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예총 아트샵(#), "책임자 처벌과 부적절한 예산집행 환수해야"
[단독] 예총 아트샵(#), "책임자 처벌과 부적절한 예산집행 환수해야"
  • 이은영ㆍ왕지수 기자
  • 승인 2021.01.20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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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구매자 고려하지 않은 정보부재와 무성의한 정보 처리 방식, 여전한 문제 산적
"예술인 브랜드? 예술인으로서 가치 상승 효과 전혀 기대할 수 없어…”
18억 짜리 아트샵(#)...속속 드러나는 민낯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ㆍ왕지수 기자] ‘예술전문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이면 속에 감춰진 ‘18억 원 쇼핑몰’, ‘구축 비용 10배 이상 과다 산정’, ‘인건비 부적정 지급’ 등의 실체가 드러난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이하 예총)의 아트샵(#).

▲본지 [서울문화투데이]가 아트샵 관련 단독 기사(온라인/2020.10.16)를 내보낼 당시의 아트샵 쇼핑몰 모습(왼쪽)과 현재 모습(오른쪽)
▲본지 [서울문화투데이]가 아트샵 관련 단독 기사(온라인/2020.10.16)를 내보낼 당시의 아트샵 쇼핑몰 모습(왼쪽)과 현재 모습(오른쪽)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지난해 10월 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승원 의원(더불어민주당, 수원갑)의 아트샵 관련 문제 제기가 있은 후 심층 취재를 통해 깜깜이 쇼핑몰, 조잡한 쇼핑몰 디자인과 저급한 상품들, 관리감독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김승원 의원실의 공동 감사 진행 결과 아트샵 예산 전액 삭감 등을 주제로 [단독](온라인/2020.10.16.,2020.10.29.,2021.01.05.)기사를 세 차례 보도했다.

본지 <서울문화투데이>가 김승원 의원실을 통해 추가로 입수한 아트샵 점검 결과 자료에 따르면 아트샵에는 해당 쇼핑몰과 비슷한 사양의 쇼핑몰 구축비 약 6,450만 원 대비 10배가 넘는 7억 9000만 원의 비용이 과다 투입됐다. 또한 근로계약서상 주 25시간만 근무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직원에게 주 40시간의 인건비 지급, 2020년 아트샵 운영에 있어 사업계획서에 명시된 직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은 인력에게 2020년 1월부터 10월까지 총 6천 340만 원을 지급한 것이 드러났다. 이 밖에도 자격요건에 맞지 않은 인력 채용, 사업계획변경 미승인 예산 집행 등의 문제도 밝혀졌다.

논란을 의식해서일까? 현재 아트샵 홈페이지는 본지 <서울문화투데이>가 보도했던 ‘[단독]17억 들인 예총 아트샵(#), 누구 위한 것일까?(2020.10.16.)’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적했던 17억이 투입된 쇼핑몰이라고는 볼 수 없는 ‘저급한 판매품들로 가득 찬 아트샵’에서 한결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취재 당시에는 수입목으로 만들어진 듯한 명함꽂이, 컵홀더, 나무 펜던트 등의 조악한 물품들이 대다수였고, 홈페이지 내에서 예술인은커녕 판매자의 이름조차 제대로 찾아볼 수 없었던 상황. 현재는 조명, 도자, 액세사리, 잡화 등 다양한 물품이 쇼핑몰에 등재되어 있고 판매자가 누구인지는 알아볼 수 있게 정보도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당초 개설 취지인 ‘예술인들의 지속 가능한 창작 활동 환경을 조성하고, 예술인들이 자신의 작품을 판매ㆍ유통함으로써 대중들에게 하나의 브랜드로 각인되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아트샵의 ‘오늘의 작가’ 테마, 작가 사진 한 장과 약력, 작품 사진 네 장이 전부이다.
▲아트샵의 ‘오늘의 작가’ 테마, 작가 사진 한 장과 약력, 작품 사진 네 장이 전부이다.

