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남규-문영철 2파전,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선거 앞두고 ‘공정성’ 논란
[단독] 조남규-문영철 2파전,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선거 앞두고 ‘공정성’ 논란
  • 이은영ㆍ진보연 기자
  • 승인 2021.01.1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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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선거… 열흘 앞두고 후보등록, 신인후보 알릴 기회 박탈(?)
선관위원 공개 없고, 선거인명부도 오락가락
무용인들 “불공정 깜깜이 선거 우려”
코로나 상황에서 1600명 유권자 현장투표 방식도 문제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ㆍ진보연 기자] (사)한국무용협회 이사장 선거가 며칠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선거 과정을 두고 졸속 진행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좌측부터)제23대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선거에 출마한 조남규, 문영철 후보자
▲(좌측부터)제23대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선거에 출마한 조남규, 문영철 후보자

한국무용협회(이하 무용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사단법인으로 젊은안무자창작공연, 전국초중고무용콩쿠르,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 서울무용제, 대한민국무용대상, 코리아댄스플랫폼, 전국신인무용경연대회, 전국무용제, 뉴딜사업 등을 주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코리아국제현대무용콩쿠르’와 ‘전국신인무용경연대회’는 병무청이 예술ㆍ체육요원 편입대회로 인정된다. 예술ㆍ체육요원은 사회복무제도의 하나로 대한민국의 대체복무제도이다. 예술ㆍ체육요원으로 선발되면 논산시에 소재한 육군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만 이수하고 자신이 담당했던 분야에서 34개월 간 병역 의무를 대신한다.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임기는 4년 선발기간은 10일

약 1,600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무용협회의 이사장 임기는 4년이다. 지난 2017년 1월 선출된 조남규 이사장의 임기가 이달 만료됨에 따라 오는 16일 신임 이사장을 위한 선거가 진행되며, 조 이사장은 재선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제23대 이사장 선거는 제60회 정기총회와 함께 치러진다. 코로나19 방역 2.5단계로 중앙방역대책본부 지침에 따라 총회장에는 50인 이하만 입장이 가능하다. 총회 개회장에는 본회 임원 30인 이하와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만 참석하며, 그 외 회원과 대의원은 사전에 위임장을 제출해 과반수가 되면 총회가 개최된다. (선거관리위원장은 현(現) 한국무용협회 부이사장인 경희대학교 무용학부 안병주 교수가 맡았다.)

이번 정기총회는 회원 및 대의원의 위임장 제출이 불가피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무용협회 홈페이지 자료실에는 위임장 양식이 게재되지 않은 상태다. 제23대 무용협회 이사장 선거는 위임장을 제출한 회원 및 대의원도 예년과 동일하게 현장 출석 후 직접 투표만 가능하다. 

▲제60회 정기총회 위임장 양식이 게재되지 않은 한국무용협회 홈페이지
▲제60회 정기총회 위임장 양식이 게재되지 않은 한국무용협회 홈페이지

무용협회가 23대 임원선거에 대한 공시문을 게재한 것은 지난 2020년 12월 31일이며, 후보자 등록기간은 2021년 1월 1일부터 1월 6일까지로 두었다. 16일 치러지는 선거일을 고려했을 때, 선거 준비 기간은 열흘 남짓인 셈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들에게 이사장 후보자를 알린 것은 1월 8일이다. 유권자들은 일주일이라는 매우 촉박한 시간 동안 후보자를 인지하고, 그들의 공약을 파악해서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한 회원은 “충분한 시간을 두지 않고 진행되는 선거 절차에 대한 회원들의 불만이 많다. 토론회 등 후보자에 대한 검증 과정이 필요함에도, 협회가 제공하는 한정적인 정보를 가지고 누구에게 투표할지 판단할 수밖에 없다”라며 “후보들이 자신의 정견과 방향성을 회원들에게 전달하고 설득할 시간이 너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회원은 “협회를 4년 동안 이끌 리더를 결정하는데 유권자들이 신중하게 고민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후보들이 자신의 정견과 방향성을 회원들에게 전달하고 설득할 시간이 너무 부족한 것 역시 큰 문제”라며 “선거가 졸속으로 치러지는 탓에, 자신의 생각이나 비전을 알릴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새로운 인물은 선거에 출마할 엄두도 내지 못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온라인ㆍ비대면 시대, 아날로그 방식으로 알 권리 차단하는 협회

이사장 후보자의 정견 전달 역시 제한적이다. 협회는 선거 당일 방역 수칙으로 인해 총회장에 입장할 수 없는 회원들을 위해 ‘한국무용협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견 발표를 생중게 한다고 밝혔다. 

