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고 전혁림 화백 타계 1주기 추모제 엄수
통영, 고 전혁림 화백 타계 1주기 추모제 엄수
  • 김종수 인턴기자
  • 승인 2011.05.2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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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미술의 거장 전혁림 선생 화비 제막식

 "나는 내 작품을 통해 지금도 밝아오는 충무 앞바다의 일출과 같은 꿈과 의욕을 느낀다. 이 꿈과 의욕은 새벽에 나를 냉기서린 작업실로 인도하는 꿈이 된다." (자전에세이, 동아일보 1991.5.19)

 고 전혁림 화백(1915~2010)의 타계 1주년을 맞아 전혁림미술관과 봉숫골 등 통영시 일원에서 추모 행사가 이어졌다.
 전혁림미술관의 1층 전시실엔 화백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마스크와 헌화소가 마련되었고, 봉숫골 당산나무에서 추모제와 화비 제막식, 윤이상 기념관에서 예술세미나가 열렸다.  

 5월 24일 오전 11시 통영시 봉평동 봉숫골 당산나무아래서 전혁림 화백의 타계 1주년 추모제와 선생의 화업을 기리는 화비의 제막식을 올렸다. 

 남해안 별신굿(중요무형문화재 82-라호) 보존회(예능보유자 정영만 대표)의 살풀이와 정해룡 시인의 "님의 화비를 세우면서" 추모시 낭송으로 시작된 추모제는 화비건립추친공동위원장인 통영미협 최규태 지부장, 김순효 봉평동주민자치위원장의 인사말과 김흥종 통영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김흥종 회장은 "전날 비가 왔는데 당일엔 날씨가 쾌청하다. 하늘에 계신 화백께서 오늘 화비 제막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전화백은 진솔한 통영인이였으며, 후배들은 선생의 예술혼을 이어받아 통영예술을 끈끈히 이어갈 것"이라며 진솔하고 엄중한 축사를 하였다. 

 이어 유가족을 대표해 고 전혁림 화백의 아들인 전영근  전혁림미술관장의 답례사를 끝으로 화비의 제막식을 열었다.

 전영근 관장은 "오늘은 기쁘고도 슬픈 날이다. 생전에 목재 조각 작품을 다수 남기셨고, 석재로도 표현해 보고 싶어 하셨지만 이루지 못하고 가셨는데,  화비의 건립으로 아버지의 목조 작품 '학 기둥'을 석재로 표현한 화비를 제작해 준 이명림 조각가와 화비 건립추진위원회로 후원해 준 봉평동 주민자치위원회, 통영예총, 통영미협 이하 봉평동 주민과 통영시민들에 감사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유가족 대표로 인사를 전하고있는 전영근 관장
 또한, 봉평동 주민자치위원회는 봉평동 꽃나들이 축제 구간을 전혁림 거리 조성을 추진하겠으며, 지속적으로 전혁림 화백의 업적을 알리고, 불멸의 예술혼이 후세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후 4시에는 윤이상기념관에서 전혁림 화백의 화업을 기리는 예술 세미나가 오광수 한국문화예술위원장, 평론가 강선학, 김이순 홍익대 교수, 서성록 안동대 교수의 발제로 열렸다. 세미나에 앞서 TIMF앙상블의 공연으로 생전에 전혁림 화백과 윤이상 작곡가의 우정을 기렸다.

 세미나는 단순히 화백의 업적만을 추켜세우는 것이 아닌, 작품에 대한 비평과 회화 이외의 도화, 조소 작품들에 대한 소개도 이뤄져 균형잡힌 예술 세미나로 열렸다.

 서성록 안동대 교수는 '전혁림, 고향의 세밀화'를 주제로 고 화백의 작품들과 생전의 인터뷰 등을 들어 화백의 애향심이 작품세계에 많은 영감을 주었고, 그런 정신이 작품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며 화백의 작품을 '고향의 세밀화'를 들여다보는 것 같다 평했다.

이번 예술 세미나가 단발성의 행사로 끝나지 않고, 고 화백이 아흔이 넘어서도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신것처럼 연연히 이어지도록 하자며 세미나를 마쳤다. 미술관에 마련된 헌화소에도 추모 행렬이 이어져 화백의 화업과 애향심을 기렸다. 

▲화비 '학 기둥' 

                     
                     "님의 화비를 세우면서"
                     시인 정해룡(전 예총회장)

                     찬란한 샛푸른 오월에
                     여기 미륵산 자락 봉평동 당산나무 그늘 아래
                     님의 얼굴 같은 조촐한 화비 하나 세웁니다.

                     살아서는 한국의 미술사를 새롭게 쓰신 님이시여!
                     돌아가시어 미술계의 북두칠성이 되신 님이시여!

                     님께서는 아무나 가지 않았던 길,
                     아무도 가지 않았던 그 길의 뒤안길을
                     스스로 허물어 가면서
                     세상과 타협 없이 
                     그 누구의 구속도 없이,
                     외롭게 묵묵히 걸어가신 
                     설산의 눈꽃과도 같았던 정정한 님이시여!

                     님의 그림 속에는
                     신라적 미륵바가사유상이 들앉아 있고
                     고구려 강서고분의 청룡 백호 주작 현무가 춤을 추고 있으며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추사 김정희 '세한도'가 
                     코발트 블루의 색감으로 되살아 나 있습니다.

                     또한 님 아니고서는 아무도 흉내 내지 못할
                     오방색 민화적 풍경이야말로
                     치명적인 유혹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님이시여!
                     여기 님의 뜨거운 숨결이 영원히 살아있는
                     봉평동 당산나무 그늘 아래에
                     우리들 정성을 모아
                     님을 그리는 화비 하나 겸손하게 세우나니.

                     오오, 님이시여!
                     이제 이곳은
                     님의 화비 하나로 하여
                     한국화단의 제 1번지가 될 것입니다.

▲유족대표로 전영근 관장이 술을 올리고 있다.

▲진혼제

▲기념비 앞에서, 전영근 관장

▲기념화비를 둘러보는 오광수 한국문화예술위원장 

▲김흥종 통영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회장

▲전혁림 미술관에 전시된 고 전혁림 화백의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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