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상업과 예술의 이중주 가능?
명동, 상업과 예술의 이중주 가능?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9.01.3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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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관광 명소로서 해결해야 할 과제 산더미, 안팎 수리 중

옛 국립극장 부활로 문화예술 안방 마님 재기 가능할까.

서울 4대 관광 특구 중 하나인 명동. 젊은이들의 머릿수로 거리가 빽빽이 메워지고 일본인 관광객이 두 번째로 많이 온다면 서러워 할 곳. 다른 관광 특구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던 명동이 국립 극장의 부활과 함께 문화 예술의 명소로서 움추렸던 어깨를 펴며 안팎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높은 엔화 가치로 일본관광객이 몰려들어 엔고 특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지만 명실 공히 쇼핑과 관광의 천국이어야 할 명동이 청담동에게 밀리고 있다는 소식마저 들려온다. 실제로 명동은 이곳을 찾는 외국인 들을 위한 편의 시설 등이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제대로 된 놀이 공간마저 없다는 것이 지적되고 있다. 명동이 다른 관광특구와의 차별화를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명동이 옛 명성을 되찾아 문화 예술의 안주인으로 재기 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명동 거리 전경
명동, 관광특구 된 경위부터 싱겁다?

 명동은 처음인 것이 많다. 20여 년 전 부터 260억을 들여 지중화 작업을 한 것도 최초지만 그것을 기념으로 축제를 시작, 지금의 명동 축제로 자리 잡게 된 것도 최초다.

명동은 97년도에 관광 특구가 되었다. 내국인이 많이 몰리기로도 유명했지만 외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명동은 일찌감치 관광특구가 되기 위한 노력을 펼쳐왔다. 관광특구가 되면 우선 영업적인 면에서 많은 혜택을 받는다. 통금이 있던 그 시절에는 특구가 되면 통금이 없어지기 때문에 밤 12시까지라도 영업을 할 수 있었다. 명동을 관광특구가 되게 하기 위해서 관광특구명동상가번영회에서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은 파워 있는 정치가들에 의해서 단 3일 만에 쉽게 관광 특구가 돼버렸다.

그래서 일까. 어떤 특화된 면모를 인정받아 특구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위 ‘종합 백화점’이라는 명동은 아직도 국제적인 관광의 명소로서는 부족한 면모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관광 특구 인데 한국 전통 엽서 살수 없다니

독일에서 온 바바라(여, 31)는 한국을 방문한 기념으로 엽서를 명동에 놀러 온 김에 사려 했지만 곧 포기 하고 말았다. 근처에 엽서를 파는 곳이 있는지 알아보았더니 300미터는 떨어져 있는 우체국까지 가야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명동 관광안내소 조차 “명동 내에는 한국 관련한 엽서를 살 곳은 없고 호텔 내에 민예품 숍이 있으니 그곳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데 한국인이 들어도 황당해 진다. 
 사실 사정은 이렇다. 현재 관광안내소 건너편에 위치한 ABC마트 신발가게로 변경된 이 터에 예전에는 민속공예점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건물주가 건물세를 두 배나 훌쩍 뛰게 부르는 바람에 도저히 버텨낼 수 없어 인사동으로 옮기고 말았다. 그나마 엽서를 구할 수 있는 팬시점은 있지만 우리 전통 그림이 있는 엽서는 찾아 볼 수 없고 서구식 엽서만 즐비 할 뿐이다.   

▲ 외국인들은 은행보다 이용하기 편리한 환전소를 택하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공공시설 

또한 외국인을 위한 편의시설도 취약하기 그지없다. 명동에는 외국인들이 사용가능한 공공 화장실이 극히 부족하다. 그나마 외국어 안내가 있는 공공 화장실은 버거킹에 하나 설치되어 있을 뿐이다. 명동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혹여 화장실 용무가 급할 때에는 하는 수 없이 아무 상가나 들어가야 한다. 사람들의 출입이 잦은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숍 등지에 있는 화장실을 무난히 이용 할 법도 하지만 커피라도 한잔 시키지 않으면 눈치가 보일 수 있다.

또 명동에는 은행이 여러 곳 있지만 환전하는 것도 외국인이 느끼기에는 그 절차가 까다로워 10개 정도 있는 환전소를 빈번히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광안내소 앞에 위치한 환전소 운영자는 “외국인들이 은행에 가서 환전하는 것을 복잡하게 생각해 대부분 환전소를 선호하고 있지만 환전소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명동에 있는 어떤 가게들에서는 직접 엔화를 취급하기도 해 관광객들 불편함을 직접 토로 할 정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한 각 나라별로 환전 할 수 있는 돈이 제대로 구비되어 있는 지를 알아보기 위해 명동 관광안내소 바로 앞에 위치한 우리은행을 찾았다. 환전을 담당하는 이혁주 과장은 “명동 내에는 ‘우리은행’ 외에도 은행이 많으며 우리 은행의 경우에는 항상 각 국의 돈을 보유하고 있어 환전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언어인데 영어 일 경우에는 문제가 없고 일본과 중국에서 온 손님들이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조금 힘들다고 했다. 일본 관광객이 많은 명동에서 간과 할 수 없는 사항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하자 “우리은행 내에는 주요언어의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의사소통에 장애가 생길 경우 전화를 걸어서 하고 싶은 말을 수화기를 통해 할 수 있기 때문에 불편함이 없다” 고 한다.

