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문인협회 강수성 회장 조시 '색채의 마술사를 추모하며'
통영문인협회 강수성 회장 조시 '색채의 마술사를 추모하며'
  • 통영문인협회 강수성 회장
  • 승인 2010.06.0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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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십, 아직은 젊다’면서
망백(望百)에도 활화산 같은 창작혼을 불태우시던
통영문화협회의 마지막 산 증인이
이제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나
한려수도의 물결을 잔잔히 잠재우고 있군요. 

한 세대쯤 아래인 사람에게도
말씀을 놓지 않으신 겸허한 인품으로
결코 시류에 휘말리지 않고 올곧게
통영을 상징하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정신을 구현하고자

순간순간이 아까워 하루 15시간 이상을
작품 제작에만 몰두하신
아니, 꿈에서도 그림을 그린다고 하셨기에
<통영을 이야기할 때 그 어떤 예술보다도 한 장의 전혁림이면 충분할 것 같이만 생각된다>고
칭송받던 화백님이시기에 옷깃을 여미는
우리의 손길이 떨리고 가슴이 저며옵니다.

충무교를 지나 봉숫골을 찾을 때마다
뵈옵고 인사드리지는 않아도
화백님이 거기 계시다는 생각에,
피안의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도전으로
우리 시대를 앞지르는 예술가이시기에,
백수(白壽)를 훌쩍 넘기시라고 두 손 모아 빌었는데
생과 사의 이별 앞에 서고 말았군요.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한국화단의 거목이
‘아버지와 아들, 동행 53년’전시를
얼마 전 이 땅에 마지막으로 남기시고
저 먼 하늘나라에서
또 다른 색채의 마술을 펼쳐 보이려고
통영의 쪽빛 바다를 훌훌 떠나셨나요.

한때 문학가의 꿈을 안고 동서양의 고전을
두루 섭렵하셨다는 말씀이 귀에 쟁쟁한데…
그 자양분이 무한한 상상력으로 승화하여
‘색채가 없는 세상은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색의 고유성 존중과 조화있는 사용으로
통영의 바다와 하늘을 대변하셨던

전혁림 화백님.

통영의 큰 별을 흠모하며
이제 회자정리(會者定離)의 숙연한 마음으로
화백님을 보내오니
부디 명복을 누리시옵소서.

▲ 통영문인협회 강수성 회장의 故 전혁림 화백께 바치는 조시

 - 2010년 5월 29일 통영문인협회 강수성 삼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