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지휘자 이영칠①]"한국인 음악성 가장 높아"
[인터뷰-지휘자 이영칠①]"한국인 음악성 가장 높아"
  • 인터뷰:이은영 편집국장,정리:강다연 기자
  • 승인 2015.08.2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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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수 오케스트라 지휘 경험 "한국인 음악가들 기량 출중, 인재 키워야"
▲ 지휘자 이영칠

유럽에서 주로 활약하는 지휘자 이영칠이 지난 7월, 국내 오케스트라를 처음으로 지휘했다. 창원시립교향악단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연주를 마치고 잠시 국내에 체류 중인 그에게,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낸 소감과 함께 음악 이야기를 청했다. 두뇌 회전만큼이나 말이 빠른 그는, 짧은 순간에도 새로운 화제를 끌어냈다. 우선, 서양에서 클래식하는 동양인에게 선천적으로 부과되는 페널티를 업고도 유럽에서 인정받는 지휘자가 된 과정과 비결부터 들어봤다.

"실력으로 해외 오케스트라에 초청 받는다"

-한국인으로 전 세계 크고 작은 오케스트라로부터 러브콜을 많이 받고 있다. 그 비결이 무엇인가?
전 세계에서 유명한 한국인 연주자가 적은 상황이라, 서양인들은 내가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일본인인지도 구분 못 한다. 특히 러시아 음악인들은 자존심이 굉장히 강해서, 아직도 러시아에 동양인 지휘자를 초청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편이다. 하지만 난 함께 연주자한 연주자들이 초청해 준 경우가 많다. 한 번, 두 번 초청연주 하다 보니 자주 연주하게 됐다. 가장 최근에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와 공연 했을 때 팔린 티켓이 최근 러시아 내에서 굉장히 비싼 티켓이었고 거의 매진이었다.

러시아인들의 정서와 잘 맞는다는 얘기인데,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주제음악이 러시아 전통 가곡(‘백학’)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노래 좋아 하는것 처럼, 러시아 사람들도 우리나라 정열적인 성격과, 흥과 한의 아픔이 서려있는 아리랑과 우리 전통 음악을 좋아한다. 
우리나라 사람도 러시아 사람처럼 다혈질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러시아인들의 성격의 공감해, 내가 지휘할 때 러시아인들이 놀라며 아시아인이 어떻게 러시아의 정서를 아느냐고 되묻곤 한다

-지휘자로 무대에 선 시간(약 11년)이 길지 않은 데 비해 많은 공연을 해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연주는 독일에서 가장 큰 행사가 제야음악회와 신년음악회인데, 함부르크는 10년 동안 항상 베토벤 9번을 연주했다.

원칙대로라면, 지속적으로 독일 지휘자가 지휘 했는데, 베를린 필 전 악장 가이 브라운슈타인(이스라엘 출신)과 나와 함께 연주회를 본 후 함브르크 상임음악감독이 나를 초청해서, 2013년 제야/ 2014년 신년 음악회에 지휘하는 영광을 얻었다.

제야/신년 음악회때 많은 관객이 와서 공연은 성공적이었고 전원 기립박수도 받았다. 제야 음악회가 성공하면, 신년음악회엔 같은 프로그램이라 관객이 많지 않을거라 생각 됐는데 제야보다 신년 음악회에 더 많은 관객이 왔었다 다시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 덕이었다.

▲ 지휘자 이영칠

-유럽에서는 발을 굴러야 진정한 환호라던데?
제야는 전원 기립, 신년음악회는 발을 구르며 환호했다. 독일 음악으로, 독일인 평단과 독일 관객 앞에서 독일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데 독일인들이 가장 어려워한다는 베토벤 9번을 동양인이 해냈을때 많은 찬사를 받았고, 더 좋은 환호는 발을 구루는 거라고 했다.

일본엔 2011년,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분카무라 오차드 홀에서 주최한 콘서트로 처음 갔다. 전 세계에서 그해에 가장 유망한 젊은 지휘자 4명을 뽑아 그 홀에서 공연했는데, 그들중 2년 후에 내가 다시 초청되어 다시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 악장이, “가장 중요한 연주회 때 다시 초청 하겠다”고 하더니, 2013년 NHK 88주년 기념 행사에 초청했다. 그리고 내가 아시아에선 유일하게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 A팀과 B팀을 모두 연주한 사람이 됐었다. 오케스트라는 A팀과 B팀이 있다. 1군, 2군 개념이 아니라 악장이 다르며, 하나는 정기연주였고 다른 하나는 NHK 방송사 행사 연주였다.

-소피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소피아 필')의 종신객원 지휘자라고 알고 있는데, 그게 어떤 의미인가?
객원지휘자는 1년에 2~3번 밖에 연주를 못 한다. 그런데 내가 초청받아 연주할 때 많은 관객들 다시 초청하길 선호하니 종신객원 지휘자 역할을 주었다.

-본인의 성공 요인은 뭐라고 보는지?
내 개인적인 느낌은 한국인이 가진 다양한 감정 스펙트럼 때문이 아닐지.... 우리 민족에게 잘 어울리는 음악은 어떻게 보면 러시아쪽 음악으로 프로코피예프, 스크랴빈, 라흐마니노프 차이코프스트 등등으로, 자주 연주하다보면 감정에 깊이 빠지게 되고, 더깊이 이해하고 몰입해서 연주하다 보니, 러시아에서 더 많이 인정하고 다시 나를 초청하는거 같다.