그러나 결국 외국인들은 언어적인 장벽과 절차가 까다로운 것 같은 편견 때문에 환전소를 이용하고 있으며 은행을 통해 환전을 할 경우 의사소통의 장애라도 생기면 전화 통역을 받아야하는 불편한 사항들을 감수해야 한다. 

명동에 카지노 만들어 말어?

관광 안내소도 부족한 실정이다. 명동의 땅값이 너무 비싸 기존 2개소 운영하던 것을 하나로 줄였는데 그나마 기존 6시까지 운영하던 것을 밤 9시까지 운영하기로 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외국인 관광객 안내로 쉴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관광안내소 직원에게 안내소를 찾는 외국인들이 주로 어떤 것을 물어 오는 지 묻자 “안내를 받으러 오는 외국인 중 일본인이 80%에 육박하며 일본인들은 주로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이 명확해 그곳을 정확히 지적해 물어 본다”고 했다. 주로 맛 집, 리무진, 공항 면세점 셔틀버스에 대한 문의가 많단다.

그런데 늦은 밤까지 사람이 많은 명동에서 왜 9시 까지만 안내소를 운영 하는지 묻자 명동에 젊은이들이 쉴 광장이나 놀이를 즐길 곳이 없어 9시 이후에는 대부분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간다.   

명동 주변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위치해 있어 명동이 청소년 보호 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것도 관광 특구의 측면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작용을 한다는 의견도 있다. 외국인들이 명동에 와서 늦게 까지 놀 곳이 없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적절한 놀이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외국인이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기에는 너무 불편한 시설이다
양심 없는 노점상에 죽어가는 상점들
 
 거리마다 넘쳐나는 노점상 문제도 있다. 중구청은 지난 2007년도부터 노점상 자율개선 위원회를 운영해 노점상 정비와 디자인 개선을 하겠다고 했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기초질서를 확립하라고 하고선 대통령 또한 노점상을 해봤다고 하니 힘든 시기에 어떤 불똥이 튈지 몰라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노점상들 때문에 상가 사람들은 실제적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제품 질은 다를지 몰라도 같은 상품을 사람들의 눈에 더욱 쉽게 띄는 곳에서 팔고 있으니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건물주인 경우에야 임대료라도 들지 않으니 어느 정도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겠지만 임대료조차 수익이 보장 해 주지 않는 상황에는 힘들 수밖에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보행 및 이동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 횡단보도가 없어 지하도를 통해 움직여야 하는 것은 무거운 캐리어를 소지한 외국인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사람들의 통행이 상대적으로 덜한 삼각지역 같은 경우에도 지상까지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는데 명동에는 롯데 백화점을 제외하고는 지하와 지상을 끝까지 이어주는 에스컬레이터가 없다는 점이 큰 문제 요인으로 꼽힌다. 

명동에 국립극장 부활, 올해 3월 완공

▲ 현재 건립 중인 명동예술극장, 올 3월 완공될 예정이다.
물론 명동의 이런 부족한 점들이 고스란히 방치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명동은 최근 과거 문화예술 중심 지역이었던 명성을 되찾는 것을 중심으로 다양한 개혁을 위한 몸부림을 지속하고 있다. 명동상가번영회 이동희 사무국장은 “명동이 올해 3월에 완공될 국립극장과 함께 기존의 문화예술의 중심지로서의 면모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극장은 지난 75년에 명동에 자리해 문예활동을 했던 사람들이 막걸리를 나누며 모여드는 곳으로 유명했다. 특히 전통 정극을 하는 이름 있는 사람들이 무대에 많이 서 상권도 후광효과를 입었다. 그런데 정부에서 이곳을 사무실로 쓰려고 빌딩을 짓겠다 해서 국립극장은 허무하게 팔려 넘어 갔다.

명동상가 번영회는 지난 10여 년간 ‘국가가 팔았으니 국가가 다시 사라’고 주장하며 ‘국립극장 되찾기’ 활동을 해왔고 각계 유명 인사들의 100서를 만드는 등 엄청난 노력을 펼쳐 왔다. 결국 지난 2004년 문광부가 원래 국립 극장을 다시 사서 복원하기로 결정 했다. 국립극장은 올 3월에 완공될 예정이며 5월부터는 본격적으로 공연을 무대에 올리게 된다.

