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 “안도 타다오는 왜 ‘안도씨 또 오셨어요?’라는 말을 들었을까?”
[현장리뷰] “안도 타다오는 왜 ‘안도씨 또 오셨어요?’라는 말을 들었을까?”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4.11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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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타다오 초청강연 〈꿈을 걸고 달려라〉 개최, 서울대 이어 뮤지엄산
꿈을 포기하지 않는 힘에 대해
안도 타다오 성장 과정 담긴 강연
도서관 건립 진행 중, 세계 도움 되는 기반 만들고 싶어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급변하고 있는 시대 속에서 끊임없이 삶을 살아가야하는 우리에겐 어떤 지표가 필요할까? 건축학과 대학을 진학하지 않았음에도, 자신만의 철학과 사색으로 현대 건축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있는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그 지표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안도 타다오 초청 강연회 〈꿈을 걸고 달려라〉 현장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뮤지엄 산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열리고 있는 《안도타다오-청춘》 전시와 함께 안도 타다오 초청 강연회 〈꿈을 걸고 달려라〉가 개최됐다. 강연은 이틀에 걸쳐서 지난달 30일에는 서울대학교 문화관 대강당에서, 31에는 뮤지엄 산에서 진행됐다.

안도 타다오는 “이번 강연을 통해 한정된 자원, 식량, 에너지는 고갈되고 있는 현재, 인간은 어느 분야에서 든 늘 지구 전체를 생각하며 활동해야 한다. 아이들이 꿈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전해주기 위해 건축가로서 일하며 꾸준히 고민해 왔다. 그 고민과 생각의 과정을 소개해 드리고 싶다”라고 밝힌 바 있다.

건축가 안도 타다오(安藤忠雄, 1941~)는 물과 빛, 유리와 노출 콘크리트를 주로 사용하고 바람, 나무, 하늘 등 자연과 긴밀하게 결합한 건축을 선보이며 현대 건축사에서 중요한 건축가로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 강연은 그의 회고전과 맞물려 그의 자연을 그대로 품은 건축 역사의 맥을 짚는 자리였다.

지난 달 31일, 전날 서울대 강연을 마치고 뮤지엄 산에서의 강연을 시작하고자 강단에 오른 안도는 서울대 강연은 강단이 너무 커 힘들었는데, 오늘은 규모가 내게 딱 알맞은 것 같아서 좋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청사과와 안도 (사진=뮤지엄 산 제공)
▲청사과와 안도 (사진=뮤지엄 산 제공)

100세 인생 버티는 힘, 큰 꿈을 꾸는 것

안도는 현 시대가 ‘100세 인생’이라고 정의했다. 이 긴 수명을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그 질문에 대해 안도는 꿈을 꾸는 것, 지적ㆍ신체적 체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1시간여의 강의를 통해 답했다.

14세 때 안도는 자신의 집을 증축하는 일을 경험한다. 그 때 안도의 집을 증축하러 방문한 목수는 식사도 잘 챙기지 않으면서 굉장히 즐겁게 건축 일을 했다.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움직이는 목수의 모습을 지켜본 안도는 ‘건축은 정말 재미있는 일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되고, 건축가의 꿈을 꾸게 됐다.

안도는 “건축은 설계, 건축, 공사의 과정을 거치는 협동 작업이다. 나는 그 과정이 정말 즐겁다. 굉장히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기 때문에 완성될 수 있고, 그 때마다 나는 다양한 이들의 장점을 흡수하곤 한다”라고 말했다.

건축 공부를 전문적으로 하지 않고, 대학도 진학하지 않은 안도는 건축가의 길로 들어설 때 주위의 많은 우려를 받았다. 살면서 처음으로 건축 의뢰를 받게 되는데, 그 때 안도 주위에선 과연 네가 그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비난 섞인 의문을 많이 받았다. 안도는 그 때 굴하지 않고 한 번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너 안 돼’라고 말할 때, 안도는 ‘내가 한 번 해보겠다’라는 결심한 것이다.

▲강아지 르 코르뷔지에를 소개하는 안도 타다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무모한 듯, 당당하고, 힘이 있는 안도의 이런 태도는 또 하나 즐거운 일화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건축가로 발돋움한 안도의 사무실에 어느 날 떠돌이 강아지 한 마리가 들어온다. 직원들을 잘 따르던 개이기 때문에, 안도는 입양을 결정하고 개의 이름을 짓기로 한다. 안도는 1965년 단게 겐죠(Tange Kenzo)의 건축물을 보고 큰 감동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때의 기억을 살려 안도는 ‘단게 겐죠’라고 개의 이름을 짓는다. 하지만 주위의 반대로 이뤄질 순 없었다.

