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강의 뮤지컬레터](4) <스페셜 딜리버리>, 오미영 연출에게.
[윤중강의 뮤지컬레터](4) <스페셜 딜리버리>, 오미영 연출에게.
  • 윤중강 / 평론가, 연출가
  • 승인 2016.03.14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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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 / 평론가, 연출가

“여성관객은 많습니다. 여성얘기는 없습니다.” 한국뮤지컬의 실상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당신이 귀합니다. 오미영의 작품에선 여성이 잘 보입니다. 대표작 <식구를 찾아서>(2011)가 그렇고, 데뷔작 <한밤의 세레나데>(2007)가 그렇죠, 최근작 <스페셜 딜리버리>(2015)는 그 연장선으로 보입니다.

작품 속 여성의 관계가 흥미롭습니다. 관객은 두 여성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며 웃음 짓죠. 세대와 가치관이 다른 두 여성의 화합에 박수를 보냅니다. <식구를 찾아서>의 두 할머니가 그립습니다. 박복녀는 ‘본처기질’이요, 지화자는 ‘애첩기질’의 여성입니다. 피가 섞이지 않는 두 여성이 점차 친구처럼, 자매처럼 되가는 모습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한밤의 세레나데>의 모녀가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도 참 재밌었습니다.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사용해도 될까요? 오미영작품은 현재를 얘기하지만, 거기에 과거를 잘 집어넣습니다. 공시적(共時的) 맥락과 통시적(通時的)인 맥락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힙니다.  우리에게 대한민국의 여성 삼대(三代)를 이해하게 해주죠. <식구를 찾아서>에선 우리 할머니가 보입니다. “넌 아직 예뻐”란 노래를 많이 좋아합니다. 이 노래는 양희은-양희경의 자매가 녹음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식구를 찾아서>가 할머니세대의 얘기라면, <한밤의 세레나데>는 엄마세대의 얘기죠. 이 작품을 단순화하면, 딸(지선)이 엄마(정자)가 되어서, 그 세대의 취향과 지향을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두 작품은 모두 걸출합니다.

뮤지컬 <스페셜 딜리버리>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 작품은 10대와 40대의 ‘영혼 체인지’로 재미를 주려하죠. 자동차 사고를 통해서, 한물간 노처녀 가수 ‘정사랑’과 18세 가출여고생 ‘강하리’의 영혼이 바뀝니다. 처음에 작품제목이 이해가 안 됐죠. ‘딜리버리’란 말이 ‘배달’이란 뜻 이외에, ‘출산’과 ‘분만’의 뜻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이 작품을 의미심장하게 보면, 가임여성과 불임여성 사이에서 ‘생명’에 대한 시각차도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이번 작품은 ‘창작산실’을 통해 첫 선을 보였습니다. 앞으로 수정 보완이 절실한데, 가출하고 임신까지 한, 10대의 ‘딸’이 관객에게 더 보여야 합니다.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를 다시 떠올립니다. 왜 ‘가족’이 아닌 ‘식구’란 제목을 붙였을까, 궁금했습니다. 가족(家族)과 식구(食口)에 대한 해석은 저마다 다를 겁니다. ‘가족’이란 단어에선 사는 곳[家]를 공유한다는 의미가 드러난다면, ‘식구’에선 먹는 것[食]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가 다가오네요. <식구를 찾아서>에선 이런 관계가 집에서 기르는 닭, 개, 고양이에게까지 확대됩니다.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는 순대국밥집을 하는 엄마가 등장을 하고 ‘순대송’같은 뮤지컬넘버가 등장합니다. 그러고 보니, <스페셜 딜리버리>에는 이렇게 ‘음식’을 통해서 전달되는 ‘정감’이 없었지 않았나요 그게 바로 내겐 ‘오미영표’ 뮤지컬인데 말입니다.

신작 <스페셜 딜리버리>를 대본을 쓰고, 연출을 하면서, 당신은 ‘리얼리티’와 ‘판타지’ 사이에서 갈등한 것 같습니다. 영화라면 아주 쉽게 표현될 현실과 환상을 무대에서 어떻게 잘 보여줄지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내 생각엔, 당신이 너무 ‘장르’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건 당신의 고민이지, 우리(관객)에겐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오미영을 통해서 얻고자 했던 건, 특장 장르의 뮤지컬이 아닌 ‘여성간의 이해와 공감’이었으니까요. 세대가 다르고, 상황이 다른 여성간의 아름다운 연대를 원했습니다. 요즘 브로맨스(브라더+로맨스)가 유행이더군요. 대한민국 뮤지컬에서 시로맨스(시스터+로맨스)가 정착되길 바랍니다. 오미영에 의해서 말입니다.

오미영은 이런 작품을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작가 겸 연출입니다. 우리는 오미영의 이런 작품을 보면서, 이제 그리 말할겁니다. “오미영이 장르다” 이렇게 한 마디 덧붙일지 모르죠. 오미영의 시로맨스가 갖는 가장 큰 미덕은 정(情)이다. 따스한 음식이 갖는 온기가 오미영의 무대에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