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KoCACA 해비치 교류협력네트워킹 “문예회관, ‘제작극장’ 시스템 강화해야”
[지상중계]KoCACA 해비치 교류협력네트워킹 “문예회관, ‘제작극장’ 시스템 강화해야”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1.11.2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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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회관, 가치 이동에 대응하는 선진화된 새로운 가치 추구해야
전국 문예회관 제작극장화, 1만개 일자리 제공 기대
시즌 주도할 상주 예술단체 부재…고유 캐릭터 구축 필요성 대두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국내 문화예술회관의 수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가파르게 증가했다. 2004년 122개였던 문화예술회관은 2013년 기준 2014개로 늘어났고, 2018년 말 기준 총 255개이며 공연장 수는 421개에 달한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의 차별성 부재, 서비스 내용의 빈약과 같은 공공 문화예술 서비스의 질적인 측면의 문제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이하 코카카)는 제14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의 일환으로 23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해비치호텔에서 KoCACA교류협력네트워킹을 개최하고, 동시대 공연예술계의 현안과 문화산업에 대한 이슈를 논의했다.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토론회 ‘코카카 교류협력네트워킹’ 기획·제작 섹션 현장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토론회 ‘코카카 교류협력네트워킹’ 기획·제작 섹션 현장

행사는 상호간 실질적인 정보교류 및 협력 프로그램 구성 등 참가자들의 수요를 반영한 5개 섹션으로 구성됐으며, 이중 ‘기획제작’에 대한 논의가 최현희 성남문화재단 경영국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날 양은영 포스텍 교수와 권용만 예술인연대 대표는 각각 ‘뉴노멀 시대 문화예술회관의 가치 혁신’와 ‘국공립극장 1만개 일자리 만들기 프로젝트’를 주제로 발제 연설에 나섰다. 이어 토론자로는 박준석 예술인연대 고문, 박성택 과천문화재단 대표가 참여했다.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새 예술정책에서는 ‘공공예술기관의 공공성 회복과 전문성 강화’를, 정부 예술정책의 8가지 핵심 과제 중 하나인 ‘예술지원체계의 독립성과 자율성 제고’의 세부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문화예술회관의 공공성 저하와 전문성 부족의 문제를 지적한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다. 공연예술계가 주장한 바는 ▲예술의전당의 대관 및 임대 외 기획력 강화에 대한 필요성 ▲코카카의 기획력 강화 및 공연 시설 활성화를 위한 역할 담당의 필요성이다. 

양은영 교수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장르의 스펙트럼을 넓혀온 시각예술 분야와 달리, 공연예술 분야는 전통적 방식을 고수해왔다”라며 “다양한 미디어의 출현, 관객의 세대교체에 따른 가치의 이동에 대응하기 위해 문예회관은 선진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문예회관이 공공성을 회복하고 기획의 전문성을 강화해 공연시설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문화예술회관의 설립과 운영에 대한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지원에 대한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문예회관의 경영성과는 투입한 자본 대비 달성한 경제적 성과를 측정하는 경영 효과성만이 아닌, 지역의 문예 진흥과 지역민의 예술 향유 증대 등의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느냐를 측정하는 효과성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권용만 대표는 문예회관의 제작극장화로, 국공립 극장에 1만개 일자리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대표는 “전국 75개 문화예술회관의 제작극장화와 180개 극장의 순회극장화를 통해 1만명의 전문가를 영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제작역량은 급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기초예술분야 한류를 통해 국가브랜드 재고가 가능할 것이고, 고품질의 공연예술작품을 시민들에 저렴한 금액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90%이상 지역에 배정하는 지역문화발전사업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인력을 확충할 수 있으며, 공연예술노동의 특수성이 반영된 예술단 고용 난제까지 함께 해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 박준석 고문은 “국내 수많은 대학에서 예술 인재들이 배출되고, 많은 인력이 자력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는 그들이 설 무대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국립오페라단조차 단원이 없는 채 운영되고 있으며, 예술의전당 정규직 380명 가운데 예술직은 단 한자리도 없다. 국공립 합창단과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국립예술단과 지역의 공립예술단의 고용 효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국가는 마치 예술가 고용 문제가 예술가 개인의 문제인 것처럼 취급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지자체당 1관씩 총 248관의 문예회관을 확충한다는 목표아래 1997년부터 20억 한도 내에서 연차별로 건립비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지만, 문예회관을 법으로 규정한 법은 전무하다”라며 “‘문화예술회관 등 공연시설’이라고 표현될 뿐이며, 문화예술진흥법의 시행령에 문화시설상세분류에도 문화예술회관이라는 시설을 정의하고 있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박 고문은 “극장을 건물이라고만 정의하는 것은 대한민국 예술정책의 현주소를 말해주며, 진정한 문화강국을 향해 가기 위해서 극복해야할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박성택 대표는 ‘우리나라의 공공 공연장 형태의 주를 이루고 있는 문화예술회관이 선진화되기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 짚었다.

박 대표는 “문화예술회관 선진화를 위한 선결 과제가 한두 가지로 정리될 순 없겠지만, 보다 근원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시설의 전문화와 운영시스템의 전문화를 강조하고 싶다”라며 “국내 문예회관 수는 총 255개, 회관 내 대ㆍ소 공연장 수는 421개에 달한다. 수적으로는 어느 선진국에도 뒤지지 않지만 문예회관의 시설구조, 운영방식 등 내용면에서 보면 경제 선진국, 한류 문화강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최후진국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내 문예회관은 지역사회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규모의 경쟁만을 벌이며, 장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다목적 공연장 일색이다. 또한 선출직 지자체장들의 문예회관의 임무와 역할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예회관의 한 시즌을 주도하는 상주 예술단체를 보유한 곳이 단 한 곳도 없으며, 대관공연이나 매입공연에 주력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선결과제로 박 대표는 “지역의 특수성에 맞는 형태와 규모로 공연시설을 건립할 것”을 요구했다. 더불어 “예술부문 전문 인력을 확충해 예술기관다운 조직ㆍ예산 체제로 전환해야 하며, 예술감독 중심의 자체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 정착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모든 문화가 서울로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지역 간 문화격차 해소와 새로운 지역문화 발전의 거점기관 역할을 위해 지역사회에 문예회관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지적처럼 공연을 올리기 위한 장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작 극장 시스템을 도입해 예술 중심의 프로덕션형 공연기술 융합 연구를 주도하는 공연 예술의 온ㆍ오프라인 플랫폼이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