 ‘오늘의 작가’ 테마, 구색 맞추기로밖에 안 보여…
아트샵에 들어가 보면 메인페이지 전면에 ‘오늘의 작가’라는 테마를 볼 수 있다. 예술인들을 위한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기획한 테마인가라는 기대를 안고 들어가 보았지만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작가의 이름만 덜렁 쓰여 있고, 간단한 약력, 작가 사진 한 장, 작품 사진 네 장이 전부이다. 작가의 활동지역, 예술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세계, 작가의 창작 히스토리 등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다. 또한 올려진 작품에 대한 소개도 전혀 없다. 작가가 왜 ‘닭’을 작품의 소재로 삼았는지 호기심이 일지만, 그 어디에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볼 수는 없어 이내 관심이 사라지고 만다.

작가의 이름과 그림을 그리는 사진만 보고 대중들이 과연 이 작가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그냥 그림 그리는 사람인가보다 하고 넘어갈 것이 뻔하다. 이렇게 해서 아트샵의 기능에 걸맞는 판매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저 구색 맞추기의 일환으로 급조한 게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이렇게 허술하게 올려놓은 ‘오늘의 작가’의 기획 의도는 무엇이고 작가 선정 기준은 무엇일까? 아트샵을 주관하는 예총 측에 물었다.

예총 관계자는 “쇼핑몰에 대한 여러 가지 지적 사항을 반영해 개편 작업을 하는 중이다. 개편하는 중 일부가 초기에 올라간 것”이라며 “앞으로 약 한 달간 쇼핑몰에 대한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아트샵 쇼핑몰에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제대로 된 소개도 볼 수 없다.
▲아트샵 쇼핑몰에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제대로 된 소개도 볼 수 없다.

난삽한 쇼핑몰 디자인, 제품의 매력과 특징 살리기에 역부족
현재 아트샵은 판매자가 직접 제품의 정보를 쇼핑몰에 기재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제품마다(제품과 작품의 구분이 모호한 것들이 많아, 편의상 혼용해서 쓴다.*기자의 말) 각기 다른 글 정렬 방식, 폰트를 사용해 상세페이지가 전체적으로 정리되지 않고 가독성이 떨어져 정보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상품 사진도 제각각의 배경에서 촬영해 쇼핑몰 전체가 통일성을 이루지 못하고 난삽해 보인다.

어떤 작품은 사진만 올라와 있고 제대로 된 작품 소개가 아예 없는 것도 있다. 한 예로 쇼핑몰의 여러 카테고리 중 [예술창업작품] 이라는 카테고리가 있다. 스크롤 바를 아래로 내려 보면 그림이 몇 점 나온다. 몇 백만 원을 호가하는 작품의 상세페이지에는 작품에 대한 설명이 달랑 한 줄이다. 작가에 대한 소개도 없다. 고작 작가 이름 옆에 ‘네이버 인물검색’이라고 쓰여 있을 뿐. 작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무성의한 태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작품 사진 옆에 작가의 이름을 클릭하면 프로필 페이지가 나오지만, 그마저도 정보가 충분치 않고, 이는 다른 작가의 프로필도 마찬가지이다. 프로필에 대한 부분은 뒷부분에서 다시 다루기로 한다.

▲아트샵 쇼핑몰(왼쪽)과 DDP디자인 페어 홈페이지(오른쪽) 캡처 화면
▲아트샵 쇼핑몰(왼쪽)과 DDP디자인 페어 홈페이지(오른쪽) 캡처 화면. DDP디자인 페어 홈페이지는 판매 목적의 사이트는 아니지만 그들의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소통 방식에 주목, 아트샵의 정보 전달 방식과 비교해보고자 한다.

이와 반대로 현재 개최되고 있는 DDP 디자인페어의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면 작가와 창작품 정보 전달의 좋은 예시를 볼 수 있다. 물론 DDP 디자인페어의 홈페이지는 작품 판매ㆍ유통을 목적으로 하는 사이트는 아니지만,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작가와 작품을 어떻게 대중에게 소개하는지 그들의 소통 방식에 주목하고자 한다.

