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탕(再湯)
재 탕(再湯)
  • 윤재걸 시인
  • 승인 2010.09.0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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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서울문화투데이

재 탕(再湯) 

윤재걸 시인

쓴 약
하루 한 사발,
오늘은 맛이 어둡다.
재탕이다.
흙담 위에 널려 있는
물빠진 약재들.
햇볕이 짓눌러도
진국은 떠났다.
죽여도
한번만 죽여야지.
오늘은 맛이 어둡다.
재탕이다.

이 시는 1970년대 초반, 고문의 후유증을 거듭 앓은 뒤 쓴 시다. 그때는 세상이 너무 어두웠다. 햇살이 환히 비치는 대낮인데도 이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 마음은 캄캄하기만 했다. 고문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한약을 먹지만 그 맛조차도 시대를 닮아 어둡다. 마치 한약을 재탕하는 것처럼 고문을 또 재탕하니 그 몸이 어찌 배겨내겠는가. -시인 이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