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200호에 부쳐] 나는 문화예술계를 리셋하고 싶다
[지령 200호에 부쳐] 나는 문화예술계를 리셋하고 싶다
  • 이은영 발행인 겸 편집인
  • 승인 2017.06.26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예술계의 더 이상 블랙리스트를 없기를...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를!
▲ 이은영 본지<서울문화투데이> 발행인 겸 편집인.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창비,2016년)라는 사회운동가 엄기호씨가 쓴 책이 있다. 그가 암울했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지나오면서 소위 자신과 같은 진보지식인들이라고 일컬어지는 이들의 ‘역사와 민주주의의 진퇴에 대한 조울증에 대한 극복’을 주문하고자 쓴 책이다.

필자는 문화예술 전문 매체 발행인으로서 문화권력자들의 갑질과 ‘그들만의 리그’를 극복하고자 <나는 문화예술계를 리셋하고 싶다>라고 제목을 차용한다.

먼저 언론은 사회 전반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하는 것이 법률적 보장을 받는 만큼 자신들의 잘못에 정당한 비판은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의 지론임을 밝혀둔다. 

그 한 예로 몇 해 전 본지 서울문화투데이가 개최한 공연 내용의 일부에 대해  본지 칼럼니스트가 비판한 원고를 단 한 자의 수정이나 첨삭없이 원문 그대로 게재한 바 있다. 이는 언론이 언론의 역할을 망각하고 ‘갑질’을 하고자 하는 비루한 욕망에 대한 스스로의 경계다.

최근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의 부적격자 기금지원의 부당성과 관련해 여러차례 온오프라인을 통해 이에 대한 시정과 개선을 요구하는 기사를 게재해 왔다. 이는 문화권력자인 문체부와 문예위, 그리고 부당하게 기금을 지원받은 한 언론사와 자신들의 이익에만 눈이 먼 문화예술계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부당한 처리는 바로 잡고, 부적격자에 지원된 기금 환수 반드시 해야

기사는 문화예술위의 올해 2월에 있었던 문예진흥기금의 지원금 심사의 파행에서 출발했다. 
당시 문예위의 기금 심사의 부적절성에 대해 규탄하는 무용계 원로 중견 무용가들이 주축이된 20개 단체 명의로 성명서가 발표됐고, 언론사로서 마땅히 기사를 싣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에 기사를 게재했다.

전통무용 분야에서 유일하게 신청한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이 탈락된 과정은 심각했다. 특정인들이 개입된 것으로 충분히 의심이 가는 심사위원 구성과 그들이 매긴 터무니없이 형편없는 점수는, 이 행사를 직접 본 한 사람으로서 분명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고 보여졌다.

앞서 기사에서 밝혔듯 기사가 나간 후 기금지원 부적격자임에도 3년에 걸쳐 1억2천만원이라는 국고를 지원받은 무용전문지 <댄스포럼>이 본지에 반론보도를 해왔다. 본지는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댄스포럼 김경애씨는 그날 바로 언론중재위(이하 언중위)에 정정보도와 6천만원 손배소를 했다.

결과는 손배소는 전혀 가치없는 억지 송사였다는 것이 밝혀짐과 동시에 그가 요구한 정정보도가 아닌 언론사로서 의당 받아줄 의무가 있는 반론보도로 일단락됐다. 반론은 댄스포럼이 주장하는 수 많은 내용 중 단 한 줄만 언중위는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댄스포럼이 언론사로서 문예위의 문예진흥기금 규정에 따른 부적격자라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언론사를 부적격자로 규정한 문예진흥기금 규정이 버젓이 있는데도, 언론사인 댄스포럼이 3년에 걸쳐 기금 지원을 받은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웠다. 본지가 몇 해 전 무용공연을 주최할 당시 문예위에 기금 지원 문의한 결과 ‘언론사는 불가’라는 ‘확답’을 받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의 힘든 예술가들 위해 제2의 블랙리스트도 진상 조사 후 응분의 처분 있어야

본지 <서울문화투데이>가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자 문예위와 감독기관인 문체부 관계자들은 회피하기 급급했다. 그나마 연결된 이들로부터 받은 답변은 문제의 본질은 회피하고 오로지 제식구 감싸기를 위한 것들이었다. 심지어 문체부 관계자는 “문화예술위는 문체부 산하기관이 아니다”라는 말로 필자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이후 그들 스스로 정해 놓은 규정에 어긋나는 내용을 억지로 꿰맞추려다 보니, 계속해서 말이 바뀌면서 그들 스스로 모순에 빠졌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박근혜 정권의 상명하달의 블랙리스트가 아닌 문체부와 문예위 직원들에 의한 제2의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의심이 확고해 졌다.

기사가 나가자 무용계에서는 기금 부당 지원 문제만이 아니라 그간 댄스포럼 측이 무용가들에게 자행해 온 ‘갑질’로 억눌렸던 불만들을 분출하며 박수를 보내왔다. 그럼에도 무용계 일부에서는 본지 <서울문화투데이>의 기사에 대해 특정인들과의 친소관계에 의한 것으로 폄훼하고 몰아가려는 말들이 들려온다.

