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안무가 안은미가 산드레토 레 레바우덴고 재단(Fondazione Sandretto Re Rebaudengo)의 초청으로 18일 베니스 산 자코모(San Giacomo)에서 프로젝트 전시인 ‘안은미의 상호조우체 프로젝트-핑키핑키 굿’을 선보인다. 산드레토 레 레바우덴고 재단(Fondazione Sandretto Re Rebaudengo)이 주최하고, 안은미컴퍼니가 주관한다.
이탈리아 토리노 소재의 산드레토 레 레바우덴고 재단(Fondazione Sandretto Re Rebaudengo)은 현대 미술 컬렉터 파트리치아 산드레토 레 레바우덴고(Patrizia Sandretto Re Rebaudengo)가 1995년에 설립한 예술재단으로 교육, 전시, 작가 지원 등 다방면으로 문화예술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재단은 토리노, 구와 구아레네에 이은 세 번째 공간을 위해 베니스 소재의 산 자코모섬San Giacomo in Paludo을 매입했다. 2025년 개관을 목표로 공사중에 있으며 이 기간에 산 자코모에서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 시기에 맞춰 세계적인 큐레이터이자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ies)의 예술감독인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의 큐레이션으로 작가 주도 프로젝트를 지원 및 주최해 오고 있다.
이번 공연 장소인 산 자코모는 과거에 나병 환자들의 섬이었고, 나폴레옹의 군사 기지로 사용됐다. 안은미는 이 사연 많은 땅의 역사를 되짚고, 현대 예술의 중심지로 탈바꿈시키키 위한 ‘터 굿’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 전통 무속 신앙에 기반한 다채로운 핑크빛의 향연을 통해 과거의 영혼들을 불러내 위로하고, 무표정한 현대예술에 지친 관객들의 영혼에 다시 열정을 불어넣고자 한다. 안은미와 무용수, 연주자들은 방문객들이 단순한 관람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굿판의 일원이 되어 동참하도록 이끌어낼 예정이다.
‘안은미의 상호조우체 프로젝트-핑키핑키 굿’은 무용수와 연주자들이 함께 축제나 가게 개업식에서 볼법한 핑크색 스카이댄서 조각들이 산 자코모에 도착하는 손님들을 맞이한다. 섬에 발을 딛은 관객들은 산 자코모의 역사가 담긴 돌을 하나씩 선택하도록 안내받고, 이를 품에 안은 채 안은미가 구성한 ‘굿판 순례자의 길’을 따라 걷게 된다. 길 위에서 관객들은 안은미의 기존 무용 작품들의 제목을 전유한 다양한 조각 작품들을 마주치고, 전달-매개자(Conduit-Mediator)로 이름 붙여진 무용수들의 안내에 따라 작품들과 상호작용하며, 관람자를 넘어서 참여 관객으로 거듭나게 된다.
길을 걷다보면 여정의 끝에서, 관객들은 봉긋한 흙 언덕을 만나게 된다. 언덕 위에는 작은 배가 파묻혀 있고, 배에는 핑크색 페인트가 가득 채워져 있다. 이후, 안은미 컴퍼니의 전달-매개자들이 관객의 돌을 받아서 페인트에 담그고, 섬의 역사가 담긴 돌은 핑크색 침례의식을 치른 후 새로운 조각으로 재탄생한다. 삶과 생명 예찬의 색을 두른 돌들은, 한국의 산골짜기에서 볼 수 있는 기원의 돌탑처럼 하나하나 쌓여가고, 하늘을 향한 기도가 된다. 굿판을 이끄는 안은미는 이내 하늘로 날아올라 베니스의 물길과 하늘과 땅을 축복하고, 베니스의 바닷물을 재생과 치유의 생명수로써 산 자코모에 폭탄처럼 투하한다. 크레인 위에 매달린 포스트-컨템포러리 샤먼이 땅 위의 모두에게 베푸는 축성의 의식으로 산자코모의 새로운 내일을 도모하고, 축복하는 과정을 그리고자 한다.
한국 공연예술계를 대표하는 예술가 안은미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해 안은미컴퍼니를 설립한뒤, 대구시립무용단의 예술감독을 역임하며 <성냥파는 소녀>, <하늘 고추>, <안은미의 춘향> 등의 대작을 발표했다. 대표작으로는 <몸의 인류학>, <드래곤즈> 등이 있으며, 안은미는 150편 이상의 레퍼토리를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무대에서 선보이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