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 예술성 갖춘 저변확대와 우수 레퍼토리 축적할 것”
“국립현대무용단, 예술성 갖춘 저변확대와 우수 레퍼토리 축적할 것”
  • 김인아 기자
  • 승인 2013.08.31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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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애순 신임 예술감독의 취임간담회 현장

“국립현대무용단이 ‘국립’ 예술단체로서 지녀야 할 대표성, 공공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레파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관객층을 대상으로 예술지향적으로 풀어낼 것이며 동시에 대중적인 작업들도 함께 진행할 것입니다.”

7월 말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안애순(53) 감독은 지난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공연연습장 현대무용스튜디오에서 열린 취임간담회에서 향후 임기 3년 동안의 운영계획과 신규사업의 방향 등에 대해 포부를 밝혔다.

홍승엽 초대 예술감독에 이어 2대 예술감독을 맡은 그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우수 레퍼토리 축적과 대중과의 접점 마련을 강조하며 이를 위한 방안을 야심차게 풀어냈다.

▲ 안애순 신임 예술감독 (제공=국립현대무용단)

안 감독이 생각하는 국립현대무용단의 핵심은 열린 무용단. 그동안 난해하고 복잡한 예술장르라고 인식됐던 현대무용을 계층과 지역, 세대를 아울러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현대무용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안 감독은 “새로운 무용언어를 만들어내는 선두집단으로서 이 시대의 창작을 책임지는 것과 동시에 현대무용을 많은 관객들에게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지 끊임없이 구상하고 있다”며 창작에 대한 진지한 접근으로 예술성을 놓치지 않되 대중성을 강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국립현대무용단이 제시한 2014-2016년 중장기 운영방안에서는 프로그래밍적 측면을 보다 다각도로 구체화한 노력이 엿보인다. 그간 공연을 중심으로 공연장에서만 볼 수 있었던 현대무용에서 벗어나 관객이 참여해 스스로 경험할 수 있는 워크숍, 커뮤니티 프로그램, 강좌, 오픈리허설 등의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과 관객 개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안 감독은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크다. “대중이 현대무용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체험해 보는 것”이라면서 현대무용이 생소한 지역을 찾아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교육 체험으로 몸소 춤춰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면 현대무용을 보다 친근하게 느끼고 춤과 무용수에 대한 이해가 늘 것이라는 생각이다. 나아가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의 문제를 예술로 치유시키고, 프로와 아마츄어의 경계를 허물어 무용예술의 가능성을 확장시킬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다.

▲ 21일 오후, 예술의전당 내 국립예술단체공연연습장 현대무용스튜디오에서 열린 취임간담회에서 안애순 신임 예술감독이 향후 국립현대무용단의 운영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안 감독의 또다른 과제는 국립현대무용단을 대표하는 우수 레퍼토리를 축적하는 것. 이를 위해 안 감독은 극장에 갇힌 공연을 벗어나 다른 장르와 협업에 적극 나선다. 뿐만 아니라 학술연구사업을 신규로 추진, 건강한 무용담론을 형성하고 창작·연구·공연이 상호작용하는 체계를 만들어 창작의 질을 높일 예정이다. 또한 개인 창작 작품에 머무르지 않고 훌륭한 안무가들을 다수 초빙해서 다양한 우수 레퍼토리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 감독은 “현대무용이 작은 스튜디오 안에서 젊고 실험적, 예술적인 것만 강조되다보니 일반 관객과 멀어지고 그들의 이해를 돕지 못한 듯하다”며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인형> 같이 가족모두가 관람할 수 있는 작품,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레퍼토리를 만드는 것이 바람”이라고 밝혔다. 안 감독이 오는 12월에 선보일 신작은 가족, 세대 간의 이야기를 담은 춤 공연이며 앞으로 무용계의 세대를 아우르는 작업도 염두하고 있음을 내비췄다.

동시에 대중성에 치우쳐 작품의 예술성을 간과하는 것은 지양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중화라는 이름 아래 쉽게만 접근하면 이 시대의 창작정신, 지금의 예술을 후대에 전할 때 면목이 없을 것”이라며 “진지하게 연구하고 작품에 몰두해 창작 작업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직운영의 측면에서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은 프로젝트 컴퍼니 특성에 맞춰 고정 단원 없이 매 작품마다 오디션을 거쳐 무용수를 선발해왔다. 선발된 무용수는 3~4개월의 공연준비 후 공연이 끝나면 해체돼왔지만 앞으로는 최대 11개월까지 계약해 여러 개의 작품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프로젝트 단원제를 보완하는 이 같은 제도적 개선은 무용수들에게 보다 안정적인 작품 활동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립현대무용단은 안애순 예술감독 취임 후 첫 번째 프로젝트인 젊은 무용가초청공연 <11분>을 내달 5일부터 8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김보람, 이준욱, 지경민, 허효선, 최수진 등 5명의 젊은 춤꾼들이 파울로 코엘료의 동명소설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만의 춤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