심지어 필자가 기사를 통해 무용계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있다고까지 한다. 여기에 더해 언론의 공공성을 해치고 본지 <서울문화투데이>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을 하는 댄스포럼측의 억측은 일고의 가치가 없는 말로써 지면이 어지러워질까봐 생략한다.(이 부분에 대해 댄스포럼 김경애씨는 필자에게 어설픈 사과를 하기도 했다) 

 현장 문화예술인들의 고충 담아내고, '문화권력의 갑질'에 부단히 맞서

본지는 그동안 문화예술전문지라는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문화예술계의 잘못된 행태와 억울함을 당한 예술가들의 문제해결을 위해 기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환기시켜 왔다.

그 대표적인 예를 삼성전자의 이명호 사진작가의 작품 도용건을 비롯, 정명훈 예술감독과 박현정 전 대표를 둘러싼 서울시립교향악단 사태를 꼽을 수 있겠다. 삼성전자의  TV광고에 이명호 사진작가의 작품 도용건을 한 독자의 제보로 기사화하면서 결국 삼성측이 광고를 전면 중단하고 이 작가를 찾아가 사과하게 만들었다.

지난 2014년 서울시향 정명훈 예술감독측이 박 전 대표를 사퇴시키기 위해 일부 직원들과 모의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성추행건 또한 결국 박 전대표의 무혐의로 밝혀졌다. 박 전대표가 세간의 오명을 뒤집어 쓴 채, 경찰과 검찰로부터 무혐의 결정이 나와 명예가 회복되기까지, 정명훈 감독과 그 부인, 시향직원 등의 비열한 행위에 대해 상세히 취재해 보도했었다.

그 외에도 태평무 문화재 보유자 인정의 부당성,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 국립오페라단, 예술의전당, 국립아시아문화의 전당, 문체부의 문제점 등을 비롯 대한민국오페라시상식 등 문화예술계 일각에서 제기된 내용을 기사화해서 문화권력자들의 갑질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언론 본연의 자세로 끊임없이 환기시켜 온 것이다.

언론으로서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이지만, 문화예술계로부터 받게된 신뢰는 언론인으로서 더욱 정진할 수 있는 큰 힘이 됐다. 이 자리를 빌어 응원과 격려를 해 주신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본지<서울문화투데이>는 정보의 전달자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하려 해왔음도 알려드린다. 문화전문매체로서 문화예술계의 아카이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모든 기사에 있어 최대한 텍스트를 수용하고 사진자료 또한 풍부하게 지면에 반영해 문화매체로서 역할과 국민들의 알권리 충족에도 부응하고자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취재하고 기사화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하고, 그동안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놓친 일들도 많아 아쉬움과 부족함을 깨닫는다. 언론의 역할과 사명을 다 해 나가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반성도 하게 된다.

◆"어제의 범죄를 용서하는 것은 내일의 범죄자에 용기를 주는 것"

지난해 국감에서 블랙리스트 문제를 제기하면서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실체를 파헤치는데 큰 역할을 한 도종환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도 장관은 취임사에서 블랙리스트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문예위 한 간부의 말을 상당 부분 인용한 후  "부당한 명령 아닌 대한민국 살리는 명령 내릴 것"이라고 취임 일성을 냈다.

그러나 현재 문체부와 산하기관은 상명하달의 블랙리스트만이 아닌 그들 스스로 블랙리스트를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특정 학연이나 이해관계에 의해 특정인을 배제하고 입맛에 맞는 특정인 밀어주기가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도 장관은 박근혜 최순실의 ‘블랙리스트’와 함께 정권교체 과도기에 법과 규정도 무시하고 임의적으로 판단해서 특정인에 특혜를 준 문예위의 ‘제2의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관련자에 대한 문책과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다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진 책임있는 기관으로 똑바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현장의 힘든 예술가들을 위해서라도 꼭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도 장관은 이런 부분들을 잘 살피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에, 문화계 언론의 보도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 

"어제의 범죄를 용서하는 것은 내일의 범죄자에 용기를 주는 것이다" 는 알베르 카뮈의 말처럼 문화예술계의 잘못된 폐단을 반드시 밝혀내고 그에 대한 응분의 처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끝으로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오프라인 지령 200호를 맞아 제2창간의 각오로 앞으로 문화예술전문지가 담아내야 할 역사의 과제와 시대정신에 충실하기 위한 더 깊은 고민을 해 나갈 것을 독자여러분께 약속드린다.

필자는 문재인대통령의 정치철학인 "기회는 평등할 것이며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라는 이 말의 가치가 실현되기를 소망한다. 자신들의 욕망을 절제하고 골고루 기회가 갈 수 있도록 평등함이 선행되고 그 과정은 공정해야 하며 그 결과는 누구나 납득하도록 정의로워야 할 것이다.

이렇게 ‘나는 문화예술계를 리셋하고 싶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