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와 전자음악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
발레와 전자음악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
  • 홍경찬 기자
  • 승인 2009.10.1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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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합포만현대음악제'서 이원국 발레단의 신선한 시도,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

'제15회 2009 합포만 현대음악제'가 지난 13일 오후 7시 마산 3ㆍ15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합포만 현대음악제 운영위원회 주최, 마산시 후원으로 열렸다.

1부 이원국 발레단의 '발레와 전자음악의 만남'에 이어 2부 베리 웹의 '트롬본을 위한 창작음악회'로 나뉘어 공연된 이번 '발레와 전자음악의 만남'은 특히 초연곡들이라는 점, 그리고 발레라는 표현력을 가미, 부각시킨 점이 신선한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발레의 대중화를 위해 소극장 공연과 실험적인 작품들로 관객과 호흡을 같이했다.
 1부는, 발레리노 독무를 위한 작업(A Solo Ballerino for work) 한정훈, 가상악기를 위한 우중무(雨中舞. Dancing on the Rainging Field) 김영, 탄성체 ver.2(Elastomer ver.2 for tape) 이병무, 거울 속의 유희(Computer Programed Music) 박창민, 아듀 마이클(마이클 잭슨을 추모함) 김종삼, 무(武)중(中)력(力) 김호준의 순서로 공연됐다.

여기에서 조각가 문신 선생의 생전 작업 모습을 연상하며 만든 '발레리노 독무를 위한 작업'과, 한국 대표 현대 시인 이상의 시 '거울'의 영향을 받아 만든 추상적이며 표현주의적인 작품  '거울 속의 유희' 등은 초연이다.

 창작곡에는 고인이 된 두 대통령을 기리는 곡 '무중력', 마이클 잭슨을 추모한 '아듀 마이클'이 추모곡으로 포함됐는데, 이를 이원국 발레단은 관객들에게 발레라는 신선한 표현력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이원국 발레단은  대형 공연장이 아니라 발레의 대중화를 위해 소수를 위한 대학로 공연을 1년 반 동안 꾸준히  소극장 무대서 올리고 있다.

이원국 단장은  ‘발레리노의 교과서’로 불리며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 수많은 상을 받았고, “국내 남성발레는 이원국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찬사를 받으며 발레의 고품격화와 대중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런 명성에 걸맞게 이번 무대에서 이 단장은 단원들과 함께 부드러운 조화, 발레리노 특유의 힘과 발레리나의 부드러움, 손끝의 살아 있는 듯한 표현, 절제돼 있는 표정 변화 등으로 관객들의 탄성을 이끌어 냈다.

 특히 초연곡이자 짧은 음악에 맞게 레퍼토리를 연출하기 위한 발레단원들의 철저한 준비성이 본 무대에서 묻어져 나왔다.
 

이원국 발레리노, 이원국 발레단은 노원문화예술회관 상주예술단에 선정됐다.

 공연 후 이원국 단장은 "이번 마산 3ㆍ15 아트센터 소극장 공연이 만족스럽다. 공연하면서 개발해야 할 새로운 소재가 많이 떠오른다. 클래식음악 형태의 발레를 빌려서 '소극장'에서만 할 수 있는 실험적인 공연을 개발해서 '찾아가는 발레'로 관객과 가까이서 호흡하겠다. 발레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부가 시작되기 전 사회를 본 김호준(마산관악합주단 상임지휘자, 마산음악협회 회장) 인제대 외래교수는 "제15회 합포만 현대음악제를 맞아 실력있는 작곡가분들이 많이 참석했다. 늘 고마움을 느낀다. 이원국 발레단과 베리 웹의 공연 등 역량 있는 작곡가들과 준비하고 참여해서 기쁘다"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2부 공연에서는 합포만 현대음악제와 인연이 깊은 세계적인 트롬본 연주자 베리웹이 무대에서 그의 모든 역량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모든 공연이 끝난 후 단체 관람객으로 보이는 여고생들에게 감상을 묻자 "발레를 접하기 힘든 곳이라 선생님을 모시고 친구들과 같이 왔다. 음악과 발레의 만남은 낯설고 이색적이었지만 너무 좋았다"라고 입을 모아 칭찬했다.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주최 측의 철저한 준비와 실험성이 돋보이는 멋진 공연이었지만 제법 많이 비어 있는 객석은 향후 다같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었다.

 영화 '빌리 엘리엇'을 보면, 주인공 빌리가 어렸을 때 발레를 접했기 때문에 꿈을 현실로 이끌어낼 수 있었다. 우리 미래의 주인공 꿈나무들도 그 비어 있는 객석에 앉을 기회를 가진다면 ‘제2, 제3의 이원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역량 있는 경남 작곡가들의 초연곡과 발레의 만남 공연 후 출연진이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경남본부 홍경찬 기자 cnk@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