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 중앙과 지역의 二分法
文化, 중앙과 지역의 二分法
  • 김영욱 서대문문화예술회관 관장
  • 승인 2009.07.24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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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과 지역은 쌍방향 협력체제 갖춰야

최근 들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문화지형도가 많이 바뀌고 있다.

한때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 등이 우리나라 공연장을 대표하고 또 거기서 이루어지는 대형 공연예술 작품들이 시류를 대표하는 작품들의 대명사가 되곤 했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의 일이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서울과 수도권 자치단체의 재단법인이 도미노처럼 속속 생겨나면서 이제는 그러한 예전의 소수 대표 공연장의 개념이 빠른 속도로 희석되고 있다. 대신 서울 자치구와 경기도 중ㆍ대도시에서 설립되는 법인 운영형태의 공연장 개념이 그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서울의 몇몇 신설 법인 운영형태의 극장들과 경기도 지역의 법인체 공공극장들은 과거 대형 극장들의 공세적 공연작품들이 무색할 만큼 경쟁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는 상당 수의 수도권 신설 자치단체 문화재단들이 주로 공연장 운영의 주체가 되어 중앙의 대표적 공연장과 같은 형태를 끊임없이 동경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많은 수의 지자체 공연장들은 대형 예산을 앞세워 세종문화회관이나 국립국장 등의 공연을 흡수하고, 나아가 해외 유명 브랜드 작품들을 독자적으로 수입하기도 한다

이와는 반대로, 중앙 단위의 문화기관들은 몇 년전부터 중앙에서 지역 지향의 정책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예컨대, 문화예술위원회가 기존의 사업들 가운데 상당 부분을 ‘지역 협력형 사업’으로서 지방으로 이양했거나 또는 추진 중이다.

문화예술교육진흥원 역시 ‘문화기반 시설 연계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중앙에서 지역 중심의 지원 시스템으로 사업의 무게 중심을 이동시키고 있다. 즉, 지역의 문화재단은 중앙을 지향하고, 반대로 중앙 문화기관은 지역을 지향하고 있는 양상이다.

지역문화재단이 공연장 운영에 무게 중심을 둘 때 제기되는 문제는 정체성에 관한 문제다. 지역의 문화적 역사적 특성과 연계되어 향토문화사업, 지역예술가 지원 등 다른 지역과의 차별화와 특성화를 도모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대부분은 그렇지가 않다. 또 중앙 기관의 프로그램 지원사업이 지방으로 분산됨으로써 나타나는 실질적 효과는 현재까지는 미지수다.

일종의 대세적 흐름처럼 설립 붐을 이루고 있는 지역 문화재단이 단지 중앙 공연장 모델만을 선망한다면 결코 바람직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또한 중앙정부 산하의 문화지원 기관들이 고유의 사업 영역을 분리해서 지방으로 떼어주는 단순 방식의 이관 형태 역시 바람직한 모델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중앙과 지역의 긴밀한 교감이다. ‘중앙’이 ‘지역’을‘ 필요로 하고 ’지역‘이 ’중앙‘과 파트너쉽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역은 상대적 개념이 아닌, 상호 지향의 공동체적 입장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동 인식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중앙과 지방은 대립 구도 아니면 상호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어 쌍방향의 협력 체제보다는 출구 없는 평행선을 달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다시 말해 이제는 중앙과 지방은 이분법적 개념이 아니라 통합론적 개념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그리고 모든 정책의 출발은 여기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21세기 문화의 세기’라든가 ‘문화의 글로벌’이라는 거창한 화두는 아니더라도 지역이 중앙을 헤아리고 중앙이 지역을 포용할 때 현재진행형의 모든 실험들은 미래지향의 건강한 답안들로 열매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김영욱 서대문문화예술회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