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무형문화재 '보유자 후보' 졸속 선정 규탄 한다”
“문화재청, 무형문화재 '보유자 후보' 졸속 선정 규탄 한다”
  • 이은영· 강소영 기자
  • 승인 2019.04.02 1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용계 예술원 회원 등 주축 비대위 꾸려 “한국무용사 뿌리 뒤흔드는 작태”

신무용 주자 양성옥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예고 보류, 다시 재심사 포함은 심각한 문제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인정 불공정심사에 대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2일 문화재청의 무형문화재 보유자 선정 강행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비대위는 이날 성명서에서 문화재청의 무형문화재 선정 방식에 대해 “문화재청의 시대착오적이며 독선적인 행정 폭주를 규탄한다”며 “민족의 혼과 얼을 훼손하는 불공정 문화재 행정은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 2016년 3월 1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무형문화재 보유자 선정 부당함을 제기하며 1인 시위에 나선 이현자 태평무 보유자 후보.

이번 성명서에는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북경무용대학 명예교수를 비롯 ▶정승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김숙자 대한민국예술원 회원·한성대 명예교수 ▶임학선 성균관대 석좌교수·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윤덕경 서원대 명예교수·전 한국춤협회 이사장 ▶오율자 한양대 명예교수·전 한국스포츠무용철학회 회장 ▶백현순 국립한체대 교수·국제문화예술포럼 대표 ▶김태원 공연과리뷰 편집인·한국춤비평가협회 운영위원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문화재청 전 문화재전문위원 등 비대위 공동대표로 9명이 참여하고 있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 2015년 12월 승무·살풀이춤·태평무 등 3종목에 대한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심사를 실시해 약 20명이 응시했으나 태평무 1종목에서 양성옥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1명만을 보유자로 인정 예고해 불공정 심사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38개 무용계 관련 단체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심사위원 편파구성, 콩쿠르식 심사방식, 특정 학맥의 영향력 행사 의혹 등을 제기했다.

비대위는 “태평무의 원형과 정통성을 벗어나 ‘서양춤의 한국화’의 산물인 신무용 주자라는 점은 치명적 한계”라며 태평무 인정 예고자에 대한 예술적 정체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가 보류결정 된 지 4년이 경과한 최근 문화재청이 다시 보유자 인정조사 재심사를 통해 11명을 선정자 명단에 포함시키며 다시 문제가 촉발됐다.

비대위 측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번 11명 선정에는 앞서 결정보류된 바 있는 양성옥 교수도 포함돼 있어 논란을 더하고 있다.

"영상촬영으로 기량점검· 보유자 인정심사, 넌센스이자 모멸감 느껴"

비대위 측은 “문화재청이 지난 3월 20일 보유자 인정조사 재검토(재심사) 결과 선정된 11명에 대해 영상기록을 통한 ‘기량점검’을 실시한다는 공문을 발송했다”며 “종신제(終身制)인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심사를 영상을 통해 결정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라고 질타했다.

무용계에서는 일평생 전통춤 지킴이로 살아온 무용가들을 '기량점검' 대상자로 전락시킨 문화재청의 반(反) 지성적 태도에 무용인들이 모멸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어 “문화재청은 2015년 12월 승무·살풀이춤·태평무 등 3종목에서 보유자 인정심사에 응시한 무용가들을 누가, 언제, 어떤 기준과 절차로 재검토(재심사)하여 11명을 선정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수조교와 이수자 구분 없이 통합하여 보유자 인정심사를 치렀으나 평가기준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재검토(재심사)결과 선정된 11명에 대한 객관적인 선정근거(점수)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이 객관적 근거(점수)를 무시하고 정책적 판단에 의해 전수조교 전원을 선정했다면, 이는 불공정 특혜이자 밀실 행정의 극치라고 비판한다. 

국가무형문화재는 국가의 공적(公的) 자산으로, 이른바 ‘인기종목’의 경우 무형문화재 보유자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중되는 특혜와 권위로 전통문화자산의 사유화·독점화에 대한 지적이 제기돼 왔다.

" 불공정 심사 백지화, 무형문화재위원 전원 사퇴해야!"

