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컬럼] 공연계의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컬쳐컬럼] 공연계의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 김승국(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 승인 2013.05.3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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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얼마 전 모 일간 신문에 ‘클래식·오페라·뮤지컬 공연계는 지금 빙하기’라는 기사를 읽었다. 공감이 가는 기사였다. 연극, 국악, 대중음악 공연은 클래식, 오페라, 뮤지컬 공연계 보다 훨씬 전에 빙하기를 겪었고, 지금도 빙하기는 계속 중이다.

그동안 기업후원금이 클래식·오페라·뮤지컬 장르에 집중되었었는데 기업에 대한 고강도 규제와 내수 침체, 엔저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서 기업들의 후원금이 현격히 줄어들고 있어 기업 후원에 크게 의지해오던 클래식·오페라·뮤지컬 공연계는 지금 패닉 상태에 빠져들어 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메세나 분야 큰손이었던 신용카드사와 은행, 증권사, 백화점들이 그동안 자사 고객 선물용으로 클래식 음악회와 뮤지컬 공연 티켓을 대량 구입해주었으나 카드사들은 정부 규제로 신용카드 발급 기준이 강화되고 매출이 급감하면서 공연계를 도와줄 형편이 아니고, 은행과 증권사들도 새 정부 출범 후 `물갈이 인사`가 진행되고 있어 공연예술계를 돌봐줄 여유가 없으며, 백화점들도 매출 저조로 우수고객 선물용 티켓구입에 몸을 사리고 있다.

그동안 `한류 아이돌`이 나오는 뮤지컬을 보러 오던 일본 관광객들도 북한의 잇단 도발과 한ㆍ일 관계 경색으로 급감하고 있으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요 고객인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도 티켓 판매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공연장을 운영하고 있는 나로서는 장기적인 경제침체로 매년 티켓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고객의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여 품질 높은 공연을 기획하고 다양한 홍보 전략을 구사해보지만 매번 티켓 판매의 부진으로 공연 때 마다 피가 마를 지경이다.

지난달 거장 로린 마젤이 지휘하는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흥행에 실패하였다고 하고  세계적인 뮤지컬로서 흥행 보증수표라고 불리던 남아프리카 뮤지컬 우모자 역시 흥행에 실패했다고 한다. 

요즘은 공연은 할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휴업을 하는 기획사가 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공연을 제작하여 공연을 올리던 민간 극장들도 기획공연을 중단하고 대관공연으로 연명을 하는 민간 극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이 공연계의 빙하기라면 빙하기가 끝날 때 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겨울이 오면 곰이 동면에 들어가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듯이 공연계는 빙하기가 끝날 때까지
생명을 보존할 방책을 찾아야한다.

공연계는 기업이 장기적인 세계경제 불황과 내수 침체로 공연계에 대하여 후원 및 투자를 할 여유가 현격히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인 재원을 운용하고 있는 정부의 정책 및 예산편성 방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는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기반구축 이 4가지 영역을 국정지표로 삼고 중점 투자하겠다고 천명하였으며 국가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기획재정부도 내년도 예산편성을 그러한 방향으로 편성하기로 하였다.

공연계의 관심 영역인 새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국문화 진흥, 문화예술 창작기반을 마련하고 문화복지 등 소외계층 문화향유 기회 확대를 통하여 ‘문화융성’을 이루겠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장애인?어르신 문화활동 지원, 문화바우처 등을 통해 계층?지역 간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생애주기별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는데 집중투자하고 창작뮤지컬?공연예술 등 창작지원과 공연예술활용 관광자원화 등 창의적 콘텐츠 발굴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집중투자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연계는 문화복지 등 소외계층 문화향유 기회 확대 정책에 깊은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국가 기관이나 지자체 및 지방 문화재단 등이 주관하는 문화복지 및 공연예술 지원 프로그램이 어떠한 것들이 있으며 언제, 어떠한 방법으로 공모를 하는 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여, 치밀한 대책을 세워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초중등교육에 있어 ‘꿈과 끼를 키우는 창의교육’을 하겠으며 이를 위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투자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계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법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교육시장은 매우 큰 시장이며 지속적이고 예측가능한 안정적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내가 관리하고 있는 노원문화예술회관도 3년 전부터 초등학생들의 창의인성체험 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초등학교 학생들이 정규수업시간에 1년에 4회 지역 문화공간인 노원문화예술회관 및 구민회관에 와서 공연도 보고 체험도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인 ‘교과서 예술여행’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반응이 매우 좋아 타 지역 초등학교 및 문화공간으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으며 예술단체의 수익 향상과 공연예술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내년 국가경제가 다소 완만한 상승세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적어보이므로 공연계의 빙하기는 내년도도 계속될 것이다. 공연계에 종사하는 공연예술가들과 예술단체는 살아남기 위하여 불필요한 군살을 빼어 최대한 몸을 가볍게 하고 내적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