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우 문체부 장관 취임 일성 “문체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박양우 문체부 장관 취임 일성 “문체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9.04.03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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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행복과 나라 부강하게 하는 것, '철저하게 현장 중심' 강조

“블랙리스트 후속 이행, 공정한 문화정착, 기초예술 진흥, 문화경제 활성화 등”과제 무거워

박양우 문체체육관광부 장관이 3일 정부세종청사 15동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박 장관은 이날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기도문과 이순신 장군의 금신전선 상유십이(今臣戰船 尙有十二),제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의 하원에서 한 연설문을 중간 중간 인용하며 취임사를 이어갔다.

먼저 박 장관은 11년 1개월 만에 다시 친정으로 돌아온 감개무량한 소회를 밝히면서 “금의환향의 기쁨보다 아픔을 함께하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우리 앞에 놓인 과제에 대한 책임감으로 마음이 무겁다”고 운을 뗐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이어 박 장관은 "부끄러움과 안타까움, 통렬한 반성과 말 못할 억울함을 가슴에 품고 왔다“며 비장함을 드러낸 후 ”여러분은 그 고통 속에서도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적 개최, 남북관계를 평화로 이끌어냈고, 어려운 대외환경 속에서도 지난해 1500만 명이 넘는 외래 관광객 유치하고, 한류 콘텐츠산업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확장시킨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어 왔다“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문체부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박 장관은 블랙리스트 후속 이행, 체육계의 정상화, 공정한 문화 정착, 남북문화교류의 지속 확대, 기초예술 진흥, 문화경제의 활성화 등을 꼽았다.

특별히 박 장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진 후 “국민을 행복하게 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박 장관은 “문화, 체육, 관광, 종교 현장에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현장이 다시 뜨겁게 살아날 수 있도록 ‘부지깽이 노릇’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장의 수요를 제대로 공급해 주지 못하는 정책은 죽은 것이고, 그 조직 또한 존재할 이유가 없다" 며 ‘현장주의’에 방점을 찍었다.

직원들과의 대화에 앞서 박 장관은 앞으로 문체부의 나아가야 할 철학과 방향을 일부 제시했다.
▲모든 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철저하게 현장 중심 ▲행복한 사회와 국가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모든 영역 유기적 작동 시스템 구축 ▲특히 종교의 역할과 기능이 중요 ▲공정한 문화 생태계의 조성 ▲국어의 보존과 확산 ▲한류의 범정부적 진흥 체계 구축 ▲문화·체육·관광 분야를 통한 일자리 마련 ▲남북문화·체육·관광·종교 교류의 확대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을 천명했다.

▲첫 출근 후 사무실을 돌며 직원들과 환하게 인사를 나누는 박양우 장관. (사진=문화체육관광부)

박 장관은 “관료 출신 장관이라 공직자들을 감싼다는 얘기를 들을지라도 국민과 국가를 위한다는 전제라면 여러분 편에 설 것”이라고 말하며 '일을 함에 있어 국민과 국가를 우선에 둘 것’을 에둘러 강조했다.

공직자들의 자세를 강조한 박 장관은 “국민과 국가 역사 앞에 명예를 회복하고 후대에 칭찬받는 공직자가 되자” 며 자신은 그에 ‘불쏘시게’가 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 장관은 제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하원에서 연설한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의 말로
제 취임 인사를 마쳤다.

“저는 피와 수고와 땀과 눈물밖에 바칠 것이 없습니다.
우리 앞에는 기나긴 세월의
투쟁과 고난이 놓여 있습니다.
자,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전진합시다.”

다음은 취임사 전문

사랑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가족 여러분, 떠난 지 만 11년 1개월 만에 친정으로 돌아왔습니다.

여러분을 다시 뵙게 되니 참으로 감개무량합니다.

장관으로 금의환향 했다는 기쁨보다 우리 부가 겪은 아픔을 함께하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우리 앞에 놓인 과제에 대한 책임감으로 마음이 무겁습니다.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부끄러움과 안타까움, 통렬한 반성과 말 못할 억울함을
가슴에 품고 왔습니다.

그 고통 속에서도 여러분은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남북관계를 평화로 이끌어냈습니다. 어려운 대외 환경에도 불구하고 작년에는 1,500만 명이 넘는 외래 관광객을 유치했습니다. 한류로 대표되는 콘텐츠산업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확장시켰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종교, 체육, 관광, 미디어, 국민소통, 해외문화홍보, 문화재 등 우리 부가 담당하는 모든 분야에서 귀중한 일들을 여러분들이 해냈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어깨를 펴고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하셔도 됩니다.

