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창단 15주년 맞은 LDP 무용단의 실험은 멈추지 않는다
[프리뷰] 창단 15주년 맞은 LDP 무용단의 실험은 멈추지 않는다
  • 박정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9.04 2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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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P 무용단 창단 15주년 기념 2015 정기공연 열려

무용계에서 LDP 무용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일까. 폭발하는 에너지와 질주하는 패기, 강하고 아름다운 테크닉이거나 속도감 넘치는 무대와 같은 에너제틱하고 역동적인 이미지일 것이다.

▲ LDP 무용단 창단 15주년 기념 2015 정기공연의 한 장면

하지만 창단 15주년을 맞은 LDP 무용단은 이러한 기존의 콘셉트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LDP 스타일을 추구하기에 이른다. 이름하여 ‘리-익스플로러 엘디피’(Re-explore LDP). 기존의 LDP 무용단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에 안주하기를 거부하고 기존의 이미지를 해체한다. 그리고 새롭게 LDP 무용단의 콘셉트를 추구하기 위해 LDP다운 실험을 하기로 결정한다.

LDP다운 실험이란 대체 무엇일까. LDP 무용단의 대표를 맡는 김동규는 신선한 영감으로 활력을 불어넣을 해외안무가를 전격 영입하고, 작품 선택에 대한 댄서들의 무한책임주의를 통해 LDP 무용단을 정비하고자 노력한다.

LDP 정기공연을 빛낼 안무가는 세 명이다. 우선 첫 번째로 소개하는 안무가는 폭발하는 에너지를 무용으로 보여줄 체코 안무가 야렉 싸미렉으로, 2011년 런던 새들러스웰스의 남성무용단 ‘발렛보이즈’를 위해 만든 안무 ‘보이드(Void)’로 최고 안무가상을 수상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같은 해에는 체코 댄스 플랫폼에서 최고 작품상과 댄서상을 수상하며 유럽과 미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안무가이기도 하다.

야렉은 한국에 온 첫 날 지하철을 타고 본 한국인들의 첫인상을 이번 작품에 반영했다. 야렉이 본 한국인의 모습은 지하철 속에서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에만 집중하고 주변에서 다른 일이 일어나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지하철 문이 열리면 사람들이 급히 빠져나가고 다른 사람과는 소통하지 않는 단절된 모습으로 자기 갈 길만 바쁘게 지나치는 한국인의 모습은, 야렉이 보기에 그 어떤 대화나 눈을 마주치는 일 없이 겉도는 인간관계의 단절을 표상한다.

야렉의 작품이 진행되는 동안 류진욱과 위보라, 천종원과 김수인, 정건과 이지윤 6명의 댄서들은 지하철이 선로를 달리는 소리, 댄서들의 숨가쁜 호흡과 바쁜 움직임을 통해 한국인의 숨 가쁜 일상을 10분 동안 댄스로 표현한다.

두 번째 안무가는 독일의 미샤 푸루커, 독일 탄츠텐덴츠 창립 멤버로 1985년부터 2000년까지 댄스 에너지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무용과 다른 장르를 결합한 융복합 공연을 주로 하는 인물로 손꼽히는 안무가이기도 한 미샤 푸루커는 LDP 무용단 창단 당시 해외예술감독을 역임하고,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서울-뮌헨 공통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LDP 무용단과 인연이 깊은 인물로 이번 작업은 LDP 무용단과 네 번째 작업이다.

‘댄싱 9’에 출연한 류진욱과 안남근, 천종원과 윤나라, 임샛별과 정혜민, 장원호와 강혁, 이정민과 정건, 김보람과 정록이 13명의 댄서는 동양의 수채화와 서양 유화가 희미하게 시작해서 정확하게 보이거나 변형이 일어나 융화되는 모습을 무용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내적인 순간이 동적인 순간으로, 솔로가 단체로 변화하며, 동양과 서양이 용해되며 새로운 형태의 의미, 이미지와 제스처를 만들어낸다.

▲ LDP 무용단 창단 15주년 기념 2015 정기공연의 한 장면

마지막으로 소개할 안무가는 철학적이고 연극적이며 상징적인 메시지로 깊이를 더해줄 한국 안무가 길서영이다. 길서영은 2004년 독일에서 열린 ASEF에서 공연을 선보인 것을 계기로 무용수와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다. 길서영은 2006년 ‘춤과 사람들’이 주최한 젊은 작가전에서 우수작가상, 2011년과 201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차세대 예술인력 선정 아르코 영프론티어, 2013년 전국 차세대 안무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차세대 안무가다.

정태민과 이선태, 김성현과 강혁, 임종경과 이민영, 김보라와 이주미, 양지연과 이경진 10명의 댄서들은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기능적인 가치로만 평가되는 현대인을 몸이라는 오브제를 통해 무용으로 선보인다. 자아가 소유한 물질적인 몸, 자아의 의지에 따라 통제된 몸, 타자에 의한 몸 등 변형되어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생물학적인 몸과 대립시키며 주체가 상실되어가는 모습을 무용을 통해 환기시킬 예정이다.

LDP 무용단 창단 15주년 기념 2015 정기공연은 9월 4일부터 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관객을 맞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