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과거와 현재를 넘어 미래로 가기 위한 ‘국립창극단’의 방향성 ②
[현장스케치]과거와 현재를 넘어 미래로 가기 위한 ‘국립창극단’의 방향성 ②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12.12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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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국립창극단 심포지엄 <창극, 과거와 현재를 넘어 미래로> 지난 5일 개최
“창극단의 중심, 예술감독에서 배우로 이동”
“작곡과 구분되는 ‘작창’의 역할 인식 강조 돼야”
국립극장, ‘가장 가까운 국립극장’ 통해 영상화 작업 본격화 

[①편에 이어서]

고선웅 연출가 “음악적 요소 강한 창극, 주제 잘 보여야”

고선웅 연출가는 <변강쇠 점 찍고 옹녀>, <흥보씨>, <만세배더늠전>, <귀토> 등 4편의 창극을 쓰고 연출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창극 연출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고 연출가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서사 중 그렇지 않은 장르가 없겠으나, 음악적 구성요소가 강한 창극은 특히 주제가 쉽게 납득이 돼야 한다. 또한 다양한 연령층이 관람한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라며 “막연히 재밌고 유쾌한 것뿐만 아니라, 관객이 보는 내내 흐트러지지 않고 서사를 쫓아갈 수 있게 하는 주제가 반드시 필요하며, 주제가 잘 잡히면 캐릭터도 분명해진다”라고 창극 연출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했다. 

이어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러 소리가 잘 어울렸을 때 덜 지루하다”라며 “작창가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서사구조에서 그런 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인물의 성격이 잘 구축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작창을 잘하려 해도 인물 간의 충돌이 선명하지 않으면 비슷한 소리로 짤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캐릭터들이 같은 상황에서 다르게 반응하는 상태라면,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극본과 가사가 잘 나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고선웅 연출가가 강조한 또 하나는 ‘재공연’이다. 그는 “처음 제작할 때부터 재공연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그러면 작품에 임하는 여럿의 태도부터가 남달라진다”라며 “계속 공연을 할수록 품질은 향상되고, 배우의 기량은 나아진다. 순회공연이든 해외공연이든 가능하면 많이 하는 것이 좋다. 그 의지가 있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판소리의 말은 번역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해외 공연을 염두한다면 번역자 인재 양성을 위한 꾸준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립창극단 심포지엄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고선웅 연출가
▲국립창극단 심포지엄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고선웅 연출가

송소라 교수 “창극의 세계화, 적극적 대중화 통한 수요층 확대 필요”

송소라 교수는 전통에 기반을 두되 자유로움을 갖는 창극이, 세계화의 과제를 부여받으며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과정을 바탕으로 어떤 방향성을 모색해야 할지 다뤘다. 

창극은 음반, 라디오, 텔레비전 등 20세기의 다양한 문화 매체와 더불어 존재해왔다. 다매체 시대인 현대에 창극은 비단 무대에서만 수용될 것이 아닐, 운신의 폭을 더욱 넓혀 많은 매체 속에 존재할 수 있다. 송 교수는 “뮤지컬이 영화로 제작되듯 창극 역시 영화로 제작될 수 있으며, 라디오극을 통해 대중과 더 소통할 수 있다. 유튜브 등의 전 세계적 영상 채널을 통해서도 전통음악극인 창극이 대중 속에 진입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창극을 홍보하는 미디어 채널과 영상도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송소라 교수의 제언이다. 송 교수는 “유튜브에서 창극을 알아보고자 검색을 해도 대중이 즐겨볼 수 있는 콘텐츠가 매우 적다. 국립극장 채널에 업로드된 창극 영상은 대체로 1분 내외의 짧은 길이에 불과해 창극의 맛을 알기엔 아쉬움이 있다. 유명 뮤지컬 작품의 대표 넘버 가창 영상이 보통 3~4분 내외로 대중에게 전달되는 것과 차이가 난다”라며 “창극이 ‘음악’극인 점을 고려하면, 대표 음악, 이른바 주요 가창이 대중에게 더 친근하게 소비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국립창극단의 공연은 매진을 거듭하며 대중문화예술의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마니아층에 국한되어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 송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창극의 세계화는 창극의 대중화 속에서 함께 이뤄질 수 있다”라며 “지금까지 레퍼토리의 다양화로 창극 자체의 여러 면모를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이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용층을 넓히는 작업이 진정으로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국립창극단 심포지엄 종합토론 현장
▲국립창극단 심포지엄 종합토론 현장, 발언 중인 남인우 대표

종합토론 “알려지지 않은 소재 및 명인 발굴에도 노력 필요”

주제 발표 후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참석자들은 국립창극단의 발전 방향에 대한 자유로운 발언을 이어갔다. 

1999년에 입단해 2015년까지 국립창극단원으로 활동한 박애리 명창은 ”제가 처음 입단해 활동하던 시기에는 초대권이 있어도 창극을 보러 올까 말까 하던 분위기였다. 당시엔 유료 관객으로 해오름극장을 채우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었는데, 이러한 긍정적 변화가 정말 기쁘게 느껴진다“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작품에서 다루는 주제들도 다양해짐을 느낀다. 앞서 주제 발표 때 나왔듯, 전통과 새로움 두 가지가 공존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창극의 세계화를 위한 작업이 앞으로도 치열하게 이뤄지길 응원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남인우 대표는 ”창극이 판소리라는 굉장히 오래된 전통 양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바꿀 수 없는 고정된 요소라고 생각하기보다 새롭게 도전할 가능성이 많은 영역이라고 감히 생각해봤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고선웅 연출에게 창극 연출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이에 고선웅 연출가는 ”안 해본 영역에 대한 공포는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지만, 내면의 열망이 이것을 이겨내야 무대에서 자유롭게 표현된다고 생각한다. 장르에 대해 공부하며 특성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배우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작업하는 스태프들의 작업 방식을 보고 논의하며 ‘함께’ 만드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염두한다면 연극이나 뮤지컬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국립창극단 심포지엄 종합토론 현장
▲국립창극단 심포지엄 종합토론 현장

이주현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 팀장은 ”송소라 교수님이 발표에서 ‘창극의 영상화’를 언급하셨는데, 다행히도 ‘가장 가까운 국립극장’이라는 영상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내년부터는 외국어 자막이 들어가서 외국 관객들도 창극을 비롯한 국립극장 작품들을 온라인에서 관람 가능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 관객은 국립창극단에서 각 지역의 알려지지 않은 명인, 명창들과 그들이 남긴 유산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제안을 건넸다. 관객은 ”명창으로도 유명하셨던 김애정 선생님이 계신다. 권번 출신으로 김소희 선생님과 여성국극단도 같이 창립하시는 등 많은 업적을 이루셨다. 지역의 명인 명창들을 찾아서 작품에 녹여주십사 이 자리를 빌어 요청드린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