홈페이지의 [트렌드] - [DDP베스트 디자인 어워드] 카테고리를 살펴보면 우수 디자인으로 선정된 작품들이 나열되어 있다. 작품들은 모두 흰색 배경을 바탕으로 하기에 홈페이지 화면이 전체적으로 통일성을 이루며, 각 제품의 특징도 한눈에 잘 보인다. 또한 한 화면에서 단 7개의 작품만 소개해 이미지 사이의 간격이 넓고 서로 부딪히지 않아 각 작품의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한 제품의 상세페이지로 들어가 봤다. 작품 사진과 함께 작품을 창작한 작가 혹은 단체가 누구이며, 제품 용도 등이 적혀 있다. 간결하지만 작품의 창작 의도를 포함한 핵심을 담은 문장으로 작품을 잘 소개하고 있다. 작품 소개글 밑의 [제품자세히 보기->]를 클릭하면 제품과 작가에 대해 더욱 자세한 사항들이 나온다. 작품의 외형 및 특성을 잘 표현한 사진들과 작가가 제품을 만들게 된 이유, 특정 소재를 선택한 이유 등이 적혀 있다. 

작가를 직접 인터뷰한 영상까지 업로드되어 있어 작가의 이야기, 작품을 만드는 과정 등의 스토리도 들을 수 있다. 작가 이름 옆의 [프로필이동->]을 누르면 작가를 자세하게 소개하는 페이지가 바로 나온다. 작품 활동 과정, 창작을 하는 이유, 경력 등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가 되어 있어 작가가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고 이루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아트샵은 제품마다 제각기 다 다른 폰트, 글 정열 방식 등으로 쇼핑몰이 하나의 통일성을 이루지 못하고 난잡하고 혼란스러워 보인다.
▲아트샵은 제품마다 제각기 다 다른 폰트, 글 정열 방식 등으로 쇼핑몰이 하나의 통일성을 이루지 못하고 난잡하고 혼란스러워 보인다.

또 다른 좋은 예시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공예 정원을 들 수 있다. 아트샵과 비슷한 취지를 가진, 작가와 작품 판로 개척을 위해 만들어진 쇼핑몰이다. 아트샵을 구축할 때 이런 비슷한 성향을 가진 쇼핑몰을 조사하고 참고해 반영할 수도 있었지만, 아트샵은 ‘아트샵’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설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쇼핑몰을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운영상의 이유로 작품 혹은 제품의 특징과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아트샵은 난잡하고 혼란스러워 보일 뿐이다. 구매자로 하여금 제품이 정확하게 눈에 들어오지 않으니 구매로도 이어지지 않는다. 이어지는 확률은 아주 낮을 수밖에 없다. 김승원 의원실에서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19.11.1~’20.9.29까지 아트샵의 판매수익은 약 2천 200만 원에 그쳤다. 18억 원이라는 예산이 책정됐지만 그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매출이며 557명의 쇼핑몰 등록 작가 및 업체 가운데 제품을 실제로 판매한 곳은 단 77곳에 지나지 않는다. 그마저도 지속적인 판매가 아닌 단일성인 경우가 많다.

▲[개인/법인 사업자]와 [등록번호] 등 정보가 기재되어 있는 작가 프로필
▲작가 프로필에서 [개인/법인 사업자], [등록번호]가 작품의 소개보다 앞서 기재되어 있다. 화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에 [개인/법인 사업자], [등록번호] 등의 정보가 꼭 배치되었어야 했는지 의문이며, 만약 들어가야 한다면 맨 하단에 넣어도 충분하다.

작가 프로필에 개인ㆍ법인 사업자인지가 작가 소개보다 중요?
반면, 앞서 지적했듯이 아트샵에는 작가의 정보가 충분치 않다. 상품의 상세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가장 먼저 왼쪽에 제품 사진이 눈에 띈다. 그 오른쪽 상단 상품명 아래 작은 글씨로 판매자의 이름이 써져 있다. 혹시 몰라 마우스 커서를 갖다 대니 클릭할 수 있는 손가락 모양으로 아이콘이 바뀐다. ‘프로필 이동’이라는 표시라도 해두었다면 좋았을 텐데 역시나 쇼핑몰 방문객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아 쉽게 지나칠 수밖에 없다.