▲ 지휘자 이영칠 (사진제공=메노뮤직)

그리고 대도시 공연이든 작은 소도시 공연이든 매 공연마다 전투적으로 공연에 임하며, 모든 공연에 최선을 다하고 한국인의 자긍심을 갖고 매회 연주에 집중한다. 그러다 보면 감동적 연주는 따라오는것 같다. 1년에 60회 연주에 3일 리허설 하면 180일 연주 한다. 그게 연습 아닌지... 내가 연주하는 레퍼토리만 200개가 넘는다.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레퍼토리를 늘릴 수 있었던 건, 같은 곡을 연주하기 보다 새로운 곡에 도전하는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2010년에 소피아 필과 내한해서 5회 연주를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성남아트홀, 고양아람누리홀, KBS홀에서 연주했을때 모든 레파토리를 다르게 다른연주자와 연주했던 것도 그런 연유였다.

▲ 지휘자 이영칠

"솔직하게 말하고 자신있게 말한다는 평을 듣는다"

-자신만만하다.
난 사실을 얘기하고 싶어서 솔직하게 말하는데, 보고 듣는 입장에 따라 천편일률적으로 다르게 느끼는 것 같다. ‘왜 그렇게 자신만만한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빠른 시간에 여기까지 온 걸 이해 못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의견도 틀리다고 생각은 들지 않지만, 나와 대화나 내 음악을 들어본다면 이해가 될거라 생각한다.

“내게도 한국인 예술가를 지원할 힘이 주어진다면....”

-많은 레퍼토리를 했는데 한국곡을 연주한 적이 있는지.
세계적인 지휘자들은 자국인 음악인들을 우선으로 연주하고 자국 연주자를 키우는데 앞장선다. 그래서 나또한, 외국 연주회에 초청 받을때 기회를 만들어 한국 음악의 우수성을 알리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임준희 작곡가의 심포니 ‘한강’, ‘댄싱 아리랑’ 등을 유럽무대에서 연주했다. 지난번에 소피아 필과 우리나라 전통곡 ‘한오백년’도 오케스트라 버젼으로 편곡해 우리나라 악기 태평소와 피리 협연자 김형석씨를 초청해서 감동적인 공연도 연출해 많은 박수 갈채를 받았고 관객들은 우리나라음악에 매료되었다고 평했다.

-창원 시향과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으로 안다. 참석하진 못했지만 들리는 평이 좋다.
우리나라 오케스트라를 처음 지휘해 봤는데, 상당히 놀랐다. 내 생각이지만 일본보다 훨씬 잘했다.

-단원들이 말인가?
그렇다. 일단, 음악성이 뛰어났고, 지휘자에 대한 믿음과 존경으로 내가 지휘하는 데로 잘 따라줘서 나도 편하게 지휘했다. 내 꿈이 한국오케스트라를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만드는 일인데 이번 창원시향을 통해 한국 오케스트라를 세계 최고로 만드는 건 어렵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이때 들었다. 이번 창원 연주는 나 스스로도 감동했다. 차이콥스키 심포니를 처음 연주해 보는 것도 아니고, 많이 연주했는데도 끝날 때 울컥하더라. 해외 오케스트라와 연주해도 이 같은 느낌은 없었던 거 같다. 서울 관객들이 지방 오케스트라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다른 컬러의 음색을 선사해 줬고, 창원 시민들도 창원시향의 새로운 컬러의 음색에 많은 박수갈채를 보내줬다. 다시 한번 더 많은 관객들에게 이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편에 계속]

지휘자 이영칠은 미국 매네스 음악대학(Mannes College of Music)에서 학사·석사 학위, 뉴욕 주립대학에서 박사 학위 취득 후 불가리아 소피아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공부했다. 

새로운 해석과 탁월한 표현으로 200회 이상의 유럽 연주회에서 언론과 비평가들에게 호평받으며 동양인 최초 소피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종신 객원지휘자에 임명된 것을 비롯, 2009년 7월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초청 공연, 2009년 7월 일본 NHK심포니 “차세대 거장 지휘자 프로그램” 초청 연주(도쿄 Orchard Hall), 2010년 1월 KBS 수요기획 “지휘자 이영칠 동유럽 클래식 영토 확장기” 방영, 2010년 11월 핀란드 Jyvaskyla(자바스쿨라) 심포니 오케스트라, 2010년 12월 터키 이즈미르 심포니 오케스트라, 2011년 1월 도쿄 뉴 시티 심포니오케스트라, 2011년 4월 러시아 모스크바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지휘 (한국인 지휘자 최초로 차이콥스키 콘서트 홀에서 지휘) 등을 맡아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3년 1월에는 독일 함부르크 심포니, 소피아 필하모닉, 모스크바 필하모닉 등 세 군데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를 지휘하기도 했다. 가는 곳마다 "한국인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이영칠 지휘자는 연주회 프로그램에 한국 음악과 한국 음악 작곡가의 음악을 포함시켜, 유럽에 한국 음악을 알리는 데도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