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하늘 언제나 오방색 무지개로 떠오르소서
통영 하늘 언제나 오방색 무지개로 떠오르소서
  • 정해룡 통영예총회장
  • 승인 2010.06.0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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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전혁림 화성께 드리는 조사 정해룡 통영예총회장

▲ 정해룡 통영예총회장 통영예술인장 장례위원장
오늘 우리는 통영이 낳은 한 위대한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인, 전혁림 선생님을 우리 곁에서 영원히 떠나보내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 모두의 자랑이자 버팀목이셨던 전혁림 선생님께서 백세 때까지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시기를 간절히 바랬던 저희들의 염원이, 저희들의 갈구가 비바람에 꽃잎 지듯 떨어졌습니다.

 오늘, 전혁림 선생님의 서거에 싱그러운 오월의 신록도 그 찬란한 빛을 잃었고 통영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도 울음을 삼키고 있으며 선생님이 생전에 그토록 좋아하시던 통영바다와 그 파도도 옷깃을 여미고 이곳 강구안 문화마당으로 달려와 삼가 머리를 조아리고 있습니다.

 전혁림 선생님! 선생님은 미술전문학교의 문턱에 가보지 않고도 세계적인 화가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예술은 선생이 없고 타고난 재능과 전반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나는 아프리카 흑인예술과 르네상스, 입체파, 야수파 등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렇다고 모방은 안했다. 독창적인 것으로 창작을 했다."고 말씀 했습니다.

 이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뼈를 깎는 고통이었을 것이며 이를 통해 선생님은 마침내 한 일가를 이루었습니다.

 모두들 '중앙'화단과의 관계를 맺기 위해 안달이 나도 선생님은 '중앙'과의 거리를 두고 미술계의 고질적 폐단인 학연 등에 연연하지도, 일시적인 유행에 타협하지도 않으며 오로지 고향에서 오불관언, 묵묵히 자신만의 독특한 색채와 풍경을 노래해 왔습니다.

 더욱이 보통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현역에서 손을 놓고 저만치 물러나 앉아있기 일쑤인데 선생님께서는 어찌된 일인지 개인 미술관을 갖게 되면서부터 구십이란 나이도 젊다 하시며 일반 화가들이 일생에 걸쳐 창작을 해도 못다 그릴 1,500여점의 작품을 창작하셨으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것은 아마도 고향 통영의 바다가 선생님을 지탱해 준 것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세계를 주유하며 '세계문학기행'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문학지도를 그려낸 통영출신의 대 문장가 김성우는, "세계의 모든 문학적 명작은 고향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어찌 문학만이 그리하겠습니까.

 선생님의 작품 편 편마다 그 밑바탕은 눈이 시린 코발트 블루의 고향 통영 바다가 있으며 그 바다는 언제나 선생님에게 지칠 줄 모르는 지적 호기심을 가져다주었고 미에 대한 끝없는 탐구와 예술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킨 원동력이었습니다.

 또한 그 바다는 선생님께서 눈을 감으실 때까지 손에서 붓을 놓지 않도록 해 준 에너지의 원천이었습니다.

 '통영문화협회'를 함께 결성했던 선생님의 절친한 영혼의 교류자인 대여 김춘수는 선생님의 작품 속 통영바다를 좋아했고 이를 '코발트 블루'라고 즐겨 불렀습니다.

 그 '코발트 블루'에 대해 선생님은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코발트 블루를 정확하게 말하자면 쪽빛 한술에 청색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일어나는 번짐의 가장자리색"이라고 말입니다.

 이제 선생님께서 가시는 저 세상의 바다도 온통 '코발트 블루' 색 일색일 것입니다.

 선생님! 그곳에서도 손에서 붓을 놓지 않으시고 그림을 그리시렵니까? 이제는 편히 쉬십시오.

 통영문화협회 회장이셨던 청마도 만나시고 총무 김춘수와 간사이셨던 윤이상도 만나시고 초정 김상옥도, 박경리도, 김용주도, 특히 이중섭과도 만나서 못다 한 예술을 노래하고 이야기 하십시오.

 전혁림 선생님! '구십이란 나이도 젊다' 하시면서 손에서 붓을 놓지 않으셨던 선생님! 선생님의 그 크시고도 높은 예술의 창작정신을 남아 있는 우리 들은 본받고 배워서 훌륭한 예술인으로 거듭나겠습니다.

 행여 이승에서 못다 그린 그림이 있다면 우리 예술인들에게 영감으로 떠오르게 해 주십시오.

 전혁림 선생님은 이제 갔습니다.

 선생님이 떠나고 없는 이 통영은 한동안 절망과 적막감에 싸여 있을 것입니다.

 우리 문화예술인 모두는 이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으며 이 뛰어나고 걸출한 당대 최고의 화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자랑스럽고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길이길이 남아있을 것입니다.

 아, 전혁림 선생님이시여! 부디 평안히 영면 하소서! 

 부디 평안히 가소서! 그리하여 통영 하늘에 언제나 오방색 색채의 무지개로 떠오르소서.
 

 정해룡 통영예총회장

▲ 통영예술인장이 치뤄지는 가운데 남해안 별신굿 진혼굿이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