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무용협회 이사장 선거, ‘정관 개정 뜨거운 감자' 속 D-1
[단독]한국무용협회 이사장 선거, ‘정관 개정 뜨거운 감자' 속 D-1
  • 이은영ㆍ진보연 기자
  • 승인 2021.01.1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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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협회 정관 개정안 공개…이사장 출마 자격, 임원 5년 이상 역임 회원만
지난 선거 강조했던 ‘연임 개정’, 적용은 다음부터
협회 회원 “폐쇄적 운영 방식 벗어나야”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ㆍ진보연 기자]무용협회는 내일(16일) 제60차 정기총회를 개최한다. 이번 총회의 주요 안건은 2020년도 감사 및 주요 사업ㆍ결산보고, 정관 개정, 제23대 임원선거, 2021년도 사업계획 및 예산안 의결 등이다. 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 14일, 무용협회는 홈페이지에 총회 안건 자료인 정관 개정안을 게재했다. 

출마 자격 제한, 임원 아닌 일반 회원들에게 이사장은 ‘그림의 떡’

투표에 부쳐질 정관 개정안에는 ‘이사장, 부이사장, 이사, 감사는 총회에서 선출’하는 기존 방식을 ‘임원을 5년 이상 역임한 회원에게만 이사장 피선거권 자격을 부여’한다는 변경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임원이 아닌 일반 회원은 이사장직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한국무용협회가 홈페이지에 공시한 정관 개정안 일부
▲한국무용협회가 홈페이지에 공시한 정관 개정안 일부

개정될 정관의 장점은 이사장단사 간 불협화음을 막을 수 있고 안정적인 협회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자율 추천과는 거리가 멀어 자칫 폐쇄적 성격 및 현 이사장의 '사람'으로 계속 이어질 염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야말로 '그들만의 카르텔'로 현직 이사장에게 충성경쟁을 불러일으켜 독단적 운영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린다.

한 회원은 “이사장 및 기타 임원 후보ㆍ선임 시 회원들의 의견 청취에 대한 조항이 없어, 자칫 주류 세력의 감투 나눠 먹기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회원은 “피선거권 자격을 임원 활동 기간으로 한정짓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라며 “지금의 기조대로라면 이사장단사에 끼지 못하면 이사장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현 무용협회 집행부의 임원구성이 편파적이라는 논란 속에, 피선거권 자격을 ‘임원을 5년 이상 역임한 회원에게만 피선거권 자격을 부여’한다 라는 내용의 정관 변경은, 향후 이사장 자리를 대물림 내지 세습하겠다는 속셈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반드시 바꾸겠다” 약속한 연임 정관, 적용 시점 논란

1991년 이후 26년간 협회장을 역임한 조흥동(14년)ㆍ김복희(12년) 단 두 명이었다. 이에 2017년 치러진 22대 이사장 선거 당시 조남규 이사장은 ‘세대교체’를 외쳤다. 그는 최대 1회 연임, 최대 8년간만 이사장을 맡을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할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좌측부터)제23대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선거에 출마한 조남규, 문영철 후보자
▲(좌측부터)제23대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선거에 출마한 조남규, 문영철 후보자

그러나 연임 정관은 조 이사장 취임 후 4년간 바뀌지 않았고, 이번 총회에서 처음 다뤄질 예정이다. 공시에 따르면 적용 시점은 정관 6차 개정(21.1.16) 시행 시점부터이므로, 그는 지난 선거 당시 회원들과 했던 약속을 스스로 깬 셈이다. 현 무용협회 집행부의 임원구성이 편파적이라는 논란 속에, 피선거권 자격을 ‘임원을 5년 이상 역임한 회원에게만 피선거권 자격을 부여’한다 라는 내용의 정관 변경은, 향후 이사장 자리를 대물림 내지 세습하겠다는 속셈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내일 총회에서 피선거권 자격 관련 정관 개정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조남규 이사장은 직년 임기 4년을 포함 총 12년 동안 협회 이사장직을 맡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조 이사장은 자신이 현 이사장 선거 당시 약속했던 1연임만 가능하도록 정관개정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부칙을 통해서라도 자신이 기 재임한 기간도 포함한다고 명기해, 임기 설정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선관위’, 현(現) 임원으로만 전원 구성, 공정성 논란

또 다른 하나는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안병주 경희대 교수, 이하 선관위)의 편향성 논란이다. 선관위는 공정한 선거를 위해 절차를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즉 후보들이나 회원들의 선거 관련 활동을 규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용협회의 현행 선거관리규정(20.11.25)에 따르면 선거관리위원회는 수석부이사장 2인과 4인의 부이사장을 당연직으로 하고 이사회에서 2인을 추천하여 구성하며, 수석부이사장과 부이사장 중에서 호선하여 위원장을 선출한다. 선거 관리 사무 요원은 본회 사무국장을 비롯한 사무국 정규직원, 입후보자가 추천한 각 2인으로 구성한다.