클릭하면 작가의 프로필 페이지로 이동한다. 작가의 이름, 이메일, 간단한 작품 설명, 사진 몇 장이 나온다. 작품 설명이나 창작 의도에 대해 비교적 잘 설명해놓은 프로필도 있지만, 프로필도 작가가 직접 기입하는 것이기에 사람에 따라 설명이 없이 빈 공간인 곳이 대다수다.

더욱 황당한 건 작가의 프로필에 [법인/개인 구분]과 [등록번호]란이 왜 있느냐는 것이다. 이 정보가 작가를 대중에게 하나의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알리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대중이 왜 작가가 법인 사업자인지 개인 사업지인지를 알아야 하며, 작가의 등록번호까지 알아야 할까? 구매자를 고려한 정보라기보단 쇼핑몰 운영진의 행정적 처리 사안에 필요한 정보에 가깝고, 만약 구매자에 따라 필요한 요소라면 모든 정보의 하단 부분에 넣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아트샵 내부에서는 작품을 구매해야 하는 어떠한 타당성도 찾아볼 수 없을뿐더러 작품을 창작한 작가에 대한 신뢰성도 얻을 수 없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의 작품에 몇 백만 원, 몇 십만 원의 돈을 선뜻 지불할 수 있을까? 작가와 대중을 잇는 연결고리가 되어 주어야 하는 아트샵은 오히려 그 간극을 좁혀주기보다 더 멀어지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본지 [서울문화투데이]가 아트샵 관련 단독 기사(온라인/2020.10.16)를 내보낼 당시의 아트샵 쇼핑몰 모습(왼쪽)과 현재 모습(오른쪽)​▲본지 [서울문화투데이]가 아트샵 취재를 위해 지난 8일 쇼핑몰을 돌아볼 당시 90° 뒤집혀 나온 제품 사진이 11일이 지난 현재 19일까지도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이다. 왼쪽은 상세 페이지로 이동하기 전, [아트컬렉션] - [미술] 카테고리의 상품 페이지에서 제품 사진이 제대로 나와 있는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은 클릭해 상세 페이지로 들어갔을 때 사진이 뒤집혀 나오는 것을 캡처한 사진이다.
▲본지 [서울문화투데이]가 아트샵 취재를 위해 지난 8일 쇼핑몰을 둘러볼 당시 90° 뒤집혀 나온 제품 사진이 11일이 지난 현재 19일까지도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이다. 왼쪽은 상세 페이지로 이동하기 전, [아트컬렉션] - [미술] 카테고리의 상품 페이지에서 제품 사진이 제대로 나와 있는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은 클릭해 상세 페이지로 들어갔을 때 사진이 뒤집혀 나오는 것을 캡처한 사진이다.

쇼핑몰 관리 및 운영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아
카테고리에 맞지 않은 제품 분류도 여전하다. [가정용품/장난감] - [가구] 카테고리에는 향초, 술잔, 목걸이 등의 상품이 올라와 있고 [아트컬렉션] - [건축] 분야에는 도마, 우드펜, 액자 등이 등록되어 있다.

지난 8일,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취재를 위해 아트샵 쇼핑몰을 방문했다. 그때 90° 뒤집혀 나온 제품 사진을 보았는데, 10일이 지난 현재 18일까지도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이다. 홈페이지 관리와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아트샵 통한 예술인으로서 가치 상승은 어불성설
아트샵 맨 하단의 ‘입점신청’을 누르면 ‘아트샵의 혜택’이 나온다.그 중 ‘예술인을 위한 혜택’에는 ‘예술인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아트샵 예술인 인증서’라고 써져 있다. 아트샵에 입점하는 예술인들이라면 예술인으로서 가치가 상승되고 그 증거로 아트샵 예술인 인증서를 준다는 것이다. 

