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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오덕-권정생, 30년간 주고받은 순수와 동심이 담긴 편지
연극 '오래된 편지', 잃었던 동심을 찾으며 싸늘한 추위 녹인다
2017년 11월 27일 (월) 17:57:01 임동현 기자 press@sctoday.co.kr

아동문학가로, 평생을 '우리글 바로쓰기'에 힘썼던 이오덕과 <강아지똥>, <몽실언니> 등의 동화로 어른들을 동심의 세계로 인도했던 권정생. 그 두 작가가 30년간 주고받은 편지를 소재로 한 연극 <오래된 편지>가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공연되고 있다.

빠르게 돌아가는 디지털 세상에서 '편지'를 소재로 한, 그것도 아동문학을 한 이들을 내세운 <오래된 편지>는 소극장이 주는 편안함과 새로운 얼굴들이 선보이는 신선함을 바탕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 이오덕 역을 맡은 김정석 (사진제공=티위스컴퍼니)

사실 '30년간 주고받은 편지'는 이야기로는 재미있는 소재지만 극으로 만들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의 편지만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면 극이 지루해질 가능성이 크고 그렇다고 극적인 요소에만 집중하다보면 편지가 주는 의미와 여운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특별한 이야기가 있을까'라는 의심과 선입견이 가장 큰 문제일 수 있다. 단조로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극적으로 풀어갈까? 이 작품은 이 점에서 고민과 궁금증을 가득 담았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구열 연출가는 그 고민을 배우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갔다고 한다. 물론 극본은 주어져있지만 그 극본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이 아닌 배우들과의 소통으로 풀어갔고 그것을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연기로 풀어나갔다.

   
▲ 권정생 역을 맡은 최우성 (사진제공=티위스컴퍼니)

그 결과 <오래된 편지>는 단조로움과 지루함이 사라지고, 두 사람의 편지가 전하는 따스한 정서와 떨어져있는 상황에서도 더 깊어지는 두 사람의 우정, 그리고 평생을 잃지 않는 두 사람의 동심을 가슴 따뜻하게 담아낸다.

극중 이오덕과 권정생이 만나는 장면은 이오덕이 신문에 실린 권정생의 글을 보고 그를 만나기 위해 권정생이 살고 있는 집에 찾아가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밖에 없다. 이 장면을 제외하면 두 사람은 한 자리에 만나지 못하고 각각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론 그 이야기는 이들이 쓴 편지를 읊으면서 펼쳐낸다. 

아이들에게 한번도 하대를 하지 않고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며 이해했던 이오덕과 결핵과 가난으로 힘든 삶을 이어가지만 시골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교회의 종을 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권정생의 모습은 '왜 지금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리가 봐야하지?'라는 오만한 생각을 한번에 날린다. 그들이 간직했던 동심이 편지와 대사를 통해 전달되면서 우리는 우리가 잃고 있었던 동심을 찾게 된다.

유신 선포부터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나왔던 괴담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헌 선언 등 시대를 상징하는 목소리가 중간중간 등장하고 광주의 비극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이오덕의 눈물섞인 편지가 나오기도 하지만 이들이 맞서야했던 것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아이들의 글을 어른들의 눈으로만 판단하고, 아동문학을 하찮게 생각하는 시선들이다.

일제시대의 잔재를 여전히 받아들여야하는 아이들을 안타까워하는 두 작가. 어쩌면 이들은 순수했기에 더 큰 슬픔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 어린이의 글을 듣는 권정생 (사진제공=티위스컴퍼니)

이 연극을 보고 만약 가슴에서 약간의 먹먹함이 든다면 연극을 아우르고 있는 '순수'의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두 주인공은 물론이고 어린이 배우 두 명의 꾸밈없는 모습, 아픈 권정생을 도와주려는 이웃 주민들의 모습은 지금 우리 곁에서 쉽게 보기가 어려워진 모습들이다.

정과 희망이 남아있던 세상, 그런 세상이기에 두 작가가 순수와 동심을 마지막까지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느낌까지 이르면 어쩌면 다시는 이런 이들을 보지 못할 것 같은 생각까지 들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런 일은 정말로 없을 것이라 믿지만 말이다.

이 작품은 김정석과 최우성, 두 주연배우의 호연도 돋보이지만 '멀티맨' 역할을 소화하는 나머지 배우들의 생생한 존재감이 인상적이다. 이들이 있기에 단조로울 수 있는 연극의 내용이 극에 알맞는 내용으로 전환됐고 다양한 인물들을 연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장용현, 주영, 윤지홍, 정세희, 그리고 아역을 맡은 권미조와 이진우. 이들의 이름을 꼭 쓰고 싶었다.

늦가을, 혹은 초겨울의 싸늘함을 훈훈하게 덥혀줄 <오래된 편지>는 오는 12월 3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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