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15주년 맞은 예술위 ‘창작산실’, 2024 올해의 신작 발표 ②
[현장스케치]15주년 맞은 예술위 ‘창작산실’, 2024 올해의 신작 발표 ②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12.1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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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국 위원장 “15주년 맞은 예술위 ‘창작산실’, 현장 목소리 더욱 경청할 것”
공연제작 지원 외 기관ㆍ기업 협업 강화…추가 플랫폼 협력 지원
올해의 신작 6개 장르 28편, 내년 1월부터 공연 
홍보대사에 배우 차지연 선정

<①편에 이어서>

▲2024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을 소개하는 홍승욱 극장운영부장과 강량원 아르코예술극장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4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을 소개하는 홍승욱 극장운영부장과 강량원 아르코예술극장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최근 고무적인 작품들을 많이 발표한 ▲전통예술 분야에서는 과거에 안주하지 않은 장르적 특성 그리고 새로움을 시도하는 작품들을 찾아내려 했다는 것이 홍승욱 부장의 설명이다. <만중삭만-잊혀진 숨들의 기억>(1.12~13)은 과거 발걸음이 박자가 되던 시대, 그 호흡을 반영했던 음악을 탐색하고 고민한다. 또 ‘만, 중, 삭’ 순환의 흐름을 통해 현대인들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정리, 비움, 채움’의 순환과정으로 선보인다. <물의 놀이>(1.20~21)는 둥근 호흡으로 이어지는 전통 장단을 흐르는 물에 빗대어 타악기만의 소리로 표현한다. 또 ‘물’이라는 일상적이고 단순한 소재를 영상디자인과 결합하여 종합예술로서의 이야기로 그려낸다. <남성창극 살로메>(2.2~4)는 오스카와일드의 희곡을 남성창극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사랑과 욕망, 광기와 집착으로 결국 파국에 이르는 하룻밤의 그로테스크한 비극을 12명의 남성 배우들이 우리 소리로 표현한다. <밤쩌: 사라져가는 것에 대하여 Part 2>(2.2~3)는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사라져가는 동해안 오구굿의 가치와 특징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밤쩌는 세습무들이 동해안 오구굿을 부르는 은어로, 불세출이 재해석한 오구굿의 이야기를 통해 굿의 본질을 이어가고 동시대 전통예술인의 시선으로 굿의 생명력을 다시 불어 넣어본다. <무한수렴(無限收斂)의 멀티버스 -Multiverse of Iinfinite Convergence->(2.23~24)는 오롯이 거문고라는 악기와 40년간 함께해온 연주자 허윤정의 다채로운 음악세계를 다룬다. 한 무대에서 시공간을 초월한 멀티버스로 허윤정의 음악세계를 동시에 무대화한다.

▲음악 분야는 경계를 넘나드는 시도로 소통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이 선정됐다. <민요 첼로(MINYO CELLO)>(1.6)는 우리나라의 민요를 다섯 대의 첼로와 밴드로 재해석한다. 경계를 넘어서고 세대와 시대를 초월하는 폭넓은 공감을 선사한다. <시선 si, Sonne!>(1.26~27)은 안톤 체호프의 독특한 단편 ’어느 공무원의 죽음‘을 재해석한 음악극이다. 타인의 시선과 자기검열에서 오는 압박을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연출을 통해 표현한다. <크로스 콘체르토 프로젝트>(1.27)는 클래식 작곡가 오예승과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창작 방식을 모색하는 작품이다. 클래식과 재즈의 소통을 통해 경계를 넘는 새로운 음악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UN/Readable Sound>(2.2~4)는 진동과 노이즈로 세계를 감각하는 사운드 아티스트의 관점을 현대인의 시야와 감각에서 공감할 수 있도록 구현한다. 비주얼 라이브 퍼포먼스를 통해 사인파를 기반으로 한 사운드와 언리얼엔진이 구현한 비주얼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친다. <In & Around C>(2..24~25)는 다양한 음악 체계에서 활동해온 열 명의 연주자가 서로 다른 음과 소리들을 넓게 포용하며 공통음에 도달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실험적이고 다채로운 여정 속에서 음악가들은 예기치 못했던 ‘음악적 아름다움’의 조각들을 찾는다. 

▲창작오페라 분야에서는 욕망과 현실의 갈등, 비극적 아이러니를 만나볼 수 있다. <3과 2분의 1A>(1.11~12)는 결핍과 욕망이 초래하는 풍자적인 잔혹 동화다. 신데렐라 동화 속 유리구두를 모티브로 욕망과 결핍을 세심하게 들여다본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2.23~24)은 직장인으로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개인의 욕망을 과거로 회귀하는 판타지의 형식을 빌려 표현한다. 욕망을 위해 거짓말을 하고, 또 그 거짓되고 왜곡된 삶이 완벽한 평화인 듯 신봉하는 현대사회의 역설과 모호함을 다룬다. <이상의 날개>(3.8~10)는 전위적 예술가의 순수한 갈망과 좌절을 이야기한다. 천재시인 이상의 삶을 통해 그가 남긴 초현실적 작품들이 부조리한 시대의 반영임을 생생히 보여준다. 

이날 현장에서는 창작산실이 지난 15년간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들을 많이 발굴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급이 넘쳐나는 시장에 여전히 ‘신작’ 개발에만 몰두하는 것은 장르의 특성에 맞지 않은 지원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1회성으로 사라지는 공연이 너무 많은 가운데, 예술가들에게 신작 발표보다 간절한 것은 ‘재공연 기회’라는 것이다. 

이에 홍승욱 부장은 “예술위의 창작산실 사업은 ‘신작 개발’이라는 목표를 갖고 만들어진 사업임은 분명하다. 다만, 개발 이후 재공연 및 유통까지 확산시키는 과정으로의 발전은 현재 진행 중이다. 작품들이 해외로 유통되거나 더 많은 관객을 만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발전되는 과정을 밟아야만 한다”라며 “최소 2~3년의 기간을 거쳐 발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트라이아웃 공연이 예경 사업과 연계하여 개발되고 이것이 유통, 국제교류까지 가능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돕겠다”라고 답했다.

▲2024 공연예술창작산실 홍보대사로 임명된 배우 차지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4 공연예술창작산실 홍보대사로 임명된 배우 차지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편 예술위는 오는 2024년 공연예술창작산실을 알릴 홍보대사로 배우 차지연을 선정했다. 차지연은 ‘HOPE’ 초연에 출연했고, 2021년 ‘레드북’에 출연해 2022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22년 올해의신작 선정작 연극 ‘빵야’의 쇼케이스에도 참여하며 창작산실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보여줬다.

차지연은 “누구보다 창작산실을 애정하는 사람으로서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최선을 다해 활동하겠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정말 좋은 신작들이 많은데, 쇼케이스를 신인 배우들만 참여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는 동료들이 아직 많은 것 같다”라며 “창작산실 쇼케이스 참여는 정말 떨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긴장감을 좀 더 많은 동료 배우들이 함께 느껴봤으면 좋겠다. 소통의 창구를 만들어 주시면, 다양한 창작산실 작품들에 더욱 다양한 배우들이 참여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