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제23대 무용협회 이사장 선거가 남긴 의미와 과제
[발행인 칼럼] 제23대 무용협회 이사장 선거가 남긴 의미와 과제
  • 이은영 발행인 겸 편집인
  • 승인 2021.01.1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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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서울문화투데이 발행인 겸 대표기자
▲이은영 서울문화투데이 발행인 겸 편집인

무용협회 이사장 선거가 끝났다. 예상했던 대로 조남규 현 이사장(상명대 교수)이 당선됐다.

이미 선거는 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어떤 선거든 ‘현역프리미엄’은 무시할 수 없는데, 더군다나 이번 선거는 신진 출마자에게는 너무나 불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현 이사장 정관개정 통한 장기집권 플랜 무산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퇴행적 행태, 무용계 자각 일깨워

앞서 본지 <서울문화투데이>에서 선거 전 지적했던 문제(온라인 1월 13일자 [단독] 조남규-문영철 2파전,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선거 앞두고 ‘공정성’ 논란’ · 1월 15일자 [단독]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선거, ‘정관 개정 뜨거운 감자' 속 D-1)에서 언급했듯이 16일, 같은 날 치러졌던 미술협회 이사장 선거와 여러 부분에서 비교가 된 선거였다.

미술협회의 경우 선거 2개월 전에 후보등록과 동시에 협회 홈페이지에 후보자들의 정견을 담은 동영상을 띄워놓음으로써 유권자들의 후보선택을 위한 정보를 제공했다. 투표 또한 많은 미술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코로나시대의 거리두기에 발맞추어 비대면 모바일로 투표를 진행했다.

미술협회도 그동안 선거 때마다 여러 문제들이 노출돼 언론의 질타를 받아왔었다. 그렇기에 점점 미협 선거는 공정성을 담보한 시스템이 정착돼 가고 있다.

무용협회는 그동안 전 이사장들의 장기집권 플랜으로 선거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치러졌다. 그나마 현 이사장인 조남규 이사장이 4년 전 당선됐던 지난 22대 선거는 ‘젊은 피’ 수혈과 세대교체라는 이슈로 그간의 장기집권 관례를 깼다. 모두가 알다시피 당시 조남규의 당선은, 이사장 임기를 1회 연임, 즉 ‘8년으로 제한’하겠다는 공약이 먹혀든 결과였다.

▲한국무용협회 제23대 조남규 이사장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조 이사장은 정관개정을 시도하여 본인 스스로 했던 약속을 뒤집는 행태를 보였다. 이번 선거는 자신이 비판했던 과거의 낡은 구태가 그대로 반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더욱이 무용협회 임원을 5년 이상 역임한 회원에게만 이사장 피선거권 자격을 부여한다는 정관 변경 내용에 무용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렇듯 협회는 이번 선거를 통해 더 교묘하게 퇴행하는 모습을 보였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무용계 구성원들 스스로 무용계를 되돌아보고 그간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었던 여러 문제를 떠올렸다는 점에서, 그리고 또 다 같이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한 자각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유의미했다는 평가다. 이번 선거가 준 의미와 과제를 몇 가지 정리해 본다.

정족수 미달로 정관개정 실패, ‘꼼수’만 드러나
낙선자 득표 상회한 정관개정 반대표의 의미

첫째, 문영철 후보가 얻은 229표가 주는 숫자의 무게다. 당선자와 표차이는 비록 크게 났지만 단 10일만에 이뤄낸 성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물론 이전의 출마예정자의 자산(?)을 물려받았다는 일부의 주장도 있겠지만, 일부 그렇다 하더라도 비대면도 아닌 대면 투표에 자신이 현 이사장이자, 다음 이사장에게 ‘미운털’이 박힐 수 밖에 없는 구조임에도 투표를 하러간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왜냐하면 무용계는 바닥이 좁다. 어느 쪽을 지지하는지는 이미 사전에 표계산이 얼추 돼있기에 피아식별이 용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선자의 229표 득표는 선거 준비과정에서 보여준 현 무용협회의 구태와 절차적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는 증거다.

둘째, 정관개정의 부결이다. 무용협회 60차 총회에서 이사장 선거와 더불어 통과시키려 한 정관개정은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그 과정에서 낙선자 득표보다 몇 표가 더 많은 반대표가 나왔다는 것은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현 조남규 이사장에게 표를 주되, 무리한 정관 개정은 반대하는, 이른바 ‘반란표’가 있었다는 얘기다.

셋째, 조 이사장은 자신이 지난 선거에서 이사장의 1연임만을 할 수 있도록 공약한 대로 더 이상 앞으로 이사장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해야 한다. 만약 자신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무용계는 물론 협회 집행부 내부에서조차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조 이사장 스스로가 4년 전 전임 이사장들의 장기집권 문제를 제기하며 그에 반하는 선명성으로 승부했지 않은가.

그런데 이번 정관개정에서 보여준 ‘꼼수’로 만천하에 자신의 야심이 드러나 버렸다. 이번 총회에서 정관개정이 통과됐다면 조남규 이사장은 최소한 12년을 할 수 있는 길이 공식적으로 열리게 되는 셈이었다. 물론 정관개정이 되지 않았기에 지금도 장기 집권은 유효하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미 그 ‘꼼수’가 들켜버렸다.

결산에 따른 감사결과 발표.  결산과 감사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홈페이지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정관개정을 부결됐다.
▲결산에 따른 감사결과 발표. 결산과 감사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홈페이지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정사진=무용협회 유튜브 캡쳐관개정은 정족수 미달 등으로 부결됐다.