안도는 “‘단게 겐죠’라는 이름에 주위의 모든 사람이 반대했다. 왜나면 당시 단게 선생이 살아계실 때였다. (웃음) 그래도 개에게 큰 이름을 지어주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다. 그래서 개의 이름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로 정해졌다”라며 “나는 학력도 없고, 사회적 기반도 없지만, 꿈은 크게 꾸고 싶었다. 그래서 현대 건축 거장의 이름을 빌려 내가 가진 꿈을 표현하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프랑스에 있는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 ‘롱샹 교회’는 안도에게 큰 감명을 줬다. 안도는 롱샹 교회에서 만난 빛을 보고, ‘빛은 희망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는 항상 희망이 있는 건축을 만들고 싶었고, 희망이 있는 삶을 추구하고자 했다.

▲Church of the Light, 1989, photo by Mitsumasa Fujitsuka

포기하지 않는 마음

강연은 안도가 설계한 여러 건축물들을 소개하고, 당시의 일화 등을 공유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그의 일화 중에는 고집스러운 그의 신념을 느껴볼 수 있는 대목들도 있었다. 오사카에 있은 안도 타다오의 대표적 건축물 ‘빛의 교회’에 대한 가벼운 일화로, 빛이 들어오는 십자가 여백에 설치한 유리창에 관한 이야기였다.

안도는 ‘빛의 교회’ 설계 당시 십자가 부분에 아무 것도 설치하지 않으려했다. 하지만 방한의 문제로 유리창을 설치하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안도는 유리창을 제거하고자 하고 있다. 안도는 “아름다움은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힘이 있다. 나는 언젠가 그 유리를 꼭 제거하고자 한다. 교회에 가면 내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교회 분들은 유리창을 제거할 수 없다고 말하는데, 나는 계속 도전할 것이다(웃음)”라고 말했다.

이런 끈질긴 안도의 일화는 일본의 행정체계를 흔들기도 했다. 오사카에 기부된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인 ‘나카노시마’ 어린이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다. 당시 안도는 도서관을 건축하면서, 도서관 앞에 있는 큰 도로를 광장으로 메워달라고 시에 요청을 했다. 안도는 “어린이들이 도서관에 놀러오는 길에 차 사고를 당해 다치면, 이건 시의 책임이다”라며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 당시 시청을 매일 같이 찾아간 안도에게 시 공무원들은 ‘안도 선생님 또 오셨네요’라는 말을 했다. 안도의 강력한 주장으로 시장은 큰 도로를 일반도로로 바꿔주긴 했지만, 안도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계속 찾아가서 요청했고, 일본 행정직들은 안도를 볼 때마다 ‘저 사람 골치 아픈 사람이야’라며 진저리를 쳤다고 했다. 그리고 결국 안도는 도서관 앞에 도로를 모두 철거했다.

▲Children's Book Forest, Nakanoshima, 2019, photo by Shigeo Ogawa
▲Children's Book Forest, Nakanoshima, 2019, photo by Shigeo Ogawa

안도는 “사회는 사람이 중심이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봤고, 앞으로 이 시대를 이끌어나갈 다음 세대인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전해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안도는 강연 내내 ‘책’을 보물이라 칭하며, 책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전파했다.

안도의 도서관 프로젝트는 오사카에서 이어져 동일본 대지진 당시 피해를 입은 지역을 재생하는 방식으로도 이어졌다. 안도는 “내가 재생한 그 도서관에 찾아가보면, 날씨가 추울 때 어르신들이 방문해 자리를 지키고 있고, 그 곳에 아이들이 와서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 시간들 속에서 대화가 이어진다. 프로젝트를 맡기 직전엔 정말 걱정이 많은 프로젝트였는데, 그들의 미소 띤 얼굴을 보고나니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간담회중인 안도 타다오 (사진=뮤지엄 산 제공)
▲간담회중인 안도 타다오 (사진=뮤지엄 산 제공)

강의 끝에 안도는 현재 방글라데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도서관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안도는 앞으로 건축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의 건축이 사람들이 살아가는데에 조금 더 보탬이 되는 수단,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도는 방글라데시 이후 네팔, 우크라이나를 찾아가보고 싶다는 얘기를 꺼냈다.

안도는 “사실 집에서는 이제 좀 그만하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다음을 이어받아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 그래서 앞으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라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강연 〈꿈을 걸고 달려라〉는 ‘빛’을 ‘희망’이라고 믿는 건강한 거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신의 세계를 견고하게 다진 거장의 일화는 우리 앞에 놓인 삶을 좀 더 제대로 마주하고 걸어갈 수 있는 시각을 열어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