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회 제주비엔날레》 개막 퍼포먼스, 김주영 ‘흙의 제식’
《제 3회 제주비엔날레》 개막 퍼포먼스, 김주영 ‘흙의 제식’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2.11.22 14: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16 비엔날레 개막일, 제주도립미술관 뒷마당서
마음 귀향 갈망하는 길 위의 사람 환영, 모티프 돼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노마드적 삶을 지향하는 김주영 작가가 《제 3회 제주비엔날레》 개막일에 퍼포먼스 <흙의 제식>을 선보였다.

▲김주영 퍼포먼스 〈흙의 제식〉 현장 (사진=김주영 제공)<br>
▲김주영 작가 퍼포먼스 〈흙의 제식〉 현장, 김주영 작가가 광목천으로 만든 길 앞에 앉아있다 (사진=김주영 작가 제공)

김주영의 퍼포먼스는 대지를 캔버스로, 자신의 육체를 붓으로 삼아 길을 만들고, 삶을 산다. 길 위의 여정으로 삶을 표현하는 김주영은 이번 <흙의 제식>에서 숨 쉬는 생명의 흙에서 잠시 머물며, 나 자신을 만나는 귀향의 제식으로서 한줌의 흙을 헌사로 바친다. 흙은 어머니의 품과 같으며 인간이 본능적으로 갈망하는 생태적 향수를 상징한다. 흙은 실재를 만질 수 있는 질료이기도 하다.

▲김주영 작가 퍼포먼스 〈흙의 제식〉 현장, 김주영 작가가 제단에서 불을 피우고 있다 (사진=김주영 작가 제공)

작가는 이번 퍼포먼스를 통해 마음의 귀향을 바라는 길 위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방법으로 구성된 제의를 올렸다. 작가는 이번 제의를 위해 신성한 쌀, 소금, 황토(흙)를 준비해 제주도립미술관 뒷마당에 제의를 위한 원형 공간을 만들었다. 김주영이 항상 사용하는 광목천이 원의 형태로 제단의 형태를 만들고 있다.

▲김주영 퍼포먼스 〈흙의 제식〉 현장, 김주영 작가가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사진=김주영 제공)<br>
▲김주영 작가 퍼포먼스 〈흙의 제식〉 현장, 김주영 작가가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사진=김주영 작가 제공)

제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김주영은 개막 전날부터, 설치를 위해 바삐 현장을 오갔다고 한다. 이곳에서 작가는 걸음을 걷고, 육신의 다섯 곳을 자연과 가장 가깝게 붙여 소통할 수 있는 오체투지로 자연과 소통했다.

김주영은 “내 퍼포먼스는 헤럴드 지먼(H. Szeemann)이 지적했듯이 <제식>이다. 이번에도 설치‧퍼포먼스를 동시에 구현하며, 표현해보고 싶었던 예술적 욕망의 형식을 <흙의 제식>이란 테제로 만들었다. 어떤 종교적 형식에서도 해방된 나만의 신전(예술형식)이다”라며 제주도립미술관 뒷마당에 마련된 설치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등잔불이 밝아지며 달이 뜨는 시각에 완성된 〈흙의 제식〉 현장 (사진=김주영 작가 제공)

오체(五體)를 통해 만나는 땅…인간적 온기, 숭고한 순간

김주영은 “퍼포먼스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현장성인 것 같다. 어떤 장소에 대한 느낌 같은 것이다”라며 “나는 이번 비엔날레를 계기로 제주에 처음 방문했는데, 힘든 여정이었다. 제주 도착 이후에는 먼저 제주도립미술관을 천천히 돌아봤다. 그리고 이 미술관 후원을 만나게 됐는데, 이 곳이 내게 확 다가왔다. 장소를 선택할 때 어떤 즉흥적인 지점이 존재한다. 그래서 곧장 박남희 감독에게 의견을 전하고 선택해 퍼포먼스를 선보이게 됐다”라고 말했다.

▲제주도립미술관 내부에 마련된 김주영 작가 퍼포먼스 〈흙의 제식〉 제단 (사진=김주영 작가 제공)

이어 “퍼포먼스는 언제나 특정한 시각(원래 프로젝트는 등잔불이 밝아지며 달이 뜰 때 행해져야 하지만, 미술관 사정으로 낮에 행해졌다)의 제약 속에서 관객과 함께 집중력을 모아 몰입의 순간을 시도한다”라며 “만다라 중심까지 광목천으로 만든 길에 먹물 발자국을 남기며 들어가, 불꽃을 일구고 한줌의 재를 흙의 제전에 바치면 카오스의 정점에 너무나 몰입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후 오체투지로 감사의 마무리를 할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땅 끝의 심연으로 빠져드는 느낌에 휩싸인다. 이러한 순간에 함께 동참하는 관객들이 있어서 나는 모처럼 따스한 인간적 온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순간은 마치 우주를 껴안은 듯한 황홀의 순간과도 같다. 숭고의 경지에서 마음이 정화된다”라며 퍼포먼스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자연의 공간, 외부의 공간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이게 된 것은 작가 자신에게 있어 ‘자연’이 중요한 의미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주영은 “왠지 모르겠지만, 만들어진 큐브 속 정제된 공간의 인간보단 자연 속에서 더욱 인간다움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제주로 오는 길, 작가가 느낀 것들

김주영은 퍼포먼스 <흙의 제의> 외에 이번 제주 비엔날레에서 설치 작품 <뱃길 따라 - 망향(섬집; 무릉귤원)>과 회화 작품 <마을의 서사>를 출품했다. 두 작품 모두 제주 도립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주영 <뱃길 따라 - 망향(섬집; 무릉귤원)> 설치작 ⓒ서울문화투데이
▲김주영 작가<뱃길 따라 - 망향(섬집; 무릉귤원)> 설치작 ⓒ서울문화투데이

<뱃길 따라 - 망향(섬집; 무릉귤원)>은 제주의 뱃길에서 느낀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수필의 삽화처럼 펼쳐내고자 한 작품이다. 작가가 제주를 방문하는 길에서 느낀 것, 제주 섬에서 마음의 귀향을 갈망하는 길 위의 사람들의 환영을 모티프 삼고 있다. <마을의 서사> 회화 화면에서도 ‘광목천’을 찾아볼 수 있다. 작가는 어머니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 또 하나의 서사를 구축해 화면 안에 자신의 세계관을 펼쳐냈다.

▲김주영 작가 <뱃길 따라 - 망향(섬집; 무릉귤원)> 설치작 (사진=김주영 작가 제공)

노마드적 삶을 지향하고 노마디즘 예술을 지속적으로 펼쳐오고 있는 김주영과 제주비엔날레는 아주 당연한 연결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김주영이 선보이는 작품은 유랑의 길에서 안식처를 갈망하는 작가의 정체성을 제주에서 재차 드러내고 있다. 김주영이 딛고 서 있는 자연과 제주의 자연이 맞닿는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