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음과 이음》展 세미나, 「한국미술의 현황과 전망」
《동음과 이음》展 세미나, 「한국미술의 현황과 전망」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06.1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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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의 원형은 어디서 시작 되는가
명칭‧개념, 작품, 교육으로 접근한 ‘한국화’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한국화의 자생성과 근원을 핵심 가치관으로 가지고, 원형상을 추구하며 한국화의 전통성과 전통의 현대적 변용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일랑 이종상 화백과 그의 제자들이 함께 만든 전시가 열렸다. 지난달 23일까지 동덕아트갤러리에서 개최됐던 기획초대전 《동음(同音)과 이음(異音)》이다.

▲《동음과 이음》展 세미나 「한국미술의 현황과 전망」에서 인사말을 전하는 이종상 화백 ⓒ신빛

전시에서는 일랑 이종상 화백과 함께 그를 따랐던 제자와 손제자들로 구성된 47명의 원로, 중견, 소장, 신진 작가가 작품을 선보였다. 덕분에 전시는 지금 동시대의 ‘한국화의 위상’을 점검해볼 수 있는 자리로 완성될 수 있었다. 여기서 나아가 전시 기획을 맡은 동덕아트갤러리는 작품으로 ‘한국화의 위상’을 돌아보는 동시에, 「한국미술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는 이승철 동덕미술관 관장의 사회로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김백균 중앙대 교수는 <근대 중국화의 기원>을 주제로 발표했고, 손연칠 동국대 명예교수는 <근대 일본화의 정립과 초창기 한국 미술교육에 대한 소고>, 고충환 미술평론가는 <수묵화 이후, 무묵수묵 수묵은 도처에 있다>를 주제로 발표를 이어 갔다. 발제 이후엔 김선두 중앙대 교수, 김성희 서울대 미대학장, 정종미 고려대교수가 질문자로 참여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동음과 이음》展 세미나 「한국미술의 현황과 전망」전 대담을 진행하는 이종상 화백 ⓒ신빛

김백균 중앙대 교수 <근대 중국화의 기원> 발표에선,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중국화(中國畵)’에 대한 명칭이 언제 시작됐고,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의미와 동일하게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지 세밀하게 접근해본다. 이 발표에서는 서양화의 상대적 관점으로 시작된 중국화(中國畵)가 민족주의 운동과정 속에서 ‘국화(國畵)’라는 명칭으로 변모하는 과정까지 살펴본다.

여기서 김 교수는 중국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사용한 ‘국화(國畵)’에 대한 명칭에 대한 연구로 이어나간다. 나라시대, 헤이안 시대부터 일본의 그림과 한국, 중국 그림을 구분했던 자료를 제시하며 타 국가의 상대적 개념에서 존재한 ‘니혼가, 일본화(日本画)’의 존재를 언급한다. 이후 일본도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로부터 발현된 ‘국화(國畵)’ 명칭이 있었음을 김 교수는 짚는다. 발표문 끝에서 김 교수는 “예술에 있어서 리얼리즘이란 허구를 사실적으로 받아들이려는 태도에 기인한다. 중국화, 일본화, 한국화라는 명칭에 기인한 정체성에 대한 확보 노력 또한 일종의 이념이 아닌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라며 동시대 한국화 명칭과 개념에 대해 고민할 지점을 짚었다.

▲《동음과 이음》展 전시장 전경 ⓒ신빛

고충환 미술평론가의 <수묵화 이후, 무묵수묵 수묵은 도처에 있다> 발표는 지난해 개최됐던 《2021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를 중심으로 작성됐다. 고 평론가는 발표문을 “전통적으로 수묵은 한국화 논의와 관련이 깊다. 한국화에 대한 언급 없이 수묵을 논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라는 말로 시작하며 수묵이 한국화와 지니고 있는 강한 연결성에 방점을 찍는다. 사실 ‘한국화’는 한국 사람이 그린 그림이라고 폭넓은 의미를 적용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화’가 한국적인 미의식의 원형을 가진 작품이라고 봤을 때, 그 원형은 결국 ‘수묵 정신’과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고 평론가의 설명이다.

<수묵화 이후, 무묵수묵 수묵은 도처에 있다> 글을 통해 고 평론가는 한국적 미의 원형이 무엇인지를 탐색한다. 그 탐색을 ‘서체의 변용과 확장 그러므로 흐르는 기’, ‘산수의 변용과 확장’, ‘먹의 변용과 확장’, ‘물의 변용과 확장 그러므로 투명한’, ‘그 외 다른 변용과 확장의 가능성에 대하여’를 주제로 구체화 시킨다. 5개의 주제로 국내 미술계 한국화 작가들을 가름하고, 그들이 추구하고 표현하는 이념과 기법을 분석함으로써 한국적인 미의 원형이 무엇인지 찾아본다. 동시대에 통용되고 있는 한국적인 미와, 한국화, 한국미술이 무엇인지 마주해볼 수 있다.

손연칠 동국대 명예교수의 <근대 일본화의 정립과 초창기 한국 미술교육에 대한 소고>는 교육의 관점으로 한국 미술이 형성된 과정과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보는 발표다. 손 교수는 발표문 서문에서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한국 근대미술은 어쩔 수 없이 일본미술의 영향을 받게 됐다. (중략) 일본의 근대미술의 성립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은 결국 상대적으로 한국 근대미술의 특성을 객관화해서 어떤 면에서는 지금까지 계속되는 우리 미술의 모순에 대한 개선 방안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짚으며, 일본 미술 교육이 어떻게 한국 미술 교육에 영향을 끼쳐왔는지를 면밀하게 따진다.

▲《동음과 이음》展 전시장 전경 ⓒ신빛

일본 미술 교육을 짚은 뒤, 손 교수는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전문 고등교육기관 국립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개교 과정에서 어떻게 ‘전통의 단절’과도 흡사한 교육으로 한국 미술 교육이 나아갔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 한다. 손 교수는 “일랑 선생이 반평생 몸 담았던 서울대 미술대 문제를 거론 하는 것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선생 역시 서울대 재직 중 ‘전통미술의 올바른 계승’에 대해 많은 좌절을 겪었다는 사실을 직접 듣고, 문제를 제기하게 됐다”라는 말을 전했다. 그의 발표는 현재 한국미술이 올바른 토대 위에서 한국 미술로 올바로 나아갈 수 있는 지를 물어본다.

한국미술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 하에 세 명의 발제자가 짚은 지점들은 지금 한국 미술이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 지 멈춰서 생각할 기회를 준다. 작품과 세미나로 어우러진 《동음과 이음》 전시는 일랑 이종상이 추구하는 한국화의 자생성을 다각도로 경험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