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한항공 호텔건립 위해 법개정하나?
정부, 대한항공 호텔건립 위해 법개정하나?
  • 서문원 기자
  • 승인 2012.07.27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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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근대화 위해 설립된 학교, 상업호텔과 맞바꾸려는 처사..

서울 종로구 안국동은 조선시대 판서, 대제학 등 요직을 두루거친 성리학자 김안국이 살던 곳으로 후학양성에 힘써왔던 그의 이름을 기리고자 현재의 ‘안국동’으로 유지되어 왔다. 또한 이 지역 명칭인 ‘안국’(安國)은 ‘위자안지’(危者安之)라는 고구려 건국태왕 주몽과 광개토왕, 그리고 고려 태조왕건의 통치이념으로서 “지도자는 나라와 국민을 위태로운 지경으로 이끌지 말아야한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처럼 안국동은 선조의 뜻을 받들어 1세기 전부터 한국여성 근대화운동을 추구해온 차미리나 여사같은 선각자가 후학양성을 하고자 설립한 여자중.고등학교가 세 곳이나 된다. 하지만 4년 전 대한항공이 종로구 안국동(송현동) 미대사관 직원숙소 부지 매입 후 추진중인 「7성급 호텔」이 건립되면 어떤 교육환경이 조성될지 뻔하다. 이런 중에 전통문화보존은 물론 후세의 역사교육을 담당해야할 문화체육관광부가 “관광객 숙박지를 확보하고자 학교보건법마저 개정한다”고 하니 대한항공은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송현동)의 ‘구미대사관 직원숙소’ 부지는 일제당시 한국여성근대화를 위해 설립된 덕성여중고와 풍문여고가 위치한 곳이다. 특히 이곳은 지난 4년 동안 대한항공이 7성급 호텔 건립을 계획하고 있는 장소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중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지난 24일 ‘관광숙박산업 활성화방안’을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학교보건법을 포함해 관광진흥법 개정을 추진, 학교주변에도 호텔건립을 허용할 방침으로 그 귀추가 주목된다.

문화부가 바꾸려는 ‘절대정화구역’이란?

현재 대한항공이 호텔건립을 추진중인 송현동 미국대사관 숙소부지는 높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로 뒤에 덕성여자중학교가 위치해있다. 이곳은 학교보건법상 ‘절대정화구역’으로 정해져있다.

절대정화구역은 건축심의대상에서 제외되는 지역으로 학교건물 50m이내에는 어떤 건물도 들어설 수 없다. 반면 맞은 편에 위치한 덕성여자고등학교와 풍문여고는 ‘상대정화구역’으로 심의없이 호텔건축이 허용될 수 있다.

이를테면 문화부가 추진중인 학교보건법 포함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절대정화구역을 배제하고 상대정화구역으로 완화해 향후 학교주변 호텔건립을 허용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한 지난 24일 문화부가 관광숙박활성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신용언 국장이 부연설명한 “경복궁 인근과 삼성동에도 호텔이 들어설수 있게 됐다”라는 발언은 사실상 대한항공이 추진중인 안국동 호텔건립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이야기로밖에 안보인다. ‘경복궁 인근’에는 호텔을 짓기 위한 부지로 대한항공이 확보한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49-1에 위치한 ‘구(舊) 미대사관저’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문화부 ‘숙박관광산업활성화’ 발표가 있던 24일 서울시 관광과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로서는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짧막한 답변을 전한 바 있다. 그뒤 27일 통화에서는 “지금은 긍정도 부정도 할수 없다”라고 답변하고 ‘호텔건축인허가는 지자체 소관’이라고 밝혔다.

종로구청 관광산업과는 27일 통화에서 “본 구청이 해당 사안(대한항공 종로구 안국동 소재 호텔건축)과 관련된 ‘호텔건축 인허가권’을 갖고 있지만 문화부가 추진중인 관광진흥법추진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하고 “대한항공이 제기한 송현동 호텔건축승인은 이미 지난 달 대법원 판결에서 패소한 상황이라 법개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답변했다.

현지 주민들 호텔건립반대 확산

한편 현지 주민들은 반대입장이 굳건해 보였다. 호텔건립이 추진되는 송현동 취재현장에서 몇 몇 주민들은 “아이들 교육이 우선!”이라고 밝히며, “호텔이 건립된들 그동안 떠들었던 문화랜드마크로 갈수 있나? 결국 그들만의 리그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참고로 본지는 지난 2008년 12월 5일 ‘구미대사관저 ‘방치’ 활용시급’이라는 기사를 시작으로, 2009년 4월 10일 ‘구 미대사관저, 시민들 품으로 돌아가나?’, 2010년 10월 25일 ‘경복궁 옆, 7성급 호텔 자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지난 해 6월 ‘한진아! 경복궁-학교 옆에 호텔 지어야겠니?’라는 칼럼 등을 통해 ‘두 얼굴을 가진 대한항공의 호텔건립추진’을 기사로 보도했다.

살펴보면 지난 2009년 “공공성에 부합되는 서울의 문화랜드마크로 계획한다”는 대한항공측의 입장을 보도했으나 다음 해 “7성급 호텔로 본격 준비 중”이라는 내용으로 변화됐다. 현지 여론을 감안해 공공성을 검토한지 1년 만에 대한항공의 입장이 호텔건축으로 바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