정견발표는 후보에게는 적어도 부동표를 잡을 수 있는 기회이며, 유권자에게는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에 대한 근거를 최종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정견발표 청취 채널과 인원을 한정하는 것은 유권자의 후보 선택 기회를 임의로 박탈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후보자의 공약은 현재 문자 메시지와 우편 유인물 형태로 유권자에게 배포된 상태이며, 문서화된 것 외에 후보들의 정견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일부에서는 “후보자들의 정견이 유권자에게 신속히 전달되지 않고, 선거운동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알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며, 이러한 정보 제공 차단은 형평성에 위배된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무용협회 홈페이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공지사항에 게재된 ‘제60회 정기총회 개최 및 제23대 임원선거에 관한 사항 안내문’에 포함되어 있는 후보자 등록 현황이, 무용협회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이사장 선거 후보 관련 안내의 전부다. 게시글을 따로 찾아 보지 않는다면 후보가 누구이며, 이들의 공약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문영철 후보자는 “협회는 홈페이지 내 후보 연설 동영상 안내 등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면면을 살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만 한다”라며 “모든 것을 공개하고 설명하지 않는 선거 진행 방식은 잡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반면 조남규 후보자는 “이사장 선거에 관련한 모든 업무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후보자는 이를 따를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누락부터 유령회원까지”…선거인명부 ‘부실논란’

아울러 제23대 한국무용협회 임원개선에서 투표할 1,600여명의 선거인단 명부를 둘러싸고 부실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무용협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등록을 마감 후 지난 7일 선거인명부를 정리해 후보자에게 전달했다. 

문제는 해당 명부에는 원로 회원, 지회ㆍ지부 대의원, 회비 완납 회원 등 다수가 누락됐다는 점이다. 또한 회원자격이 없는데 명단에 포함된 경우도 있었으며, 비(非) 무용인의 이름도 명부에서 발견됐다.

지난 8일 한국무용협회 사무국은 본지 <서울문화투데이>와 전화 통화에서 “내부 사정으로 선거인명부를 정리하는데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문영철 후보자는 “선거인단 명부 가운데 신규 등록된 회원, 과거 회원이었으나 현재는 자격이 없는 이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는 회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으로, 선거인단 중 ‘허수’가 상당수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온라인 현장투표 시스템 안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온라인 현장투표 시스템 안내

무용협회 제23대 임원선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여 전자투표로 실시하고 현장 투표로만 진행된다. 현장투표소에 방문해, 투표소 관리자를 통해 선거인 본인확인 및 선거인명부 등재 여부를 확인한 후 투표 코드 또는 수기 투표 용지를 발급 받는다. 이어 발급받은 투표코드 입력을 통한 투표 참여 또는 수기투표 용지를 통해 투표에 참여한다. 

코로나19 고려 않는 현장투표 고집

협회는 “코로나19 재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 지침을 최대한 준수해 입장 시간을 구분한다”라며 밝혔다. 투표는 오전 11시부터 생년 월 순으로 입장 제한을 두고 진행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각종 전당대회 및 선거에서 비대면 ‘모바일 온라인 투표’ 방식을 채택하는 가운데 협회의 기존 선거 방식 고수는, 변화에 대응하지 않는 게으른 운영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한국미술협회 제25대 이사장선거 관련 홈페이지 게재
▲한국미술협회 제25대 이사장선거 관련 홈페이지. 선거 2개월 이전에 후보 등록과 함께 후보들의 정견과 공약 등을 영상으로 제작해 올려두어 유권자들의 선택을 도왔다. 투표 방식 또한 코로나 상황에 맞춰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 투표방식을 채택해 회원들의 참정권을 폭넓게 보장했다. 무용협회의 대면투표 방식과는 대조를 이룬다.(사진=미술협회 홈페이지 캡쳐)

특히 무용협회와 같은 날 이사장 선거를 치르는 한국미술협회(이하 미술협회)의 이사장 선거 방식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미술협회는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방역 지침 연장으로 12개 선거권역 중 3개 권역의 선거 장소 대관이 취소되는 등 권역별 현장 동시선거가 불가능해지자, 휴대폰 문자메시지와 스마트폰을 활용한 선거 방식을 새롭게 적용했다. 아울러 선거 관련 자세한 사항과 후보들의 공약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정견을 동영상으로 사전 제공했다. 

쉽고 안전한 선거권 행사 방법을 두고 왜 오프라인 현장투표를 고집하는지 모르겠다는 목소리를 내는 회원들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들은 “이메일 주소나 휴대폰 번호를 기반으로 온라인 투표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온라인 투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모든 회원이 손쉽게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진일보한 투표 방식이다”라며 “코로나19로 많은 단체에서 현장 투표만 가능하던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있는데, 무용협회는 여전히 오프라인 현장투표만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시류를 읽지 못 하고 회원들의 참여도를 낮추는 넌센스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무용협회 제23대 임원개선 안내문
▲한국무용협회 제23대 임원개선 안내문

제23대 임원선거 투표는 ①정관개정안 투표 ②이사장 투표로 진행된다. 이사장 투표와 함께 치러지는 정관개정안과 관련하여 무엇을 투표에 부치는 지는 아직 안내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한국무용협회 조남규 이사장의 임기는 오는 1월 20일 종료되며, 조 이사장은 자리를 유지한 채 차기 이사장 후보자로 등록한 상태다. 지난 22대 선거 당시 조남규 이사장은 1회 연임, 최대 8년간만 이사장을 맡을 수 있도록 정관 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아직 정관은 바뀌지 않은 상태다. 조 이사장 이전에는 조흥동(14년), 김복희 (12년) 두 사람이 1991년 이후 26년간 협회 이사장을 지냈다. 이번 개정안 가운데 지난 선거에서 약속한 연임안이 포함되어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4년 임기의 이사장을 일주일 만에 뽑는 졸속 선거, 후보자에 대한 정보 전달 제한, 부실한 선거인명부, 시국을 고려하지 않는 아날로그식 투표방식 고집 등 제23대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선거와 관련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무용협회는 불공정에 대한 자각과 시급한 제도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