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15주년 맞은 예술위 ‘창작산실’, 2024 올해의 신작 발표 ①
[현장스케치]15주년 맞은 예술위 ‘창작산실’, 2024 올해의 신작 발표 ①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12.11 1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병국 위원장 “15주년 맞은 예술위 ‘창작산실’, 현장 목소리 더욱 경청할 것”
공연제작 지원 외 기관ㆍ기업 협업 강화…추가 플랫폼 협력 지원
올해의 신작 6개 장르 28편, 내년 1월부터 공연 
홍보대사에 배우 차지연 선정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2008년부터 국내 연극, 뮤지컬을 시작으로 무용, 음악, 오페라, 전통예술 등의 분야에 걸쳐 총 24개의 작품을 배출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대표 사업 ‘공연예술창작산실’이 15주년을 맞아 그간의 사업 성과와 예술인들의 의견이 반영된 사업 개편 방향성을 밝혔다. 

11일 오후 예술위 정병국 위원장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2023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 사업에 선정된 6개 장르의(연극, 창작뮤지컬, 무용 음악, 창작오페라, 전통예술) 28개 작품을 발표했다. 그는 올해 50주년을 맞은 예술위의 성과를 되짚어보는 한편, 해외로 확장하는 한국 창작 작품들을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기자간담회에서 그간의 사업 성과를 소개하는 정병국 위원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기자간담회에서 그간의 사업 성과를 소개하는 정병국 위원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병국 위원장 “내년 상반기 예술인들과의 만남 주선”

‘공연예술창작산실’은 제작부터 유통까지 공연예술분야의 단계별 지원을 통해 우수창작 레퍼토리를 발굴하는 공연예술지원사업이다. 2008년 ‘창작팩토리’라는 사업명으로 연극, 뮤지컬 장르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으로 시작하였고, 2013년 ‘공연예술창작산실’로 명칭을 변경 후, 2014년부터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총괄 운영하고 있다. 단계별 평가(서류➝인터뷰➝실연심의)를 거쳐 작품을 엄선하고, 선정된 단체에는 공연제작비 지원 외에 홍보, 유통 등 간접지원을 통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 예술위에서는 본공연 외에 공연영상 유통을 위해 CGV, 네이버TV, 국립극단 등 기관 및 기업과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추가 플랫폼과의 협력을 통해 간접 지원을 확대해갈 계획이다. 

현재까지 총 274개에 이르는 작품을 배출했으며 매년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많은 창작자와 관객에게 신뢰를 쌓아왔다. 2018년 선정작 뮤지컬 ‘마리퀴리’의 폴란드, 일본 진출, 2020년 선정작 ‘인사이드 윌리엄'-’이 중국 상해 초청공연 등 해외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또 최근 무용 ‘클라라 슈만’(이데일리 문화대상 최우수상 수상), 연극 ‘콜타임’ 이오진 작가, ‘판소리 쑛스토리 – 모파상篇’ 박인혜 소리꾼 (백상예술대상 젊은연극상 노미네이트), 뮤지컬 ‘레드북’(2022 한국뮤지컬어워즈 4관왕), 연극 ‘빵야’ㆍ ‘미궁의 설계자’ (월간 ‘한국연극’의 베스트 7 선정) 등이 각종 예술제에서 수상 또는 후보에 오르며 창작산실 작품의 우수성을 증명하였다. 이외에도 뮤지컬 ‘호프’ㆍ ‘레드북’ㆍ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등이 탄탄한 작품성으로 레퍼토리화에 성공했으며 타 기관과의 공동제작으로 재공연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정병국 위원장은 “올해 취임 이래 저희 사업이 44개에서 현장 업무 보고를 통해 17개로 구조조정을 했다. 사업수가 너무 많다 보니 어느 곳에 지원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고, 창작자들이 사업 목표에 맞추다 보니 창작 활동에 오히려 제한을 받는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예술활동이 관제화되는 것을 지양하기 위해 사업을 개편하게 됐다”라며 “지금까지 1회성으로 끝난 사업 지원이 많았는데, 다년 지원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려 한다. 전국 17개 권역 단체, 기초단체까지 포함하면 141개 문화예술재단이 만들어졌다. 웬만한 것은 지방에 직접 넘기려 한다.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1회성 지원은 각 지역의 문화재단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라고 개편된 사업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에는 창작산실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 예술가 단체들과의 만남을 주선할 계획이다. 창작자들이 창작산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또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더 듣고자 한다. 이 외에도 예술위 15주년 맞이해서 관객들이 참여하는 캠페인과 그간 참여했던 예술가들이 축하 영상 캠페인도 함께 준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기자간담회 현장, (왼쪽부터)정병국 위원장, 홍보대사 뮤지컬 배우 차지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기자간담회 현장, (왼쪽부터)정병국 위원장, 홍보대사 뮤지컬 배우 차지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올해의신작 28편, 내년 1월부터 공연

