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전통연희 발전 논의 이뤄져야-②
국회에서 전통연희 발전 논의 이뤄져야-②
  • 박정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8.2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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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연희 기반하는 한국 대표 브랜드 공연예술 작품개발의 실천적 방안 모색-2

- 기사 1에서 이어집니다.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334

전통연희 발전하려면 뮤지컬 제작시스템의 연희적 원용 필요
세 번째 발제인 ‘한국 대표 브랜드 문화예술 제작 방향 모색’은 윤중강 문화비평가 공연연출가가 맡았다. 윤중강 발제자는 전통연희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 대표 브랜드 공연예술 작품개발을 달성하기 위해 버려야 할 것과 추구해야 할 것을 제안한다.

▲ 윤중강 문화비평가 공연연출가가 ‘한국 대표 브랜드 문화예술 제작 방향 모색’ 발제를 한 가운데 한상일 전통공연예술 연구소 이사장의 토론이 이어졌다.

우선 버려야 할 것으로는 ‘풍물’ 중심에서 벗어나라는 주문이다. 한국의 새로운 연희를 위하여 풍물은 필요조건이 분명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전통연희에서 풍물은 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을 때 사용되는 경우를 자주 보아왔다. 풍물이 가지는 흥으로 말미암아 작품적으로 해결, 혹은 무마되었다는 느낌을 받기 쉽지만 성숙한 전통연희가 되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풍물의 사용은 지양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학교 중심에서 벗어나라는 주문이다. 교수와 학생 사이의 결속관계를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보고, 사제 관계로 결속된 단체에게 지원을 해주는 형태로는 훌륭한 작품이 나오기 어렵다. 세 번째는 전통 중심에서 벗어나라는 주문이다. 전통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창작을 위해서라면 전통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전통연희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적인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통만으로는 부족하다. 과거의 숭고한 예술작품의 가치도 동시대성과 연관되어 판단되어지고 유통되는 걸 볼 때 전통에만 몰두하는 건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렇다면 버려야 할 것과는 반대로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 것일까. 윤중강 발제자가 첫 번째로 제안하는 것은 가-무-악을 수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풍물과 무속, 탈춤의 가치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국적인 대표 브랜드를 구축하기가 쉽지 않다. 타 분야에서 이룩한 가-무-악을 효과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사람들은 실제로 국악이나 연희를 관람한 적이 없으면서도 본 것처럼 생각하고는 부정적인 데자뷔를 갖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연희를 기반으로 해서 가-무-악을 적절하게 융합함으로 처음 보는 것처럼 새롭게 느끼는 것처럼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는 이야기와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연희 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연희’를 먼저 제시하고 그 다음에 ‘이야기’를 어떻게 맞출까를 구상한다. 하지만 롤프 엔센은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미래사회의 가장 큰 힘은 이야기라고 밝힌다. 전통연희 역시 충실하게 짜여진 이야기를 어떻게 연희적으로 풀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건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공연예술의 작품개발에 있어 지금보다 민간단체가 활성화되어야 하고, 국악계가 20대와 30대라는 젊은 인력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는 관점이다. 이들 젊은이들은 실력과 열정에 비해 사회적인 대우가 높지 않다. 이들이 창작적인 공연에 매진할 수 있는 안정된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는 연희분야 인력의 많은 부분이 무대 혹은 마당에서 공연하는 연희자에 국한되는 한계가 있다. 전통연희를 바탕으로 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다른 분야의 인력이 필요하다. 기획, 대본, 연출 분야의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데 이 분야의 인력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

세 번째는 ‘근대’에 주목해야 한다. 전통에서 출발한 재담과 만담, 일본에서 시작한 듯하지만  한국에서 크게 꽃을 피운 만요, 한국적인 변용을 가치면서 대중에게 큰 영향을 끼친 신파극 같은 장르를 전통연희가 수용할 때 연희를 더욱 풍성하게 해줄 수 있다.

전통연희를 기반으로 만든 작품이 뮤지컬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뮤지컬 제작시스템의 연희적 원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철저한 시장 조사에 의한 작품을 만들어야 하고 둘째, 크리에이티브 팀의 역할이 증대되어야 한다. 셋째, 인큐베이팅 시스템의 정착이 밑바탕 되어야 한다.

정책 담당 공무원은 1-3년 안에 보직 이동.... 일본이 평생 보직 맡는 것과 대조
네 번째 발제인 ‘전통연희를 기반으로 하는 대표브랜드 공연예술작품 개발의 실천적 방안 방향 모색’은 권호웅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공연사업팀 팀장이 맡았다. 현재 예산에서 정부가 1%만 전통문화예산으로 지원, 투입해도 전통문화인은 지금처럼 세미나를 하면서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세종문화회관 같은 서양문화예술단체는 전문공연장도 확보하고 단원이 월급을 받으며 전문화한다. 반면에 전통문화예술단체를 비롯하여 한국 전통을 전공하면 먹고 살기가 막막할 정도로 힘든 처우가 기다리고 있다. 서양문화예술단체처럼 관공서의 부속단체로 창단하여 고정적인 월급을 받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한 실정이다.

▲ 권호웅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공연사업팀 팀장이 ‘전통연희를 기반으로 하는 대표브랜드 공연예술작품 개발의 실천적 방안 방향 모색’ 발제를 한 가운데 최창주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연희과 학과장의 토론이 이어졌다.

이런 불공평한 처우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고자 해도 정책입안자들의 잦은 보직 이동이 큰 걸림돌이다. 일본 같은 경우에는 공무원이 전문 분야에 평생 몸 담는다. 하지만 한국은 문화기관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1-3년 사이에 이동하고 만다. 모 기관을 담당하는 공무원의 사례만 보아도 문화계와는 상관없는 수도과 공무원이 담당한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고는, 아무리 정책입안자가 전통문화인과 단체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려고 해도 보직이 변경되면 헛수고에 불과하고 만다. 국회 및 정책 입안 계획 때 전통연희 및 우리 문화단체 정책에 대한 세미나가 이뤄져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창작연희 대표 브랜드 작품 개발을 위해서는 불모지와 같은 창작연희계의 지형을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공모를 통해 열악한 연희단체의 창작 의지를 살리고, 작품의 규모에 맞게 제작 지원금을 지원해 주어야 하며, 뛰어난 작품을 선별하여 지속가능한 상설공연의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기획도 중요하다. 전문기획자가 전문적인 작가와 연출가를 통해 몇 년 동안 작품을 구상하고 기획해서 브랜드화에 성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뮤지컬 ‘명성황후’가 이에 해당하는 사례일 것이다. 자생적인 선순환 시스템도 중요하다. 전통연희에 기반을 두고 창작 작업에 정열을 불사를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공연제작 단체가 자생력을 갖춰서 공연예술시장에서 생존하며 대표적 레퍼토리를 생산, 성장하도록 만들어주는 선순환 시스템 확보가 중요하다.

이를 통해 공연제작 단체는 작품을 레퍼토리화 할 수 있고, 자생력을 확보해 단체 대표브랜드의 목적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성공한 레퍼토리 중에서 세계인들에게 가장 공감을 얻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이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 브랜드 작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