파꽃을 바라보면 뽀골뽀골 파마머리를 한 외할머니 모습이 떠올랐다. 외할머니 흰 머리칼을 쏘옥 빼닮은 허연 그 파꽃에 앉아 꿀을 빨고 있는 벌들이 형님과 나, 남동생으로 보였다. 그 촘촘촘 피어난 하얀 파꽃에 사뿐사뿐 앉아 낚싯줄 같은 긴 빨대로 꿀을 빨며 날개를 파르르 떨고 있는 나비들이 막내 누이처럼 여겨졌다.
이소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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