비대위는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지난 3월 27일, 무용계 대표자와의 공식면담에서 지난 4년간 문화재청의 부당행정에 대해 잘못을 사과하고 해결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약속했다”며 “이틀 후 문화재청이 11명의 무용가를 대상으로 영상촬영 설명회를 가진 것은 논란이 초래된 4년 전으로 회귀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또한 "문화재청 스스로 문제 있다고 인정한 사안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것은, 불공정 심사논란이 초래된 4년 전 상황으로 회귀한 것과 같다"며 "이는 촛불혁명을 통해 ‘공정·평등·정의’를 시대정신으로 내건 현 정부의 문화재 정책이, 블랙리스트 파동을 일으키며 자멸한 박근혜 정부 시대로 퇴행하는 사태"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민족 고유의 춤문화 유산을 왜곡 변질시키고, 자칫 무용계의 생태계를 뒤흔들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무용계의 크나큰 우려를 전했다.

문화계는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가무형문화재가 개인이 독점하는 사유물이 아닌, 국가의 공적(公的) 자산으로 이른바 ‘인기종목’의 경우, 무형문화재 보유자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중되는 특혜와 권위로 전통문화자산의 사유화, 독점화에 대한 문제인식을 공유해 왔다.

이에 비대위 측은 "각 장르의 특성 및 시대변화에 따른 전승환경을 고려한 이른바 ‘맞춤형’ 무형문화재 제도의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그에 앞서 문화재청은 불공정 심사논란에 휩싸인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절차를 전면 백지화하고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비대위 측은 ▲박근혜 정부 당시 무형문화재 보유자인정 불공정심사 백지화, ▲승무·살풀이춤·태평무에 대한 심사결과 투명 공개, ▲11명의 무형문화재 보유자후보 선정 무효화 ▲무형문화재위원 전원 사퇴 ▲문화재청 담당 관료 인사조치 ▲무형문화재 제도 및 정책 합리적 개선방안 모색 등 6가지 사항에 대한 이행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러면서 “한국 전통춤의 형질변경 및 생태계 파괴, 나아가 한국무용사의 뿌리마져 뒤흔들 위험이 있는 현재의 상황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며 “향후 관계기관 이의제기 및 연속 토론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론화 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화계 "문화재청 관계자의 무형문화재 제도 기본 취지 망각한 인식 문제"

한편 기자는 문화재청과의 통화에서 양성옥 교수를 이번 문화재 후보자 재심사 대상에 넣은 것과 관련해 ”4년 전 인정보류될 당시 무용계에서 가장 큰 문제로 꼽았던 점이 '양성옥 교수가 신무용의 주자로서 태평무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것이었다'는 내용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길배 무형문화재 과장은 “대학에서 문화재청과 관련 없는 학과를 전공했더라도 대학원의 전공이 문화재청과 부합하면 문화재청에 근무할 수도 있듯이, 무용도 현대무용을 하다가 전통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양성옥 교수의 정체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그는 “특정인을 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서라는 의혹들이 제기되고 여러 소문이 돌고 있지만 결코 그렇게 행정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문화재청 무형문화재 과장의 발언을 전해들은 한 문화계 인사는 "원형보존 및 정통성 계승이라는 무형문화재 제도의 기본 취지를 망각한 매우 위험한 인식이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한 인사는 "무형문화재 과장의 발언이 사실이냐"고 반문하며 "사실이라면 매우 부적절한 발언으로 무형문화재 담당과장으로서 전문성이 의심된다"고 일갈했다.

기자는 4년 전 양성옥 교수의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 당시 무용계에서 제기됐던 기사 내용을 다시 복기해 봤다.

당시 무용계에서는 “태평무에만 몰두한 강선영 선생의 직계수제자인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주로 신무용으로 인정받아 온 양 교수를 보유자로 선정한 결정은 태평무의 원형과 전통성을 지키겠다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특히 양 교수가 ‘이수자’가 될 수 있게 가르친 스승격인 무용가들보다도 앞서 양 교수가 보유자로 선정된 점에 대해 무용계 반발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6,70년을 태평무와 전통춤 한 길만을 오롯이 걸어온 명인들이 있는데 굳이 그들을 배제하고 전공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춤을 이어온 사람에게 보유자 지정을 위한 절차를 밟아야 했으며, 또 다시 그 특정인을 재심사 대상에 넣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