제보에 따르면 제23대 선거관리위원회는 전원이 현(現) 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협회는 선관위 위원장과 위원들의 명단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선거관리규정만 보아도 현직 이사장 혹은 임원이 입후보할 경우 선관위 구성에 쏠림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 명백히 드러난다. 

일부 회원 ‘총회 개최금지 및 선거 중지 가처분’ 신청

무용협회 제60회 정기총회 개최 및 제23대 임원개선 선거와 관련해 무용협회 신입ㆍ기존 회원이 신청한 ‘총회 개최금지 및 선거 중지 가처분’ 신청이 지난 14일 기각됐다. 이에 따라 협회의 정기총회와 임원 선거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한국무용협회 홈페이지 내 ‘총회개최 금지 및 선거중지 가처분’ 신청 2건에 대한 결과 안내
▲한국무용협회 홈페이지 내 ‘총회개최 금지 및 선거중지 가처분’ 신청 2건에 대한 결과 안내

법원은 이날 ▲가처분이 발령될 경우 총회 개최 주체는 불복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점 ▲투표권을 가지는 회원은 정관에 따라 규정된다는 점 ▲선거인명부 오류는 컴퓨터 작업 착오에 의한 것으로 오차 범위가 인정된다는 점 ▲전자 투표가 직접ㆍ평등ㆍ비밀선거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 ▲임원선거와 함께 진행되는 정기총회는 문제가 없다는 점 등을 사유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법원의 이러한 결정에도 무용협회 내부 반발은 그치지 않고 있다. 한 회원은 “내일 치러질 23대 임원 선거만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닌, 무용협회 선거 방식의 뿌리 깊은 폐단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라며 “폐쇄적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이사장 포함 임원에 대한 능동ㆍ개방형 추천제 등을 도입하여 집행부가 호선 형태를 띠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규정에 어긋나지 않음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회원들의 문제제기와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무용협회 선관위 측은 본지 <서울문화투데이>기사에 대한 호도, 명확히 밝혀야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대면방식으로 선거를 강행하는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본지는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한국무용협회에 여러 차례 답변과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요청했으나 담당자 부재, 내부 논의 등을 이유로 소극적인 대응을 취하며 답변을 미뤄오다, 지난 13일 게재한 ‘[단독] 조남규-문영철 2파전,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선거 앞두고 ‘공정성’ 논란’ 내용을 문제 삼으며 이후 취재에 불응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언론의 역할을 무시하는 처사로서 심히 유감스럽다.

참고로 선관위원이 누구인지는 명확하게 적시된 게시물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취재에 의해 입수한 선관위원 명단은 다음과 같다. 

▲위원장 안병주(수석부이사장, 경희대 교수) 위원 ▲최태지(수석부이사장, 광주시립발레단장) ▲안병순 (부이사장, 순천향대 교수) ▲전순희(부이사장, 서경대 교수) ▲조성희 (부이사장, 강원대 교수) ▲박재근 (상임이사, 상명대 교수) ▲김종덕(한국무용분과위원장, 상명대 겸임교수).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무용협회 선거 국면에서 정확한 사실 전달과 일방에 치우치지 않는 보도를 위해 여러 방면으로 취재해 왔음을 밝히며, 본지 기사를 두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 보도’라는 무용협회 측의 주장에 그 근거를 요구한다. 무용협회 선관위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 보도'라는 부분을 명확히 적시해서 그에 대해 증명을 해야할 것이다. 본지가 잘못된 기사를 내 보낸 것으로 호도하는 이런 행태는 지극히 올바르지 않은 태도라는 점을 거듭밝혀둔다.

현재 무용협회는 코로나19로 힘든 한 해를 보낸 회원들의 생계를 살피고, 산적해 있는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권력이나 권한은 분산되어 상호 견제가 존재해야 균형 잡힌 집단을 이룰 수 있다. 협회는 한쪽으로 집중된 권한을 분산해 견제와 균형의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절실한 시점이다. 

예술계에서는 “무용협회는 선거와 관련한 비판의 목소리에 대해 눈앞의 선거를 위한 한시적 대응이 아닌 반면교사의 기회로 삼아 위상 개선에 나서야 한다”라며 “회원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집행부가 회원 위에 선다면 협회는 추진 동력을 잃고 분열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