협회 운영에 대한 견제와 감시 필요
‘그들만의 리그’ 견고한 카르텔 깨야

넷째, 협회는 공정하고 바르고 정의롭게 운영돼야 한다. 협회가 지난 해에 코로나19로 피해입은 예술인들을 위한 70여 억원이라는 거액의 지원금을 받아 집행한 것은 분명 업적일 수 있겠으나, 그것의 분배과정 및 쓰임새가 공정하고 적절했는지, 무용계의 여론수렴을 통한 공론화 과정을 거쳤는지 등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협회는 그간의 구습을 타계하기 보단 ‘그들만의 리그’로 보다 더 견고한 카르텔을 형성해 간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다섯째, 견제와 감시가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증명됐듯이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라는 것은 자명한 명제다. 이번 총회 과정에서 보여졌듯이, 감사는 그냥 술술 넘어간다. 감사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없었고, 협회 게시판 어디에도 감사 결과에 대한 제대로된 설명이 없다. 협회가 사상 초유의 예산을 확보했음을 치적으로 내세우는 만큼 그에 따른 구체적인 예산집행 내역과 성과 및 감사 결과를 상세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섯째, 협회의 주무관청인 문체부에서 협회 선거에 관심을 갖고, 선거가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아울러 무용협회에 대한 평소 무용인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운영이 되도록 주무관청으로서 사후에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과정의 불합리성에 대한 ‘선택적 정의’
이익공동체의 ‘동조 카르텔, 독재로 가는 길의 ’공범‘

일곱번째, 평상시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으며 미투, 블랙리스트 등 여러 문화계 문제에 대해 비판의 글을 쓰고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의 태도다. 그동안 특정 사안에 있어서 자신이 관여하는 매체 혹은 페북 등을 통해 여러 문제를 지적하는 등 비판적 위치에 있던 인사의 무용협회 선거과정 참여는 참으로 놀라웠다. 선거과정 절차의 불공정과 ‘정관개악’ 등이 추진될 때 그는 과연 어떤 역할을 했는가?

평소 무용계 기득권의 구태와 불합리에 대한 비판은 구호만 ‘정의’일 뿐, 자신이 속한 이익공동체, 이익카르텔 앞에서는 ‘침묵의 카르텔’과 ‘동조 카르텔’인가. 그간에도 그의 의아한 행보를 보아왔기에 이번 협회장 선거의 불합리성에 대한 ‘선택적 정의’ 또한 새삼 놀랍지도 않다. 하지만 적어도 평상시 자신이 신념처럼 외쳐온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데(혹은 직접적으로 같이 기획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방조 또는 동참하는 듯한 태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결국 이는 민주적인 절차를 퇴행시키는 독재로 가는 길에 앞장선 ‘공범’에 다름 아니다. 특히 언론(비평계 포함)에 몸 담고 있는 이는 더더욱 그래선 안 된다.

"악행을 보고 가만히 있는 것도 악행이다” 최근 인기몰이하고 있는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유준상이 동료에게 던진 의미심장한 일갈이다.

무용협 선관위, 회원(유권자) 알 권리 위한 취재, 일방적 거부
본지 보도내용에 ‘사실확인 관계 다르다’ 한 부분 명확히 밝혀야

끝으로, 제23대 이사장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안병주 경희대 교수, 무용협회 부이사장)는, 본지가 지난 13일([단독] 조남규-문영철 2파전,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선거 앞두고 ‘공정성’ 논란) 내보낸 기사에 대해 ‘사실확인 관계가 다르다’라며, 취재를 거부한 사안에 대해 안병주 위원장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위원장인 안병주 교수 명의로 서면을 통해 반드시 이에 대해 입장을 밝혀 주길 촉구한다. 정당한 문제제기를 한다면 본지는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다.

투표 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는 안병주 제23대 무용협회 선거관리위원장(좌측 사진 오른쪽). 사진=무용협회 유튜브 캡쳐
▲투표 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는 안병주 제23대 무용협회 선거관리위원장(좌측 사진 오른쪽). 사진=무용협회 유튜브 캡쳐

위와 같이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일동으로 보내온 문자의 부당성을 간과할 수 없기에 위원들의 명단과 협회내 직위와 현직도 함께 밝혀둔다. ▲최태지(수석부이사장, 광주시립발레단장) ▲안병순(부이사장, 순천향대 교수) ▲전순희(부이사장, 서경대 교수) ▲조성희(부이사장, 강원대 교수) ▲박재근(상임이사, 상명대 교수) ▲김종덕(한국무용분과위원장, 상명대 겸임교수)

이들은 자신들이 주장한 바를 명확히 밝힐 수 없다면 본지에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 응당 언론의 책무로서 잘못된 것을 지적한 것을, 마치 요사이 유행처럼 번지는 ‘가짜뉴스’로 왜곡해, 유권자들에게 본지 기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이런 선례를 바로 잡지 않으면 선거과정에서 회원(유권자)들의 알 권리가 침해 당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속한 시일 내에 반드시 안병주 위원장은 명확하게 답변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무용협회 이사장 선거는 무용계 자체의 관심도가 떨어지기에, 그동안 언론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간 몇몇 문제들이 노출되기는 했지만, 출마자와 유권자 대부분이 무용계의 스승과 제자라는 특수관계에 있다 보니, 다른 장르보다 밀착된 관계성으로 인해 문제제기가 쉽지 않아 쉬쉬하고 넘어가기에 바빴다.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도 그간의 책임을 통감하고, 이번 무용협회 이사장 선거에 있어 선거과정 및 선거결과가 도출되기까지 시도된 여러 불합리한 행태를, 수차례 기사화했다. 이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을 넘어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언론의 책무를 다 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