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공연예술발전을 위한 제언
전통공연예술발전을 위한 제언
  •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관장
  • 승인 2011.01.13 1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승국 칼럼

 

우리의 전통공연예술은 내재된 예술성이나 원형질이 미학적으로 매우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대중들로부터 고리탑탑한 과거의 유산으로 치부되어 뒷방신세를 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책임을 따져 본다면 해방 후 정규교육에서 전통문화예술교육의 부실과 서구문화에 길들여진 사회구조의 탓도 있겠지만 급속히 발전해가는 세계 공연예술계의 변화에 적응해내지 못한 전통공연예술인들 자신에게도 그 책임이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으며 대부분의 전통공연예술 작품이 관객과 소통하지 못한 채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통이란 전(傳)과 통(通)의 합성어로서 과거의 것이 아니고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변화, 발전되어 온 것을 말하며 미래에도 끊임없이 발전되어 가는 것을 전제로 한 말이기에, 과거의 것을 원형대로 보존, 계승해나가는 것만이 최고의 덕목이 아니며 과거의 것을 현대인의 정서에 맞게 발전시키고 현대의 관객과 진정으로 소통해내려는 전통공연예술인들의 자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간의 전통공연예술계는 ‘우리 것은 좋은 것’이니 사랑해 주어야 하며 보호해 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줄만 알았지, 공연 수요자인 관객들이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 싶은 가를 정확히 파악하여 관객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끊임없이 보완하고 변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전통공연예술 시장도 일반 시장의 원리와 같이 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해야하며 한 발 더 나아가서 국내 문화시장 뿐만 아니라 세계문화시장의 수요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도 정확히 알아야한다.

또한 세계 공연예술 시장의 성공적 사례들을 연구, 조사하여 세계적 수준을 능가하는 기획, 연출, 무대효과, 홍보, 마케팅 역량을 보강하기 위한 인력 양성의 노력도 부족했다. 그래서 요즘 전통공연예술계에서는 사람은 많지만 인재는 부족하다는 자조적인 말을 흔히 주고  받는다.  

예를 들어 서양 사람들에게 판소리를 들려주었다고 하자. 그들에게는 그동안 들어보지도 못한 판소리라는 생소한 예술 장르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갈 것이다. 소리꾼과 고수가 서로 호흡을 주고받으며 이끌어가는 노래 형식이 이채롭고 흥미로울 것이다. 소리꾼의 뱃속에서 우러나오는 걸쭉하고 원초적인 노래 소리가 소리꾼의 예술적 공력이 대단함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판소리 한바탕을 제대로 들으려면 한나절을 보내야하는데 음악적 수준이 매우 높은 관객을 제외하고는 그 어느 외국인들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사설로 이루어진 판소리 한바탕을 한나절을 보내며 인내심 있게 듣겠는가? 알아들을 수도 없는 사설이 담긴 음악을 음악적 식견이 매우 높지 않다면 그게 그것 같은 선율로 이루어진 판소리를 한나절은 고사하고 단 10분을 듣기도 지루해할 것이다. 이래가지고는 공연예술로서의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물론 창극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얼마 전에 국립창극단에서 발표된 창극 ‘청’은 다행스럽게도 현의 전통공연예술작품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으나 기획, 제작, 연출, 무대효과, 홍보, 마케팅 등 아직도 더 많은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명작을 많이 보고, 들어야하듯이 ‘태양의 서커스’의 ‘퀴담’ 등 흥행에 성공한 해외 작품들을 벤치마킹해야한다. ‘퀴담’은 무대 배우들의 인간한계에 도전하는 완벽한 연습과 표현력, 작품이 갖고 있는 고도의 예술성과 스토리텔링, 치밀한 구성과 상식을 깨는 연출력, 완벽한 음향과 조명, 그리고 장대하고 화려한 무대세팅, 홍보, 마케팅 모두가 최고의 수준에 이르기에 매회 막대한 공연수입을 거두어드린 것이다.

우리 전통공연예술계는 이젠 정말 변화해야한다. 지금까지의 나태함과 자기만족의 관행의 틀을 벗어나 뼈를 깎는 자기 성찰과 허를 찌르는 발상의 전환과 과감한 투자와 필요하다.   동네 공연이나 집안 잔치 공연이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예술작품의 제작을 추구해 나가야한. 우리 전통예술 자체의 원재료는 최고 수준의 양질이지만 문제는 가공기술이다.

이를 극복해나가기 위해서는 공연예술에 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고 있는 무대예술가와 기획, 제작, 음향,  조명 등 무대효과, 작곡, 대본, 안무, 홍보, 마케팅 등 공연예술 전문 인력들을 양성하기 위한 단계별 전문교육기관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가가 되었든, 기업이 되었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 브랜드 공연예술작품 생산을 위한 막대한 행․재정적인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
   
예술은 사람들의 마음에 꿈과 사랑과 위안을 주는 마력을 갖고 있으며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보도(寶刀)와 같은 것이다. 삶에 지치고, 희망을 잃어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에 강렬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훌륭한 공연예술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내는 힘이 있어야하며 그 마음을 100% 채워 줄 수 있는 최선의 노력과 투자가 이루어졌다고 판단될 때 비로소 자신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겠다는 투철한 장인 정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