예술극장이 다시 복원 되면 문화를 향유하는 일정 수준 이상의 사람들이 더 모여 들게 될 것이고 상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명동의 주 방문층은 10~20대이나 문화 향유의 기회를 증가 시키면 경제활동을 주로 담당하는 30~40대의 방문이 증가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관광객들에게 그 나라 언어로 우리 문화를 알리는 공연등도 계획 중이다. 한국 문화 교육 체험의 공간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고유의 공연을 매일 3번 외국어 가이드와 함께 운영한다든지 하는 프로그램을 구상중이다.  

또 명동 주변에 위치한 삼일극장, 중앙극장, 창고극장 등과 함께 아트센터와 간이공연장 을 활성화 시키는 전략을 편다. 현재 명동에는 조재현씨가 명동아트센터를 운영 중인데 비교적 잘 운영 되고 있는 편이다. 또한 1월 말이나 2월 초 구 제일 백화점 5층에는 150석 규모의 간이 소극장이 완공 될 예정으로 지역의 공연 문화가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상업 지구 중심상업지구로, 공공화장실 설치 시 혜택 줘

명동의 외적 낙후, 즉 슬럼화를 막기 위해서 일반 상업지구를 중심 상업 지구로 서서히 변경해 갈 예정이다. 이는 현재 명동에 명품 샵이 들어서지 못하는 이유와도 관련이 깊다. 과거 명동에는 유명디자이너 앙드레 김을 비롯 디자이너 샵들이 즐비 했었지만 강남이 개발된 이후로는 대부분이 깨끗하게 정비된 그쪽으로 옮겨 갔다. 현재도 명동은 땅값이 워낙 비싸 건물주들이 낙후된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것을 미루다 보니 점점 슬럼화가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 상업 지구에서는 기존 100평의 땅에 건물을 지을 때 60%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공지로 내어 놓아야 했다면 중심 상업지구로 변경된 곳은 90%까지 활용할 수 있게 돼 상인들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 리모델링을 할 때 건물이 완공되는 기간 동안 세도 못 받고 건물 규모도 작아져 여러 가지 손해를 감수하기 어려워 건물 신축이나 증축을 미루던 건물주들도 조금씩 움직이는 추세다.

또 새로 짓는 건물에는 공공 화장실 설립을 권장해 화장실 부족 문제까지 함께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신축이나 증축을 할시 건물 1층이나 2층, 혹은 지하에 규격을 정해서 몇 개소 공공 개방화장실을 설치하고 바깥에 외국어로 표시를 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이에 따른 혜택은 주차장 설치 경비의 반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해 실제적인 도움을 준다. 최근에는 개방화장실 표시디자인을 관광 정보 센터에서 받기도 했다. 

부족한 관광 안내소 문제는 곧 완공될 국립극장에 글로벌 문화 센터를 설치, 관광안내소로서의 대행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더 늘려야 하는 필요성이 절실했지만 경비 때문에 만만치 않았던 관광안내소가 국립극장 내에 설치 돼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게 되는 셈이다.  

한편 명동 내에는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곳에 택시 승강장 공사도 고려 중이다. 택시를 기다릴 마땅한 장소가 없어 불편함을 겪었던 외국인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택시 기사들의 불친철과 승차 거부 문제도 시정이 시급하다. 시 차원에서도 택시 기사들을 교육 한다든지 혹은 인센티브를 준다든지 하는 대책 마련으로 외국어 부분을 강화해 승차거부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의 대비책을 세워줘야 할 것이다.

명동에서 남산까지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자
 
상가들로 밀집된 명동에 휴식공간을 마련할 가장 큰 대안은 남산과의 연계다. 명동에서 남산을 갈 수 있는 셔틀 버스 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도 시정이 필요하지만 케이블카를 명동에서 띄우자는 제안이 긍정적으로 오가고 있다. 명동을 방문한 많은 외국인들이 남산을 케이블카로 갈 수 있도록 한다면 문화관광산업도 더 일어날 것이다. 이를 위해 명동관광특구협의회가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명동만의 특화된 상품이 없다는 지적 또한 빼 놓을 수 없다. 현재 이를 위한 상품 개발 작업이 한창이라고 한다.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다른 곳에서는 구입할 수 없는 명동 특유의 상품을 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국제적 관광 명소로 거듭나기 위해 해결할 과제가 산더미인 명동이지만 적어도 자신의 아픈 곳을 알고 치유를 위한 노력을 한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올해 3월 국립극장 부활과 함께 봄처럼 만개할 명동을 지켜보자.

서울문화투데이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