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②] 《2022 창원조각비엔날레》 기자간담회, 전통적 조각 작품 드문 국내 유일 ‘조각비엔날레’ 괜찮은가?
[현장스케치②] 《2022 창원조각비엔날레》 기자간담회, 전통적 조각 작품 드문 국내 유일 ‘조각비엔날레’ 괜찮은가?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10.1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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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적 측면의 조형 확장…융복합관점 탈장르적 입체조형 지향
국내 유일 조각 특화 비엔날레, 조각보다 ‘미디어 작품’ 돋보여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가치들이 오고가고 있고, 서로의 존재와 함께 살아감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 속 《2022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인간이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자연, 비인간, 기계 등 세계의 다양한 존재들과 교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시선을 담아 우리를 찾아왔다.

▲지난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2 창원조각비엔날레》 전시 주제를 설명하고 있는 조관용 총감독 ⓒ서울문화투데이
▲지난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2 창원조각비엔날레》 전시 주제를 설명하고 있는 조관용 총감독 ⓒ서울문화투데이

올해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전시 주제는 《채널: 입자가 파동이 되는 순간 (Channel: Wave-Particle Duality)》이다. 정신과 물질이 하나라는 동양의 고대 사유를 양자역학의 관점에 차용해 인간과 자연 생명체에 대한 사색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주제다. 세계 속 다양한 존재의 교류를 짚어보며 ‘나, 너, 우리 그리고 문화와 생명’에 대해 새로운 장(場, field)을 열고자 한다. 나아가 인간과 자연의 경계, 일상의 영역과 예술의 영역을 구분 지을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한다.

개막에 앞서 지난 6일에는 비엔날레 언론공개회가 열렸다. 《2022 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조관용 감독은 “주제가 너무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듣기도 했다. 이번 주제는 두 개의 물체가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까? 입자, 무기물과 생명체는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했다. ‘입자가 파동이 되는 순간’은 양자역학의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의 개념을 시적으로 표현 한 것이다. ‘입자가 파동이 되는 순간’은 ‘입자’의 근원적 실체에 대한 탐구이지만 또한 매스(mass)를 통해 생명의 실체를 표현한다는 조각이론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라며 자세한 설명을 전달했다.

▲지난 6일 열린 《2022 창원조각비엔날레》 전시 투어 현장 ⓒ서울문화투데이 

인간과 자연, 기계, 비인간 등 다양한 존재의 순환적 생태론을 제시하고 있는 전시 주제는 형식적으로 매스(mass) 중심의 ‘개별적 입체 조형’에서, 융복합 관점의 ‘탈장르적 입체조형’으로 조각의 형식을 확장시키는 시도로 이어진다.

조 감독은 전시 서문을 통해 “물질의 근원적인 실체에 질문을 던짐으로써 조각의 개념을 확장하는 것이다.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은 ‘매스(덩어리)’라는 실체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거에 대한 근원적 질문이지만, 그러한 질문은 조각 분야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학, 생물학, 인문학 전체에 걸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은 조형의 형태에 대한 확장이 아니라 조형의 내용(물리학, 생물학, 인문학)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통한 조형의 확장을 의미한다”라고 이번 비엔날레에서 ‘조각’이라는 개념을 확장시키는 시도를 설명한다.

▲마르코 바로티 작가가 자신의 작품 'CLAMS'를 설명하고 있다.
▲마르코 바로티 작가가 자신의 작품 'CLAMS'를 설명하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하지만, 언론공개회 현장에서는 조 감독의 전시 주제 설명 이후 ‘조각 개념 확장’에 대한 설전이 오고 갔다.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은 조각을 특화한 국내 유일의 비엔날레인 《창원조각비엔날레》에서 전통적인 조각 형식의 작품이 보이지 않는다며, 조각 장르가 소외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굳이 이런 형식의 확장과 기획을 고수할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을 표했다. 또한 ‘채널: 입자가 파동이 되는 순간’이라는 주제가 과연 ‘조각’이라는 장르와 어울리는 주제였는지에 대한 질의도 전했다.

이 발행인은 “‘조각’ 특화 비엔날레인데 ‘조각’ 작품보다, 설치 미술과 미디어 작품이 더 많이 전시된 것 같다”라며 “‘조각비엔날레’인만큼 ‘조각’이라는 장르 안에서 뜻을 갖고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들을 조명하는 자리가 필요하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이 있다”라고 말했다.

조 감독은 ‘조각’이라는 장르를 국한해서 표현하는 것이 과연 이 시대가 요구하는 패러다임과 맞는 것일지 반문하며, 자신의 견해를 전했다. 조 감독은 “비엔날레 참여 작가 중 60%가 조각가이고, 조각가들에게 기회를 준 비엔날레”라며 “실제로 조각가들에게 물어보면, 근원에 대한 탐구가 조각가들의 주요 화두임을 알 수 있다. 비엔날레는 매스를 탈피한 현대조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가 볼 수 없는 세계에 대해 얘기하고자 했다. 조각가들이 조각가로 안 보여서 문제겠지만 조각가들의 작품으로 비엔날레가 구성됐다”라는 답을 전했다.

▲성산아트홀 지하 층에 마련된 온라인 전시 본전시2 '공간을 가로질러-공명'을 관람할 수 잇는 공간
▲성산아트홀 지하 층에 마련된 온라인 전시 본전시2 '공간을 가로질러-공명'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 ⓒ서울문화투데이

난해한 주제의 전달성과 관람객들의 접근성에 관한 질문도 오갔다. 취재진은 “창원시 전역에서 펼쳐지는 비엔날레인데, 과연 주제가 야외 전시로 표현될 수 있는 영역이었는지, 작가들은 어느 정도 전시 주제를 이해하고 참여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던졌다.

조 감독은 “국내 작가 40명을 섭외할 때 그 분들의 작업실을 모두 방문하고 주제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비엔날레를 기획했다. 작가 섭외에만 90일이 소요됐고, 주제에 대한 개별적인 해석을 담아서 작품으로 표현했다. 비엔날레 출품작 중 80%가 신작이고, 주제와 맞는 작품의 경우 기존 작품도 섭외해왔다”라며 “작품만 보고 한 번에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것을 어려운 일이라고 본다. 시간의 축적과 교류가 쌓여야 비엔날레의 의미가 전달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