그들의 말처럼 아트샵을 통해 ‘예술인으로서 가치 상승’이 이뤄지길 바라지만 시중에서 얼마든지 사고 팔 수 있는 공산품들로 이루어진 평범한 쇼핑몰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고, 작품과 작가에 대한 중구난방식의 정보 전달, 쇼핑몰 운영 및 관리 소홀로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곳에서 어떻게 예술인으로서 가치가 높아질까?

한 조각가는 “예술가가 만든다고 해서 모두 다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주 유명한 예술가가 그림을 그려도 작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이중섭 선생님, 그 분이 그린 건 뭐든지 작품이 된다. 그런데 희한한 건 그 분이 6ㆍ25 전쟁 때 제주도로 피난 가서 연필로 그린 몇 점의 초상화들이 있다. 그 그림들은 작품 대접을 못 받는다. 이중섭 싸인이 있고 이중섭이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예술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거다. 그런 예도 있다. 예술가가 만들었다고 해서 다 ‘작품이 좋다’라고 말할 수 없다. 이건 중요한 거다. 이중섭 하면 한국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한데 그분이 그린 그림이 그런 대우를 받는 경우도 있다”라며 일반 공산품과 차별화가 없는 아트샵 제품들의 예술적 가치에 대한 의구심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그는 또 “이 플랫폼을 통해 작품을 팔고 싶지 않다. 예술인으로서의 가치 상승 효과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고 본다. 난장처럼 꾸며놓은 플랫폼에서 작품을 올려놓고 판다는 게 작가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여기에 작품 놓고 판다면 싸구려 작품이 되지 않겠나? 작가의 가치를 올린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싸구려 난장 같은 데 작품 놓고 작품 가치와 작가 가치를 올린다? 그것은 조금 심한 비약이 아닌가 싶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예총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실 사업의 취지가 우수한 작품을 보여주고 판매를 하는 게 아니라 청년 예술가 창업지원, 창작활동 지원, 창작 활동의 판로 개척 등의 플랫폼을 만드는 게 주목적이었다. 그런 공공기능을 예총에서 수행하는 것이고, 예총은 어떤 수익성을 추구하는 단체도 아니다. 우리의 사업 목적은 수익이 처음부터 아니었다. 청년 일자리를 창출과 연계되는 일이었다”라며 “작품성이나 예술성은 다음 문제고 일단 어느 정도 자격이 되는 사람들은 아트샵에 들어와서 자기 자신과 상품을 알리라는 거다. 우리가 작가에 대해 심사를 하거나 작가가 출품한 상품을 우수하지 않다, 아름답지 않다 판단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예총 측은 2019년 12월, 아트샵을 오픈할 당시만 해도 아트샵을 ‘예술인 스스로의 창작품 판매ㆍ유통을 통해 예술계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창작 환경을 조성하고자 기획한 쇼핑몰’이라고 설명했다. 그러한 명분으로 어마한 액수의 국가 예산도 얻어낸 것이다.

▲[가정용품&장난감] - [가구] 카테고리의 구성 상품들. [가구] 카테고리에 캔들, 술잔 등이 포함되어 있다.
▲[가정용품&장난감] - [가구] 카테고리의 구성 상품들. [가구] 카테고리에 캔들, 술잔 등이 포함되어 있다.

사업에 대한 감리ㆍ감사 시스템 부재
애초에 아트샵은 예술인을 위한 ‘예술품 전용 온라인 쇼핑몰’이다. 그러나 출범 이후 약 일 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아트샵은 쇼핑몰 구축 예산 과다 산정, 부정적한 임금 지급, 공산품과 구분 불가한 저급한 물품, 난잡한 홈페이지 구성, 예술의 가치성 상실 등의 꼬리표를 줄줄이 달고 있는 평범한 쇼핑몰일 뿐이다.

사업의 취지를 끝까지 잘 살렸다면 코로나19라는 위기 속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예술인들에게는 재기의 발판이 되고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었던 아트샵. 

