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것이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 위해 써 달라”
“내것이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 위해 써 달라”
  • 박기훈 기자
  • 승인 2010.03.1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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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 다비준비위, 13일 순천 송광사에서 다비(茶毘) 거행

“번거롭고, 부질없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수고만 끼치는 일체의 장례의식을 행하지 말고, 관과 수의를 따로 마련하지도 말며,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 없이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하여 주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 말며, 탑도 세우지 말라”

‘무소유’의 지혜를 일러 주고, 청빈의 도와 맑고 향기로운 삶을 몸소 실천하던 법정(法頂) 스님이 지난 11일 세수 79세, 법랍 56세로 송광사 서울분원 길상사에서 입적했다.

‘법정 스님 다비준비위원회(이하 다비준비위)’는 스님의 평소 말씀에 따라 영결식 등의 장례절차 없이 법구(法柩)를 12일 전남 순천시 송광사로 운구해 13일 오전 11시 다비(茶毘)할 예정이다. 또한 일체의 조화나 부의금도 받지 않는다.

법정스님이 “문상도 받지 말라”고 했지만 불자들을 위해 서울 길상사, 순천 송광사와 인근 불일암 등 3곳에 분향소를 마련할 계획이다.

다비준비위 관계자에 따르면 법정 스님은 입적 전날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내가 금생에 저지른 허물은 생사를 넘어 참회할 것이다.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해 달라.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겠다”는 유언을 남기며 “머리맡에 남아 있는 책을 나에게 신문을 배달한 사람에게 전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또한 법정 스님은 그 동안 ‘무소유’, ‘일기일회’등 종교를 초월해 모든 이들에게 진정한 삶의 길을 제시하는 많은 저서를 남겼지만, “그 동안 풀어 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지고 가지 않겠다” 며 스님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주기를 간곡히 부탁했다고 한다.

법정 스님은 4년 전 폐암이 발병해 여러 차례 수술과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겨울에는 강원도의 오두막에서 제주도로 거처를 옮겨 요양했지만 최근 병세가 악화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고, 11일 오전 위급한 상황을 맞자 평소 뜻대로 길상사로 옮겨졌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조전을 보내 “살아생전 빈 몸 그대로 떠나셨지만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남겨주셨고 자비가 무엇인지, 진리가 무엇인지 말씀만이 아니라 삶 자체로 보여주셨다”며 스님의 가르침을 기리기도 했다.

法頂 스님 연표

1932년 10월 8일  전라남도 해남군 문내면 선두리 출생
1954년 2월 15일  통영 미래사에서 입산 출가
1956년 7월 15일  효봉 선사를 은사로 사미계 수계
1959년 3월 15일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자운율사를 계사로 비구계 수계
1959년 4월 15일  해인사 전문강원에서 명봉화상을 강주로 대교과 졸업
                          이후 지리산 쌍계사와 가야산 해인사, 조계산 송광사 등 선원에서 수선안거(修禪安居)
1960년 초봄~61년  <불교사전> 편찬 작업에 동참
1967년  동국역경원 편찬부장,
1972년  첫 저서 「영혼의 모음」 발간
1973년  불교신문사 논설위원, 주필, 씨의 소리 편집위원
              민주수호국민협의회와 유신 철폐 개헌 서명운동 참여
1975년 10월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8명의 젊은이가 사형 선고를 받는 것을 보면서 크게 충격을 받고
                       반체제운동의 한계를 느껴 송광사 불일암으로 돌아감
1976년  대표 저서인 「무소유」 발간
1985년  경전공부 모임 법사
1984년~1987년  송광사 수련원 원장
1987년~1990년  보조사상연구원 원장    
1992년  강원도 산골 오두막으로 거처를 옮기고 홀로 수행정진하심
1993년 8월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기 운동' 준비위 발족
1993년 10월 10일  프랑스 최초의 한국 사찰 인 파리 길상사 개원
1994년 1월 1일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기 운동' 창립
1994년 3월 26일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기 운동' 서울모임 창립 기념 첫 대중 법문을 
                              서울, 부산, 대구, 경남, 전주, 춘천, 거제, 제주, 광주, 대전 등지에서 하며 지부 발족
1995년  4번이나 거절해오던 김 길상화 보살의 대원각의 무주상보시 뜻을 맑고 향기롭게 모임을 
             지속적으로 후원하기 위한 역할을 맡을 ‘맑고향기롭게 근본도량’으로 개원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며 시주 받고 그 터와 일체 건물을 대한불교 조계종 송광사 분원으로 등록함
1997년 1월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 이사장 취임
1997년 12월 14일  '맑고 향기롭게' 근본도량 길상사 창건
1998년 2월 24일  명동성당 축석 100돌 기념 초청 강연
2003년 10월  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 창립 10주년 기념 강연 (서울/부산/대구/경남/광주)
                        파리 길상사 개원 10주년 기념 법문
 2003년 12월  '맑고 향기롭게' 근본도량 길상사 회주에서 스스로 물러남
2010년 2월 현재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 이사장

저서

<법문집>
산에는 꽃이 피네(1998), 일기일회(2009),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2009)

<산문집>
영혼의 모음(母音)(1972), 무소유(1976), 서 있는 사람들(1978), 말과 침묵(1982), 산방한담(1983), 물소리 바람소리(1986), 텅빈 충만(1989),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1990), 버리고 떠나기(1993),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1996), 오두막 편지(1999), 홀로 사는 즐거움(2004), 아름다운 마무리(2008), 달이 일천강에 비치리 - 효봉선사의 자취(1984, 불일출판사)

<잠언집>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2006), 맑고 향기롭게(2006)

<역서>
불교성전(1972), 깨달음의 거울(禪家龜鑑, 1976), 말과 침묵(1982), 진리의 말씀(法句經 1984), 불타 석가모니(1990), 숫타니파타(1994), 因緣이야기(1991), 신역 화엄경(2002), 스승을 찾아서-화엄경 입법계품(2002)

지혜의 말씀(법구경, 백유경, 1978), 나누는 기쁨(보현행원품, 1984), 밖에서 찾지 말라(보조선서 법어, 1989),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숫타니파타 강론집 1990),

<여행서>
인도 기행(1991)

<공저>
아! 장준하 그 심지에 다시 불길을(1980, 공저)

<영문판>
The Mirror of Zen(깨달음의 거울 영문판) / 출판사 동쪽나라 (미국:샴발라출판사) / 저자 Boep Joeng (법정스님) / 단가 US $14,95

May All Beings Be Happy(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영문판) / 저자 법정 지음 | 류시화 번역 출판사 조화로운 삶 / 2006-05-12 출간 | 페이지수 263

Sound of Water Sound of Wind(산문 모음집 영문판) / 법정 지음 / 브라이언 베리 번역

<중국어판>
無所有(무소유 역),
山有花(산유화, 산에는 꽃이 피네의 역)
凡活著的盡皆幸福(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의 역)

<일본어판>
無所有(무소유 역)
生きとし生けるものこ幸あれ(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역)

<어린이용 편저>
참 맑은 이야기, 참 좋은 이야기(2002), 슬기로운 동화나라(1, 2, 3권 / 2003)

<관련 출판물>
봄여름가을겨울(2001), 대화(2004)

<오디오 북>
산에는 꽃이 피네 - 낭독 ; 법정스님 / 이계진 / 이미선(동쪽나라, 1999)
연꽃 향기를 들으면서 - 낭독 ; 김세원(2007, 아울로스 미디어)

서울문화투데이 박기훈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