예술위는 동시대성, 다양성, 독창성 등을 기준으로 1차 서류심사와 2차 PT/인터뷰 심사, 3차 실연 심사를 거쳐 총 28개 작품을 선정했다. 홍승욱 예술위 극장운영부장과 강량원 아르코예술극장장은 “창작산실은 예술의 동시대성, 다양성, 실험성 그리고 수월성을 지향하는 우수한 신작 발굴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의 특징은 역사 속에 숨겨져 왔던 다양한 인물을 재조명하는 작품이 많다. 그리고 현대인의 불안과 공동체에 대한 사유를 관객과 함께 나누는 장면들, 경계를 넘나드는 퍼포먼스와 음악을 충분히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극 분야는 사회ㆍ역사적 시련 속 외면받아온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회적 약자를 피해자나 혹은 수혜적 관점에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인물로 조명한다. <언덕의 바리>(1.6~1.15)는 사진 한 장 남지 않은 독립운동가 ‘여자폭탄범 안경신’의 드러나지 않은 삶에 주목한다. 독립운동가로서의 삶과 임신과 출산이라는 여성의 삶 사이에서 갈등했던 안경신의 생애를 꿈과 현실을 오가는 여정으로 재구성하여 동시대적 드라마와 바리데기 신화의 전복을 꾀한다. <아들에게>(1.13~21)는 1903년 하와이에서 태어나고 중국, 일본에서 공부했으며, 중국, 러시아, 미국을 오가며 독립운동과 공산주의 운동을 했던 실존 인물 현미옥(앨리스 현)의 생애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주체적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간 현미옥(앨리스 현)의 삶을 중심으로 세기를 넘어 여성의 일과 사랑, 가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준다. <테디 대디 런>(2.16~25)은 2010년부터 뜨거운 사회적 문제로 다뤄온 코피노(한국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2세를 이르는 말) 문제를 조명한다. 사라진 아빠를 찾아 국적이 다른 두 딸이 필리핀을 횡단하는 이야기를 다룬 로드액션 청소년극으로 어른이 아닌, 청소년들의 유대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화전(火田)>(2.17~25)은 정선아라리의 탄생에 얽힌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창작된 작품이다. 조선 초, 화전민들이 오랫동안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강원도 정선 서운산 골짜기를 배경으로 신분이 다른 두 집단(토착 화전민과 숨어들어온 고려의 유신들)이 공존하며 겪는 갈등과 화해, 역사적 시련을 구슬프고 흥겨운 가락으로 펼쳐낸다. <이상한 나라의, 사라>(2.23~3.3)는 한국 사회에서 혐오와 멸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조현병 환자를 가족으로 둔 한 가정의 적응을 다룬 작품이다. 특히 조현병 환자의 딸로 등장하는 ‘사라’를 중심으로 정상이라는 사회적 통념에 짓눌리지 않는 주체적 삶의 필요성을 전한다. 

▲창작뮤지컬 분야는 역사적 의미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또한,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다양성과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내 친구 워렌버핏>(1.21~2.18)은 어린이만화 베스트셀러 <Who?>시리즈의 <워렌버핏>편을 가족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투자의 전설’로 불리는 ‘워렌 버핏’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모티브로 다양한 세대에게 공감을 전한다. 키라 밸 겐더의 심리치료 에세이와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재창작된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1.27~2.25)는 현대인에게 낯설지 않은 정신질환을 소재로 간증과 토크콘서트라는 실험적인 형식으로 관객과 활발하게 소통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영웅소설이자 작자미상의 고전소설 ‘박씨전’에서 모티브를 얻은 <여기, 피화당>(2.7~4.14)은 가장 약한 이들의 연대를 다룬다. 병자호란 이후, ‘환황녀’들의 참담한 현실과 이를 이겨내기 위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남기려 애쓰는 주체적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극중극의 형식으로 보여준다. <이솝S이야기>(2.16~4.14)는 이솝의 생애와 이솝우화를 연결지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구전문학의 속성과 이야기꾼의 역할에 착안하여 한편의 동화적인 플롯을 선보인다.

▲무용 분야는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들을 베이스로 해서 익숙한 소재를 새롭게 보기를 통해 본질을 찾아가려 노력하는 작품들이 주로 선정됐다. <애니멀>(1.26~28)은 폭력과 유린, 놀이가 엉망으로 뒤섞인 카니발(carnival)을 배경으로 한다. 카니발 속에서 드러나는 식인행위에 초점을 맞춰 인간과 동물의 경계에서 빚어지는 갈등, 현대사회에서 존재하는 약육강식의 현실 등을 움직임으로 풀어낸다. <Yaras>(1.27~28)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인문학적 방향성 제시에 물음을 던지는 ‘융복합’ 성향의 현대무용 작품이다. 미래지향적인 오브제(사이버 도그(Cyber Dog), 사이버 버드(Cyber bird))들을 활용하여, 비주얼적으로 강력하면서도 독특한 세계관을 창조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보인다. <a Dark room>(2.2~4)은 현대인의 불안과 두려움을 몸의 언어로 전한다. 지나친 경쟁과 성장 중심의 사회가 빚어낸 문제점을 극복하고 해체에서 관계로의 이정표를 제시해야 할 필요성을 몸의 언어로 표현한다. <The Line of Obsession>(2.17~18)은 몬드리안의 작품을 모티브로 발레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 고전발레 속 주인공 백조와 요정을 파괴하고, 본질의 선을 찾기 위한 강박적인 반복을 표현한다. <반가:만인의 사유지(思惟地)>(3.1~3)는 종교적, 역사적 산물인 ‘미륵반가사유상’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됐다. 공동체의 해체가 빚어내는 갈등과 불안으로부터 마음의 안정과 사유의 시공간을 제안하는 이머시브 형태의 작품이다. <Where is the Rabbit?>(3.1~2)은 몸의 언어를 통해 내재되어 있는 감춰진 욕망과 두려움을 수면 위로 끌어내 공동체의 해체를 보여준다. 작품의 주요한 오브제인 ‘토끼’는 인간에게 친숙함과 동시에 이상한 세계로. 그리고 우리가 잊고 있었던 순수의 세계로 안내한다. 

<②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