아트샵 감사를 진행한 김승원 의원실의 관계자는 “예를 들어 건물로 치자면, 만약 10층짜리 건물을 짓는다고 할 때, 내장재가 뭐가 들어가고 소재를 대리석으로 할 것인지 원목으로 할 것인지 등이 다 정해진 상태에서 입찰을 한다. 입찰을 한 후에도 설계한대로 건물이 지어지고 있는지 혹은 안전하게 건물을 짓고 있는지 감리가 진행된다. 하지만 사이트, 쇼핑몰, 앱 등 정부에서 하는 정보화 사업은 설계도가 없는 상태에서 이미 그 가격이 정해져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업체들은 일단 PT만 잘하면 사업을 딸 수 있다. 해당 프로젝트가 어떤 기능을 해야 하는지 등의 부수적인 부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선정된 기관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애초에 사업의 설계도가 제대로 계획되어 있지 않으니 사업의 진행 상황에 대한 감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예산은 그대로 빠져나가는 것”이라며 사업의 처음 목표를 살리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러한 연유로 많은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실제로 금방 사라져 버리는 사업이 태반이다. 

▲아트샵 쇼핑몰 메인 화면에 ‘사이트 개선 일정 안내’ 공고가 올라와 있다. 아트샵은 22일부터 약 한달 간 쇼핑몰 개선을 위한 기간을 갖는다고 밝혔다.
▲아트샵 쇼핑몰 메인 화면에 ‘사이트 개선 일정 안내’ 공고가 올라와 있다. 아트샵은 22일부터 약 한달 간 쇼핑몰 개선을 위한 기간을 갖는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17억 5천만 원이란 어마하게 큰 예산이 지원됐지만, 허접한 쇼핑몰로 시작한 아트샵이 국가예산지원마저 끊긴 상황에서, ‘아트샵’이라는 당초 개설 취지에 부합하는 ‘예술샵’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예총은 이에 대해 어떤 대책 마련을 하고 있을까? 

예총, 투입된 국고 감안해 아트샵 계속 진행, 초창기 사업이라 시행착오 있어
예총 측은 “감사 결과, 문체부의 지원이 중단됐지만 그동안 투입된 국고가 있는데 그냥 날려버리면 너무 무책임하다는 내부 판단을 했다. 더군다나 사업이 청년 예술과 신진 예술가들의 판매 플랫폼을 만들어가지고 청년 일자리 창출과 매출 증대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이었는데 이게 초창기 사업을 하다 보니까 뒤로 밀리는 부분도 있고 시행착오의 부분도 있어 처음 계획과는 달리 성공적인 안착은 아니었다"고 스스로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또한 "아트샵을 이어가는 것은 문화ㆍ예술 쪽의 청년 예술가들과의 공적인 약속이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계속 이어가지기 위해 사업을 좀 더 내실 있게 다지고자 여러 가지 궁리를 하고 있다”라며 “성과가 좋고 그 대신 비용을 낮게 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해 약 한 달간 쇼핑몰 개편을 하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유명한 작가든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신진 작가 혹은 청년 작가든 지속적인 창작 활동과 판로 개척을 위해서는 작가만의 예술성과 작품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작가 개개인의 차별성과 희소성, 예술성이 작가를 상징하고 그로 인해 대중들에게 각인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과연 예총이 그들의 답변대로 신진 작가와 청년 작가들을 얼마나 대중에게 어필하고 하나의 브랜드로서 가치를 알리고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막대한 국고 낭비를 초래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책임을 지고 있을까?

문화예술계의 한 관계자는 “원래 아트샵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예술인의 작품을 판매ㆍ유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그로 인한 예술인의 판로를 개척, 지속적인 창작 활동 환경 마련을 위한 취지로 시작된 사업이었다. 그런 명목하에 거대한 국고를 땄으면서 이제 와서 딴 소리를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소위 먹튀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본지 <서울문화투데이>가 취재한 예술계 종사자들은 "문체부는 예총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부적정하게 집행된 예산은 환수를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된 막대한 예산이 부풀려진 예산이었다는 것이 판명 난 만큼 책임자에 대한 적절한 처벌과 잘못 집행된 예산은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