물론 우리 앞에는 여전히 무겁고 힘든 과제들이 놓여 있습니다. 블랙리스트 후속 이행, 체육계의 정상화 등 공정한 문화 정착, 남북문화교류의 지속 확대, 기초예술 진흥, 문화경제의 활성화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과제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일들을 해내야만 합니다.

여러분,
문화체육관광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국민을 행복하게 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끝없는 갈등과 반목 속에 있습니다. 이런 사회를 우리는 행복한 사회라 부를 수 없을 것입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그의 기도에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주고
악행을 저지르는 자를 용서하며
다툼이 있는 곳에는 화목케 하며
잘못이 있는 곳에 진리를 알리고
회의가 자욱한 곳에 믿음을 심으며
절망이 드리운 곳에 소망을 주게 하소서”라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은, 바로 우리 부가 하는 일입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하는 일이 작은 것 같아도 우리는 국민의 삶을 살찌우는 고귀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부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아야 합니다.

2017년도 기준으로 문화산업의 규모만 해도 110조 원, 스포츠산업 75조 원, 관광산업 26조 원의 거대 산업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한류의 사례에서 보듯이 화장품, 전자제품, 기타 소비재 등 대부분의 상품들이 우리 문화 브랜드의 큰 덕을 보고 있습니다. 아마 작년도 수출액 6,055억 불(687조 원)의 최소한 20%는 한류 덕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부는 이렇게 국민의 삶과 국가에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에 안주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문화, 체육, 관광, 종교 현장에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합니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현장이 다시 뜨겁게 살아날 수 있도록 ‘부지깽이 노릇’을 해야 합니다. 현장의 수요를 제대로 공급해 주지 못하는 정책은 죽은 것이고, 그 조직 또한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 부는 ‘마땅히 존재해야 할 부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부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는 잠시 후에 여러분과의 대화 시간에 말씀드리려 합니다만, 먼저 몇 가지는 지금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모든 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철저하게 현장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책은 곧 현장의 수요에 대한 공급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행복한 사회와 국가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의 모든 영역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습니다.

특히 문화예술, 관광, 체육 못지않게 종교의 역할과 기능이 중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공정한 문화 생태계의 조성, 국어의 보존과 확산, 한류의 범정부적 진흥 체계 구축, 문화·체육·관광 분야를 통한 일자리 마련, 남북문화·체육·관광·종교 교류의 확대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가족 여러분,

우리 부 앞에 놓인 이 과제들은 장관인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저도 장관직을 피하고 싶었습니다. 편안하고 자유로운 길을 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친정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이 정부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누란지위(累卵之危)의 문화체육관광부를 보며 충무공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금신전선 상유십이(今臣戰船 尙有十二),“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충무공은 그 유명한 명량해전에서 12척, 나중 한 척을 더 해 13척의 배로 133척의 왜선을 물리쳤습니다.

제게는 본부만 해도 652명, 소속기관을 합치면 2,830명의 공무원이 있고, 공공기관까지 합치면 약 2만 명이 넘는 전우들이 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라면 충분히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가족 여러분, 우리는 대한민국 공무원입니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하는 자랑스러운 공무원입니다. 문화로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부를 창출하라는 고귀한 사명을 받은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입니다.

저는 마음을 열고 여러분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보듬어 안고 나아가겠습니다. 관료 출신 장관이라 공직자들을 감싼다는 얘기를 들을지라도 국민과 국가를 위한다는 전제라면 여러분 편에 설 것입니다.

사랑하는 동료 여러분!
우리는 이제 문화체육관광부에 맡겨진 일을 통해 국민과 국가, 그리고 역사 앞에 우리의 명예를 회복하고, 나아가 후대에 자랑스러운 엄마 아빠요, 선배요, 잘했다고 칭찬받는 공직자가 되십시다.

저는 여러분을 위한 ‘불쏘시개’가 되겠습니다. 온 몸을 바쳐 여러분을 섬기겠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하원에서 연설한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의 말로 제 취임 인사를 마치겠습니다.

“저는 피와 수고와 땀과 눈물밖에 바칠 것이 없습니다.
우리 앞에는 기나긴 세월의
투쟁과 고난이 놓여 있습니다.
자,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전진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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