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TIMF 미리보기]하이너 괴벨스 "그 집에 갔지만,들어가진 않았다"
[2011 TIMF 미리보기]하이너 괴벨스 "그 집에 갔지만,들어가진 않았다"
  • 홍경찬 기자
  • 승인 2011.02.23 2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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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무대 미학","고정 관념을 버려라" 힐리어드 앙상블과 호흡

[서울문화투데이 경남본부=홍경찬 기자]"매료되던, 당황하던, 충격적이던 간에 매우 흥미로운 105분임은 분명하다." 하이너 괴벨스 음악극 "그 집에 갔지만,들어가진 않았다.(I went to the house, but did not enter)"에 대한 평론이다.

 연극인지 콘서트인지 퍼포먼스인지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독창적이고 파격적인 무대미학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켜온 독일의 작곡가 겸 연출가 하이너 괴벨스.

▲ 하이너 괴벨스의 작곡 연출 그 집에 갔으나 들어 가지 않았다가 힐리어드 앙상블과 만나 오는 3월 26일과 27일은 서울에서 3월 31일과 4월 1일은 통영에서 혁신적인 무대로 관객과 만난다.
 그가 영국의 아카펠라 남성 보컬 콰르텟인 힐리어드 앙상블(The Hilliard Ensemble, 1974년 창단)과 만나 오는 3월26~27일은 서울에서, 3월 31일과 4월 1일은 통영서 4번의 공연이 주목받고 있다.

 괴벨스가 고른 세 문호의 시 T.S. 엘리엇의 J. 알프레드 프루프록의 연가(The Love Song of J. Alfred Prufrock,1917)", 모리스 블랑쇼의 "낮의 광기(La folie du Jour,1949)",사무엘 베케트의 "Worstward Ho,1982)"는 자아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뚜렷한 내용도, 이미지도 떠올리게 하지 않는다. 

 세 편의 시는 ‘혁신’이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는 자신의 작품세계 가운데서도 가장 고요하고 사색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 

 무대는 시에 따라 작은 살롱, 거대한 벽돌 2층집, 쓸쓸한 호텔 방의 장면으로 이어지며, 힐리어드 앙상블만이 유일한 출연진이 되어 나직이 시를 읊거나 반주 없이 아 카펠라로 노래한다.

 하지만 기이하리만치 고요한 세 장면, 긴장감을 주면서도 우스운 텍스트, 신비로운 노래와 움직임, 꿈결 같이 선명한 이미지, 낯선 분위기에서 낯익은 목소리를 듣는 충격, 이 모두가 합쳐져 총체적인 효과가 되어 관객에게 전달될 때는, 난해하게 느껴지는 시의 내용이나 무대 위 2층집의 의미, 힐리어드의 역할이 무엇인지 파악하려 했던 애초의 의도가 무의미해질 만큼 강렬한 인상이 되어 뇌리에 남는다.

 105분간 시와 노래, 비디오와 세련된 무대 이미지를 신비롭게 오가는 괴벨스 특유의 비범한 연출과, 움직이지 않는 듯 움직이는, 시를 읊듯 노래하는 정중동(靜中動)의 힐리어드의 존재가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는 이 음악극은 연극이든 연주회든 공연에 대해 관객들이 가진 기존 관념을 모두 깨버리고 어디서도 쉽게 마주칠 수 없는 충격적인 경험이 되어 오랫동안 지성과 감성에 큰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또 이 작품은 고전음악 애호가들이 즐겨 듣는 고전주의나 낭만주의 음악이 아닌, 17세기 이전의 중세 종교음악이나 20세기 현대에 집중하는 독특한 레퍼토리로 유명한 힐리어드 앙상블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무대가 있는 공연이라는 점에서도 커다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 영국 아카펠라 남성 보컬 콰르텟인 힐리어드 앙상블이 출연 고운 목소리를 선사 한다.
 이 작품은 에든버러 페스티벌 초연 이후 런던 바비칸 센터, 독일 베를린 페스티벌, 비엔나 페스티벌 주간(Wiener Festwochen), 홀랜드 페스티벌, 파리 가을 페스티벌(Festival d’Automne) 등 유럽 유수의 페스티벌에서 호평 받았다.

 또한 힐리어드 앙상블에게는 2002년 재즈 색소포니스트 얀 가바렉과의 <오피시움> 공연으로 국내 관객을 처음으로 만난 이후 9년 만의 내한이며, 하이너 괴벨스 작품으로는 2007년 의정부음악극축제에서 선보였던 <하시리가키> 이후 두 번째로 국내에 소개되는 작품이다.

 2011년 통영국제음악제에서는 3월 31일 오후 7시 30분, 4월 1일 오후 5시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혁신적인 무대'를 만나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